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해방일지 드라마가 벌써 2년이나 지난 드라마이군요!
참 세월은 빠르기도 하지요.
암튼, 잔잔하고 별볼일 없는 사람들의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가 재미있기도 했지만, 주인공 가족이 밥먹는 장면이 좋았어요.
구씨가 우적우적 소리를 내며 먹던 고구마 줄기 김치를 보니 어릴 때 먹었던 그 맛이 떠오르기도 했어요.
하지만 명왕성에서는 그 어떤 마트를 가도 고구마 줄기 같은 것은 팔지 않아요 ㅠ.ㅠ
저희 옆집에는 작년 여름에 이사온 중국인 가족이 살아요.
우리 아이들보다 어린 두 아들을 키우는 부부 교수인데 지난 봄에 중국에 살고 계시는 부모님이 다니러 오셔서 뒷마당에 텃밭을 개간해 주시고 가셨어요.
고구마를 심었다더군요. 고구마를 먹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고구마 잎을 따먹으려고 중국인들은 고구마 재배를 많이 한대요.
고구마 잎을? 어떻게 먹어? 하고 물으니 국물 요리에 넣기도 하고 시금치 나물 처럼 데쳐서 무쳐 먹기도 한다는군요.
얼마전 옆집 부인이 올해의 마지막 고구마 이파리 수확이라며 한보따리를 나누어 주었어요.
이전에도 몇 번을 얻어 먹었는데 그 때는 시금치 나물처럼 살짝 데쳐서 다진 마늘, 깨소금, 참기름, 소금으로 무쳐서 맛있게 먹었어요.
아, 된장국에도 고구마 잎을 넣어서 끓여 먹기도 했었어요.
이번에는 해방일지 구씨가 먹던 고구마 줄기 김치를 만들기로 했어요.
정확히 말하자면 잎이 달린 고구마 줄기 김치이지요 :-)
한국에서 보던 길고 보랏빛 도는 굵은 줄기가 아니고, 억센 원래 줄기에서 갈라져나온 보드라운 줄기를 따내었습니다.
줄기가 너무 가늘고 짧아서 잎을 제거하지 않고 그냥 다 김치로 만들기로 한 거죠.
잘 씻은 잎달린 줄기를 소금에 살짝 절였다가 냉장고에 남아 있던 김치 양념으로 버무렸어요.
여름 방학 동안 김치 양념을 만들어 두면 오이 소박이를 만들거나 그냥 오이무침을 무칠 때, 또는 마당에서 키운 깻잎을 따왔을 때 사용하기 편해서 좋더군요. 매운 맛이 땡길 때 라면에 한 숟가락 넣기도 하고요.
그렇게 남아 있던 김치 양념을 이번에 다 썼습니다.
어차피 방학이 끝나고 바쁜 학기가 시작되니 김치 요리 해먹을 시간도 별로 없어요.
이제 그럭저럭 냉동식품과 인스턴트 식품 사이를 헤매이다 11월이 오면 김장을 담겠지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이라는 소설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그 제목만은 들어보셨겠지요?
베르테르가 주인공 남자의 이름인 것도 다들 아실테고요.
저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빠다스카치 캔디와 똑같은 맛을 내는 이 사탕의 이름이 베르테르 라는 것을 오늘에야 알았답니다 :-)
오랜만에 독일이 본사인 알디마트에 갔다가 가을 한정판 사과맛 이 캔디를 팔길래 맛이 궁금해서 한 봉지 사왔더랬어요.
오매~ 이렇게 맛이 좋다니! 다음에 몇 봉지 더 사와야겠네!
하고 봉지를 유심히 들여다 보다가 이 상표 이름은 어떻게 발음하는 걸까? 궁금해 하면서 독일식으로 읽어보니 이게 바로 베르테르 더군요.
베르테르에서 상시로 판매하는 사탕은 저 어릴 때 한국에서 즐겨 먹던 빠다스카치 캔디와 똑같은 맛이구요, 사과잼이 들어 있는 이 사탕은 겉에는 딱딱한 카라멜 맛이고 속에는 이렇게 액체 상태의 사과잼이 들어 있어요. 겉부분 사탕은 많이 딱딱하지 않아서 살짝 녹거나 살짝 깨물면 아주 쉽게 으스러집니다.
곧 알디마트에 가서 두어봉지 더 사오려고 해요 :-)
명왕성에는 가을이 슬슬 다가 오고 있습니다.
푸른 하늘 아래에서 백 여명 되는 아이들이 무언가를 하고 있어요.
둘리양도 그 중 한 명이었죠.
요즘 학교 마칭밴드에서 활동하느라 무척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코난군은 아트 레슨 시간에 자화상을 그리고 있는데, 이왕이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모습을 그려보자는 아트 선생님의 제안에 이런 사진을 찍어서 그리고 있어요.
저희 남편과 코난군이 가장 좋아하는 테니스 선수는 스위스 사람 로저 페더러 에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샷, 한 치의 실수 없이 정확한 샷, 이겨도 져도 조래방정 떨지 않는 성숙한 모습이 멋진 선수이죠.
코난군은 페더러 처럼 한 손으로 백핸드 스트로크를 쳐요.
페더러 처럼 나이키로 깔맞춤 한 것도 다 미리 의도한 것이었답니다 :-)
아빠가 공을 던져주고 엄마가 사진을 찍어서 코난군의 아트 레슨을 도왔습니다.
자화상이 완성되면 온가족이 뿌듯할 것 같아요.
한국은 추석 명절이지요?
음력 날짜를 도통 모르고 사는 명왕성에서는 평소와 똑같이 출근하고 일하고 그렇게 지나갈 것 같아요.
저 대신에 모두들 맛있는 송편 드시고 즐거운 명절 연휴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