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tour님의 리플을 읽다가 그녀는 이 많은 이야기를 마음속에만 담아두고 있을까
하고 싶은 말,할 수 있는 말이 참 많은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파리로 떠나기 전까지는 인턴을 해보고 싶다고 제겐 생소한 잡지인 nylon(ny and london의 약자라고
합니다.) 강남까지 가느라 힘이 들어도 일은 재미있다고 하면서 다니는 딸이 아침 출근하는 것을 보고
오랫만에 야노스 스타커가 연주하는 첼로곡을 틀어놓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쿠프랭의 곡이 흘러나오고 있는 중인데,곡을 듣고 있다가 문득 그녀가 말한 그림을 찾아서 다시 보자 싶은
마음이 생기네요. 어제 클레어님의 글을 보고 브라크를 보듯이 이런 교감이나 정서의 환기가 참 재미있다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되네요.
제가 생각하는 앵그르 최고의 작품입니다.한 인간의 모습을 이렇게 강렬하게 화폭에 담다니 신기하도다
신기해,하면서 가끔 들여다보게 되는 걸작이지요.물론 사람마다 작품에 대한 선호도가 다르니
이럴 때 나는 앵그르의 이런 작품을 좋아한다고 ,아니 나는 신고전주의 화풍이 싫어서 앵그르 그림을
잘 보게 되지 않는다거나,나는 이 화가를 어떻게 알게 되었고 그 이후 그의 그림에 대해서 어떻게 태도가
바뀌게 되었다거나 이런 저런 이야기가 이어지면 더 즐거운 그림 감상의 시간이 되겠지요?
이 그림 역시 앵그르의 화가로서의 기량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요.누드인채로 있는 여성의
뒷모습이 아주 정갈한 느낌을 주는 독특한 그림이라서 처음 볼 때 놀랐던 기억이 새롭네요.

연말에 떠나는 여행에 대비해서 요즘 프랑스의 역사,프랑스 미술500년 이런 책들을 읽어나가고 있는 중인데요
미술사속에서 프랑스에 고전주의와 낭만주의가 동시에 불같이 일어나고 함께 발전한 일이 프랑스 미술사를
풍요롭게 했다는 구절이 나오더군요.
앵그르가 활동했던 시기,들라클루와,그리고 제리코등이 역시 자신들의 그림을 그려나갔던 시기
프랑스 사회 자체도 격동의 시기였지요.그런데 역사에서 격동의 시기가 아닌 경우가 오히려 적은 것은
아닌가,늘 무슨 일인가가 벌어지고 그 일들이 사람들의 삶을 예상치 못한 곳으로 끌고가는 그런 시기를
살고 있구나 ,그러니 언젠가 평화로운 시기가 오면 하고 많은 일을 미루어둘 것이 아니라
지금 할 수 있는 일,지금 하고 싶은 일,지금 해야 할 일 이런 일들을 즐거운 마음으로 하면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복식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겐 화가의 그림이 자료가 된다고 하지요. 앵그르의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고
하는데요,갑자기 앵그르의 그림속 여인들의 옷을 보고 있으려니 오늘 아침 조조로 블랙과 코코 샤넬중에서
둘 중에 한 편을 보고 싶은데 무슨 영화를 먼저 볼까 망서리고 있던 마음이 정리가 되었습니다.

앵그르가 그린 파가니니입니다.
그림속의 파가니니를 보고 있으려니 갑자기 그의 음악을 듣고 싶어지네요.
wrtour님 덕분에 월요일 아침 이른 시간 즐거운 시간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발견한 그림,그리스의 세 명의 비극작가를 그린 것인데요,그가 갖고 있는 고전에의 관심이
그림에서도 여기 저기 나타나더군요.호메로스를 그린 것,단테의 신곡에서 이야기되는 파올로와
프란체스카를 그린 것등,시간이 넉넉한 날,이런 저런 그림을 마저 찾아서 보아야지 마음속에 생각을 묻어놓고
자리에서 일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