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방학중에 새로 만난 고등학교 여학생이 있습니다.
처음 인사하러 와서는 간단히 이야기를 한 상태라 아이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아주 간단한 사항에 불과했지요.
그런데 어제 첫 수업을 하러 와서
아이가 말을 합니다.
선생님,저는 중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은데
요즘은 선생님이 되는 것이 어렵다면서요?
그래서 생각한 것인데 심리치료사가 되면 좋을 것 같아요.
심리 치료사?
어떻게 그런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니?
제가요,원래는 기숙사가 있는 외고에 다녔었는데
원래 사귀던 그룹의 아이들과 문제가 생겨서 왕따를
당하게 되었어요.
어디에도 속할 수가 없어서 혼자 지내다보니
거식증에 걸려 몸무게가 36kg까지 빠졌거든요.
엄마가 눈치채고 학교를 바꾸도록 해서 일반학교로
전학을 했고 덕분에 지금은 이렇게 살이 찐 것인데요
나이는 어려도 이런 저런 경험을 많이 하면서
생각을 많이 했고요,그래서 사람을 이해하고 돕는 일을
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말을 하는 아이의 얼굴이 웃으면서 빛이 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순간 마음이 숙연해지면서 제 마음이 따뜻해지더군요.
그래서 저도 말을 많이 할 수 있도록 아이에게 기회를
주었고 우리는 처음 수업을 한 것치고는 상당히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마침 그 대화를 듣고 있던 고등학교 3학년아이가
참견을 하면서 상담을 해주기 시작합니다.
늦은 시간,다른 아이들이 다 가고 남은 자리에서
셋이서 나눈 대화가 머릿속을 울립니다.
스스로 상처를 극복하고,남은 상처는 마음에 안고
성장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선생과 제자로 만나는 아이들과는 소통하려는 노력을 하면서
왜 집에 와서는 아들과 이런 교류를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일까 자책하는 마음이 들더군요.
어느 날은 빛이 보이다가 어느 날은 깜깜한 터널속에
갇혀있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히기도 하면서
그렇게 우왕좌왕 하면서 방학을 보내고 있습니다.

오늘까지 다 본 드라마 에 아로르에서 큰 신문사의 편집장으로
은퇴한 상당히 완고한 성격으로 나오는 노무라상이
하는 말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는 주로 국제 ,국내 정치,경제 그런 굵직한 주제만
다루다보니 자신이 늘 정의로운 편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잣대로 사람들을 평가하면서 살아왔는데
은퇴하고 노인 홈에서 살다보니 사람들에게 나름대로
다 다른 생활방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노라고요.

지금의 자신이 전부가 아니라 변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변해야지 결심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만나는 세계속에서
좌충우돌 부딪히면서 가능하다는 것,그런 의미에서
진공상태에서 사는 사람은 없겠지요?
참 생각을 많이 하게 한 드라마와의 만남이었습니다.

지금 보고 있는그림들은 마네가 말년에 병이 들어서
움직이기도 어려운 시기에 그린 정물들입니다.
삶의 마지막에 병으로 힘이 든 시기,집안에 있는 대상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그림을 그렸을 화가를 생각해봅니다.


목요일 수업을 마치고 들어와서 오랫만에 조동진의 노래를
들으면서 보는 그림,그리고 그림을 바라보면서 떠오르는 생각들
생각을 내려놓고 푹 쉬고 싶은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