감독 브라이언 싱어 / 원작 스티븐 킹 / 출연 브래드 렌프로, 이안 멕켈런, 데이빗 쉼머 / 1998년작
천부적인 이야기꾼인 스티븐 킹의 중, 단편소설 모음집으로 지난 90년대 중반께 우리 나라에도 출간됐었던 "사계"에 실려있는 짧막한 소설이 원작이며 이 작품집에는 총 4편의 소설이 있는데 '행복한 쇼섕크 가족, '호흡법', '우등생', '시체를 찾아서' 등입니다.
'행복한 쇼섕크 가족'은 아마 스티븐 킹의 소설중에서 영화화 된 것 중에는 가장 유명한 작품인 '쇼섕크 탈출'이 바로 이 작품이고, '시체를 찾아서'는 리버 피닉스 주연의 작품 '스탠 바이 미(Stand By Me)'로 영화화 되었으며, '우등생(Apt Pupil)'은 바로 이 작품,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로 영화화 된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우리 나라 영화 수입사가 붙인 제목은 참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원제 "우등생(Apt Pupil)"은 어른 뺨 칠 정도로 똑똑하고 재능많은, 한 초딩이 비밀(그것도 어지간한 간 큰 어른이라도 기겁할)을 간직한 초로의 어른과 서로의 두뇌와 감정의 세기를 놓고 한 판 치열한 감정 싸움을 벌이는 기묘한 이야기에 이중적 의미와 더불어 상당히 함축적이면서도 결정적인 복선까지 내포하고 있는 세련된 제목일 수 밖에 없는데도 기껏 갖다붙인다는 제목이...;;;
이렇게 김빠지는 제목으로, 그 제목에 낚일 몇몇을 제외하고는 영화의 크레딧에 올라있는 이름을 제대로 알아볼 때까지 참 많은 선입견과 싸워야 될지도 모르겠군요.
한 소년이 수업시간에 우연히 2차대전 당시에 유태인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했던 나찌의 포로수용소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당시 유명했던 전범들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그러다가 자신의 동네와 가까운 곳에 이름을 숨기고 살고 있던 한 나찌 전범의 정체를 알게되고 그로부터 당시의 이야기를 들으며 매료되기 시작합니다.
소년은 점점 스스로 가학적인 성격을 발견하게 되고 그 노년의 나찌 전범을 협박하기에 이르릅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모사드의 감시를 피해 편히 죽을 날만 기다리던 나찌 전범과의 관계는 오히려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로 꼬이게 되고 여기서 서로의 약점은 가학과 피학의 쾌감을 안겨주는 모티브로 작용하게 됩니다.
유명한 '엑스맨'을 연출하기 전의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작품입니다.
원작의 탄탄한 설정과 등장 인물들의 강한 성격의 캐릭터가 비교적 잘 그려진 이 영화에서 엿보이는 그의 탁월한 능력이란 바로 '엑스맨'에서까지 감탄을 자아낸 캐릭터의 독톡한 개성을 그려냈다는 점일 것입니다.
또한 이 작품 바로 전에 연출하여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던 '95년작, "유주얼 서스펙트"를 상기해 본다면 이 감독의 근본적인 연출의 선과 사상적 텍스트까지 어느정도는 읽어낼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그리고 결코 이야기 중간에 튀는법 없이 자연스러운 전개가 보는 이로 하여금 영화가 끝날때까지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듭니다.

주인공 소년으로 출연한 브래드 렌프로,
"의뢰인'과 '굿바이 마이 프랜드(The Cure)' 등의 작품에 출연해왔었던,
그 어렸을때부터 사내아이 같지 않던 예쁜 용모로 보는 눈을 즐겁게 해왔던 그 소년이 이렇게 컸습니다.
여전히 뛰어난 연기력으로 가학과 피학의 성격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 내면의 보이지 않는 성질을 연기한 그 탁월함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냅니다.
이 작품의 발표연대가 1998년인걸 보면 지금은 완전히 청년일텐데... 도데체 어디서 뭘하고 사는지... 궁금하군요.
그리고 노년의 나찌전범으로 나왔던 할아버지는 이언 맥켈런,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간달프.
한가지 궁금한 것은 이 배우는 벌써 진작부터 스스로 동성연애자라고 커밍아웃을 했던 사람인데... 반지의 제왕에서 보여준 그 카리스마 철철 넘치던 간달프를 생각해보면... 도데체 여성역일까 남성역일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미지가 도통 매치가 안되는군요...;;;
그리고... 소년의 학교 선생님으로 출연한 조연으로는 시트콤 '프랜즈'로 인기를 모았던 데이빗 쉼머가 맡았는데, 평소 프랜즈에서 그 웃기던 배우가 이렇게 심각한 역할을 보이니 조금 이상한 느낌이드는데요...
그래도... '밴드 오브 브라더즈'의 그 대책 안서던 중대장을 생각해보면... 확실히 배우는 배우다~ 라는 생각입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극장 상영은 안하고 바로 비디오로만 출시된걸로 알고 있는데... 이 작품, 그저 인기없는 비디오로만 지나쳐 버리기엔 조금 아까운 작품입니다.
스티븐 킹 원작소설을 영화화 한 작품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한 것들이 태반입니다.
당장 알아볼만한 작품이라면 '쇼섕크 탈출'로부터 시작해서 '그린 마일', '스탠 바이 미', '돌로레스 크레이븐', '캐리', '샤이닝', 오래전 커트러셀이 출연했었던 '82년작 '괴물(The Thing)', 우리 나라에선 비디오 시장에만 소개됐던 '애완동물 공동묘지(Pat Cemetery)' 등등...
이렇게 적어보니 꽤 많은 작품이라 생각될진 몰라도 그의 작품들이 워낙 많이(헐리웃의 메이저 영화사뿐만 아니라 B급 영화로도 무수히 많이) 만들어졌기에 그것들 중 지금까지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작품을 꼽아보니 너무 적은 양이라는 생각입니다.
어쩌면 그의 이야기는 당장 '영화화'에 대한 달콤한 유혹의 무엇인가가 있는 것도 같습니다.
그러나, 섣부른 만용이 결국 적자를 양산해내는 것이겠지요.
PS. 이 작품 역시 일반 비디오 대여점에서는 쉽게 찾아보기는 어렵군요. 원래 처음 배급될 때도 그리 많이 배급되지는 않았던 것 같고 그나마도 시간이 많이 흘러 지금은 비디오 테이프로는 빌려보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DVD는 몰라도 비디오CD는 출시된 것 같고 또 P2P나 인터넷 싸이트들 중엔 가끔씩 다운로드가 가능한 곳이 있기도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