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볶음밥을 맡고 있는 아저씨입니다. 일단 볶음밥 장비부터 꺼내봅니다.
마이야르 반응이나 불맛은 눌어붙어야 나는 맛입니다. 볶음밥도 그 맛을 낼려면 눌어붙어야 합니다. 그래서 코팅팬은 No, 무쇠팬이어야만 합니다.
바닥이 평평하고 묵직한 무쇠팬은 전자기유도 원리를 이용한 인덕션과 완벽한 조합을 보여줍니다. 계란을 깨어 넣는 순간 튀겨지듯 진짜 '프라이'입니다.
눌어붙은 걸 긁어내며 밥을 볶을 수 있는 도구가 필요했습니다. 이걸 사려는데 이름을 몰라서 헤맸습니다. 사고 보니 스페치라고 써있네요. 파기름 내고, 계란 넣고, 양파, 게살 넣고. 볶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식힌 밥을 넣고 스페치로 야무지게 볶아냅니다.
짜장은 철팬 웍에 고기와 야채를 볶아 만들어 놓았습니다. 찌개용 앞다리살에서 비계만 따로 잘라서 그 기름에 야채를 볶아낸 짜장입니다. 감자, 당근, 호박, 양파, 양배추도 듬뿍입니다.
취향대로 아들은 계란 프라이를 올려주고 짜장을, 짜장을 싫어하는 딸은 볶음밥만 담아줍니다. 좋은 아빠입니다. 이런건 생색을 내야합니다. 아내, 딸, 아들 순서로 아빠의 공덕을 예찬하게 합니다.
좋은 재료로 좋은 음식 만들어 먹으며 가족과 행복하게 살고 싶은 중년 남자의 소박함조차도 허락하지 않는 세상이 또 되었네요. 무엇이든 지키는 건 참 어렵네요. 또 싸워 이겨야죠. 모두들 힘내시고 건강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