챌시 님 떡국에 감명받아 저도 고명 얹은 떡국을 해먹었어요.
마침 올해 설날은 명왕성에서도 주말이어서 시간이 여유로웠거든요.
맏며느리이자 외며느리이지만 명절에 음식 지옥에 빠질 일이 없는 저는 우리 아이들에게 한국의 설날 음식은 이런거다 하고 알려주려고 아주 단촐하게 떡국에다 전 한 가지만 만들어 먹였어요.
쇠고기 간 것 사다가 두부를 대충 으깨 넣고 파 당근 잘게 썰어 섞으니 만두소 만드는 일에 비하면 일도 아니게 쉽더군요. 고추 씨 빼고 속을 채워 부치니까 모양은 좀 엉성하지만 맛은 좋았어요.
학기 중에는 바빠서 대충 해먹고 살지만 코난군이 테니스 대회 가는 주말에는 김밥 도시락을 싸주어야 해서 부엌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코난군은 아보카도를 좋아하고 고기도 좋아해서 그 두 가지 재료는 빠뜨리지 않아요.
어느날 인터넷 어디서 보니 김밥을 계란으로 말아서 만드는 법이 있더군요.
사각팬이 아니어도 계란을 추가로 부어가며 살살 말면 김밥 전체가 계란으로 잘 말려요.
약한 불에 살살 잘 굴리는 것이 중요하더구만요.
썰 때도 칼질에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만 대체로 힘들지는 않았어요.
이렇게 만들면 계란을 더 많이 먹게 되어서 단백질 섭취에 좋아요.
김밥을 만들고 있는데 둘리양의 친구가 놀러왔어요.
같은 골목의 이웃집에 사는 아이여서 둘은 등하교도 같이 하고 수시로 두 집을 들락거리며 함께 노는 사이에요.
밥때가 되면 이집 저집에서 서로 밥을 먹이기도 하고 주말에는 슬립오버도 해서 남같지 않게 여겨지는 아이입니다.
제게서 얻어먹는 한국음식을 참 좋아하고 잘 먹어요.
젓가락질도 제법 잘 하죠?
아이들이 좋아하는 크리미 토마토 숩도 해먹고...
과일과 생크림을 넣은 크레페는 얻어 먹은 음식이에요.
설날 고추전이 맛있게 만들어져서 아이들 아트 선생님께 나눠드리러 갔더니 이런 걸 만들어 주시더라구요.
제가 아트 선생님께도 82쿡 회원 가입하시라고 막 부추겼어요 ㅎㅎㅎ
크림색 골든 리트리버 아지는 저를 보더니 애들은 왜 안오냐고 (늘 레슨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아지를 만나게 되니까요) 컹컹 짖었어요.
주의: 먹지 마시오.
ㅋㅋㅋ
이번 학년도에 제가 개인적으로 하고 있는 프로젝트인데요...
저희 학과 동료 교직원이 대략 30여명 인데 생일 맞은 동료에게 이걸 하나씩 만들어서 우편함에 넣어두어요.
먹지 말고 설거지에 양보하세요! 하는 메모와 함께요.
제가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은 몇 년 전에 은퇴하신 선배 교수님 때문이에요.
우리 아버지 보다도 한 살이 더 많으신 베티 선생님은 70대 중반까지도 활발하게 일하셨는데, 우리과 모든 교직원의 생일이면 축하카드를 보내주시고 아이가 태어나면 퀼트 담요를 손수 만들어 선물해주셨어요.
할로윈 호박을 버리지말고 가져다주만 호박파이로 만들어준다는 환경보호 운동을 하시기도 했죠.
친구 친척 없는 명왕성에서 두 아이를 낳을 때마다 정성 가득한 애기 담요 선물을 받고, 해마다 잊지 않고 생일 카드도 보내주시는 것이 감사했죠.
그래서 그 전통을 제가 이어받기로 혼자 결심했거든요.
동료들 생일에는 코바늘로 만든 컵케익을 한 개씩 선물하고, 첫 생일, 아니 처음으로 세상에 태어난 동료의 아이들에게는 조금 더 특별하고 공이 들어간 것을 선물하기로 했어요.
처음 만들때 보다 조금씩 모양이 개선되고 있어요 ㅎㅎㅎ
82쿡 자유게시판에 가끔 보면 누가 뜨개질해서 선물하면 부담스럽고 싫다는 글이 있는데, 다행히도 제 동료들은 모두 제 선물을 좋아해줘요.
미국인들은 손재주가 한국인에 비해 뒤떨어진 경향이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핸드메이드 홈메이드 물건이나 음식을 아주 귀하게 여기거든요.
작년 가을에 만든 담요는 위의 이번 작품보다 부족한 것이 보이죠?
ㅎㅎㅎ
그래도 고맙다는 인사를 몇 번이나 하고 이렇게 사진으로 찍어서 보내주기도 하니 저도 더욱 더 신나게 만들기를 하게 됩니다.
오늘은 제 생일이라서 제 자신에게 선물로 이렇게 자유 시간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키친토크에 글을 쓰는 거에요 :-)
음력 새해에도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