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생각해보니 올해는 한 번도 콩국수를 먹지 않았습니다 .
“ 엄마 , 아 유 오케이 ?”
지방에서 대학 다니는 딸이 그 말을 듣더니 대뜸 이럽니다 . 제가 콩국수를 밥보다 좋아하고 , 일주일 내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다면 단연 콩국수를 꼽는 사람이거든요 .
딸이 농담 반 카톡에 남긴 말을 곱씹어 봅니다 .
올여름 나 괜찮았나 ? 유난히 덥고 , 길고 , 뜬금없는 비도 자주 내린 여름 . 작년보다 에누리 없이 한 해만큼 더 나이 든 몸과 마음으로 버텨내느라 나 힘들었나 ?
표나게 아픈 데 없으니 감사했고 , 덥고 기력 딸리는 것쯤 당연하다 여겼는데
어쩌면 조금은 입맛을 잃었었나 봅니다 .
그래서 생각난 김에 콩국수 만들었습니다 . 올해 처음이자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겠어요.
어젯밤 불려둔 백태 한 웅큼을 삶아 갈아주었습니다 .
요즘은 블렌더가 좋아서 콩국 가는 것쯤 일도 아니죠 .( 어릴적 어머니가 만드실 때는 맷돌도 썼던 기억이 어슴푸레 나네요 .)
단순한 음식이지만 제각기 만드는 취향이 있을테지요 .
저는 돌아가신 어머니 방식 그대로 만들어보았습니다 . 어머니는 콩 외에 다른 견과류는 넣지 않으셨어요 . 오이채 얹는 것도 싫어하셨고 , 하다못해 얼음도 띄우지 않았어요 . 너무 차면 맛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며 . 유일하게 깨소금만 괜찮았어요 .
유독 담백한 입맛이라 음식할 때 뭐 넣어라보다 , 뭐는 넣지 말아라를 더 자주 하던 .
어떤 음식에는 후추를 빼고 , 어떤 무침에는 마늘을 빼고 , 어떤 접시에는 참기름을 빼고 ,
하나씩 덜어내는 음식을 하던 어머니 .
본 재료 맛을 도드라지게 하려는 뜻이었겠죠 .
구포국수 있길래 삶아 사리짓고 콩국을 붓습니다.
사진으로도 크리미함이 느껴지시죠? ㅎㅎ
깨소금만 올린 콩국수입니다. 부드럽고 담백하고 정직한 맛. 어머니의 맛입니다.
생각해보니 콩 밤새 불려 , 직접 갈아 어머니와 콩국수 만들어 먹던 시간은
아주아주 괜찮은 , 행복한 시간이었네요 .
여러분은 이 여름 어떠신가요 ? 다들 괜찮으시길 :)
오늘도 맑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