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장에서 한 이틀 잘먹고 잘놀고 있는데 친구 남편과 웬수 남편이 수근수근하더니 내일은 등산을 하잡니다 . 선착장에서 멀리 보이는 Orford 산을 오르고 싶다고 합니다 . 아이들이 어릴때 한번 가본 산인데 엄청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서 내키지는 않지만 저도 이쯤에서 운동이 필요할것 같아서 군말없이 따라 나섭니다 . Orford 산은 스키장이 있는곳인데 스키 시즌이 아닐때는 사람들이 등산을 많이 하는곳입니다 .
빈속에 산을 오를 자신이 없어 오늘은 간헐적 단식을 멈추고 토스트에 계란으로 아침을 든든히 먹고 출발을 합니다 . Orford 산이 보이네요 .
등산로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
쉬운 코스와 어려운 코스가 있는데 웬수 남편의 주장으로 어려운 코스를 택합니다 .
쓰고 있는 모자도 , 옷차림도 그리고 구부정한 자세도 똑 닮은 아빠와 아들이 나란히 같이 걸어 갑니다 .
길이 가파라지기 시작합니다 .
등산로가 온통 꽃밭입니다 .
힘든 산행을 이 꽃들 덕분에 버텼습니다 . 들꽃들이 너무 너무 예뻐서 쉬운길로 않가고 이쪽으로 온게 정말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 쉬운길로 가면 스키장 보급품을 나르는 신작로라 거의 볼게 없거든요 .
아이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네요 .
친구와 저도 앉아서 쉬면서 기념 촬영을 합니다 .
인도계 2 세인 이친구는 직장 동료이기도 하고 아이들 나이도 비슷하고 , 남편들도 아웃도어 광들이라 , 우리는 늘 할말이 많습니다 . 어느날은 남편들을 도마위에 올렸다가 또 어느날은 사춘기 아이들을 도마위에 올리면서 스트레스를 풉니다 .
올라갈수로 뷰가 좋아집니다 .
등산로 여기저기에 라즈베리가 있네요 . 블루베리도 가끔 보이구요 . 아이들과 남편이 라즈베리 수확에 한창입니다 .
드디어 정상에 도착합니다 .
너무 힘들어서 쓰러질것 같습니다 . 한때는 운동에 빠져서 그 힘들다는 숀티의 인세니티 운동 비디오도도 하고 48 살에 태권도 블랙벨트까지 딴 사람인데 운동을 한 3 년 쉬었더니 이런 조그만 산행에도 아주 초죽음이 되네요 .
정신을 가다듬고 스키리프트에 앉아서 기념 촬영을 합니다 . 아들이 사진을 찍느라 빠져서 7 명이네요 .
이제 하산을 시작합니다 . 이번에는 쉬운길로 내려가기로 했습니다 .
드디어 산행끝 ! 올라갈때 불룩했던 배가 아주 홀쭉해져서 내려왔습니다 . 날마다 이런 산을 오르면 절로 다이어트가 될듯합니다 .
다시 별장으로 돌아갑니다 . 돌아오는길에 덤프스테이션에 들러 오수통을 비워줍니다 . 아쉽게도 물은 없어서 물통은 못채우고 돌아옵니다 .
별장으로 돌아가서 허기가 져서 캠핑카에있는거 아무거나 마구 꺼내서 밥상을 차립니다 . 냉동 피자 , 볶음밥 , 치킨윙 , 치즈와 브로콜리가 들어있는 닭가슴살 말이 , 샐러드등등을 차려놓고 사이좋게 나누어 먹습니다 .
이렇게 먹고나니 웬지 속이 느끼해서 캠핑카로 돌아가서 몰래 김치 수제비도 한 냄비 후다닥 끓여서 먹어줍니다.
먹고나서 큰 숙제를 합니다 . 바로 샤워 ! 캠핑카에 물이 거의 떨어졌으니 샤워를 어찌할까 고민하다 호수에서 샤워를 하기로 합니다 . 물이 얼음장 같아서 내키지 않는데 산행으로 땀을 많이 흘린후라 샤워가 꼭 필요한 시점입니다 . 별장 주인장한테 부탁하면 안에서 샤워를 할수도 있겠지만 친구따라 묻어간 처지에 미안해서 그러고 싶지 않더군요 .
친구가 캠핑전문 가게에서 구입한 물을 오염시키지 않는다는 특수 친환경 비누를 내어줍니다 .
수영복입고 물에들어가는데 꼭 극기 훈련하는것 같습니다 . 어찌나 차갑던지 입수하는데 20 여분 소요 ..
근데 완전히 입수를 하고나니 몸이 적응을해서 의외로 시원하고 좋더라구요 . 그리고 그 거대한 바다같은 호수물에 온몸을 내맡기니 뭔지모를 해방감 같은것이 느꼈졌습니다 . 그 옛날 석기 시대 사람들은 이렇게 목욕을 했겠구나 , 이렇게 자연과 사람이 하나가 되서 살았겠구나 그런 생각도 들구요 .
망을 보아주는 친구와 수다도 떨고 , 물장구도 치고 , 호수에서 목욕하는 그 어이없는 상황이 웃겨서 깔깔깔 웃기도하고 , 의외로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
오늘도 선착장에서 석양을 보는걸로 마무리를 합니다 .
다음날은 친구와 근처 동네 투어에 나섭니다 . 남자들은 별장에서 고칠것도 많고 또 세일 보트를 타고 나간다고 하고 아이들은 늦잠을 자고 싶다고 해서 친구와 단둘이 나서는데 너무 행복합니다 .
아줌마들 둘이 멋진 SUV 를 타고 ( 친구 차 ) 퀘벡의 시골길을 마구 누비고 다닙니다 .
가다가 시골 가계에들러서 소시지도 사고 빵도 사고 , 프렌치 스타일 디저트도 삽니다 . 마트에 가면 남편들이 항상 이것도 사지마라 저것도 사지마라 잔소리를 하다 그들이 없으니 아주 신이 났습니다 .
근데 시골 가계에서 간만에 불어좀 해보려했더니 도저히 입이 떨어지질 않네요 . 예전에는 그래도 간단한 생활불어는 조금 했었는데 저의 평생의 불어 사랑이 무색하게 이제는 인사말조차 어렵더라구요 .
아줌마들의 짧은 일탈이 끝나고 다시 별장으로 돌아오니 딸아이와 친구 아들내미가 호수에서 수영을 하고 있네요 . 수영 못하는 저는 저렇게 수시로 깊은 물에 뛰어들어 노는 저들이 몹시 부럽습니다 .
저녁으로 근처 시골동네에서 사온 신선한 소세지를 그릴에 구워서 핫도그를 만들어 먹습니다 .
아들이 핫도그를 아주 멋지게 세팅을 했네요 .
오늘도 이렇게 하루가 무사히 평화롭게 지나갔습니다 .
캠핑카로 잠자러 가기전 별장 주인 아저씨에게 작별 인사를 합니다 . 아저씨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분이라 내일 아침 일찍 La Mauricie 국립공원으로 떠날 예정인 우리들과 인사를 나눌수 없을것 같아 미리 한것이지요 . 나중에 아저씨가 인도친구를 방문하러 토론토에 올때 다시 재회하기로 하고 작별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