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람이가 빌려온 그리스 여행서적 두 권으로 시작한 그리스 기행,눈으로 마음으로 따라 다니다가
드디어 오늘 아침 일단은 마침표를 찍었습니다.이렇게 가다간 한이 없이 그리스 속에서 살게 되고
다른 일을 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요.일단 마음속에 나도 그 곳에 가고 싶다는 불꽃을 피워 놓았고
그래,갈 수 있을꺼야 언젠가는 하는 꿈을 살려놓았으니 일단 정지를 시켜야 할 것 같아서요.

마지막으로 읽은 책은 궁예박사라고 알려진 이 재범교수의 그리스 여행기였는데요,56살에 혼자 떠난
그의 그리스여행기는 1000페이지에 달하는 기록으로 먼저 준비를 확실히 한 다음 떠나서일까요?
더구나 그가 한국사 교수라는 사정이 연결되어 그리스의 역사,그리스의 신화,그리고 한국사와의 연결고리를
통해서 이전에 읽는 글들과는 조금 다른 맛을 풍겨 주었습니다.
더구나 그가 자신을 그리스 여행으로 추동한 세 악마라고 소개한 미키스 테오도라쿠스,마리아 파란두리
그리고 조르바,아니 조르바를 쓴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 글을 읽고 나를 뒤흔들고 나를 추동하는 악마는
누구일까,혹은 무엇일까,그런 생각을 해보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는 책이기도 했습니다.
각자 인생을 살면서 마음속에 잠들어 있는 악마를 불러일으키거나 안에서 키워가다가 지금이다,지금이
아니면 곤란해라고 생각하는 시기,거기가 어디라도 집을 나서면 무엇을 보고 무엇이 달라져서 돌아오게
되고,다시 돌아온 일상은 어떻게 변화를 일으킬 것인가 생각만으로 즐거운 일요일 아침
커피 한 잔 진하게 타서 everymonth에 들어가니 클레어님이 미국의 필립스 콜렉션에서 본 브라크의
그림 한 점을 소개해놓았네요.

역시 그림 한 점으로는 뭔가 하다 만 기분이 들어서 그의 그림을 찾아보고 있는 중인데요
금요일 음악회 다녀오는 길,켈리님 차 속에서 들었던 베토벤의 바이얼린 협주곡의 느낌이 아직도 남아서
그렇다면 오늘 아침은 그 곡으로 ,마음을 정하고 소리를 조금 올려서 들으면서 그림을 보는 일요일 아침

두 점의 그림 제목을 드디어 읽어내고,(불어로 된) 더구나 두번째 그림은 그리스에서 본 푸른 새라니
갑자기 이런 우연이 신기해서 웃게 되네요.

이 작품은 브라크란 것을 몰랐다면 마티스인가? 하고 착각했을 유사성이 있군요.동시대를 살았던
화가들의 삶과 서로 주고 받은 영향을 생각하게 되는 시간입니다.
브라크에 대해서 제대로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퐁피두 센터의 그림이 시립미술관에 왔던 때의 일인데요
그저 피카소와 둘이서 큐비즘을 연 화가정도로 가볍게 알다가 그 날 그 자리에서 새롭게 그를 발견하고
내가 아는 브라크는 미술사속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인물로서의 브라크에 불과했구나 하고 놀랐었지요.
그 뒤로는 그의 이름을 발견하면 반가운 마음에 조금 더 관심갖고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런 점이 바로 전시회가 우리에게 주는 즐거움이 아닐까요?

바이올린과 물병을 그린 이 그림의 제목에 violon이란 표현이 있네요.비올롱이 바로 불어로 바이올린인
모양인데요,그 표현을 처음 접한 것은 당신의 취미는 무엇입니까?란 간단한 회화표현에서였지요.
그런데 왜 앵그르의 바이얼린이 취미일까?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나중에 알고 보니
화가 앵그르는 그림에 대해서 누가 비판하는 것보다 자신의 바이올린 연주 실력을 비판하는 것에
화를 냈다고 하네요.그래서 앵그르의 비올롱이란 말이 취미란 말이 되었다고요.


그의 그림을 찾다보니 마음속에서 말이 마구 흘러나와서 수다가 강을 이루는 기분입니다.
이렇게 계속 가면 일요일 오전이 훌쩍 다 지나버려서 곤란할 것 같네요.

일단 정지,이 말이 앞으로의 제 인생에서 조금은 필요한 주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는 일요일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