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다가기전에
이번 여름 해먹었던 반찬들로 잠시 찾아뵈었습니다.
새벽에 태풍에 비가 많이 온다고 걱정하는 짝궁과는 달리
저는 암 생각없이 설겆이하는 척하며 사진 몇장 찍고 왔습니다
올 여름에는 아들하고 살았던 비워 둔 아파트 매매할려고 정리하러 다니느라
몸살도 몇번하고 비가 워낙 자주오니까 잔디밭 텃밭 잡초뽑느라 여름이 다 가버렸어요
제가 하는 소박한 음식들 별다를 것 없지만
몇년후로 계획하고 있는 퇴직후에 할 일들하고 조금 연관이 있기때문에
작년부터 해마다 조금씩 기록해두고 있답니다.
그중하나
노각무침입니다. 제가 워낙 좋아해서 해마다 몇포기씩 심어서 따먹고있어요
혹시 마트에서 구입하시더라도 너무 노락색을 띄는 것 말고 이렇게 연둣빛이 남아 있는 노각이 물도많고
더 싱싱한것 같아요 꼭지쪽 쓴맛이나 신맛도 좀 덜하기도 하구요
지난해까지는 소금과 설탕으로 절여서 물기를 짜느라고 돌로 누르기도 하고 했는데
올해는 천일염과 물엿으로 30여분 절여 놓았다가 조금 쉽게 물기를 제거했답니다.
중간크기 노각 두개 기준으로 물엿은 1컵, 천일염은 2큰술
절인다음 물에 씻지말고 그냥 물기만 꼭 짜서 준비해둡니다.
물기제거한 절인 노각에 고춧가루 한술 넣어서 골고루 무쳐서 빨갛게 물들여 놓았다가
고추장, 다진 파마늘, 생강청 넣고 무쳤습니다. 식초나 단맛은 기호에 따라 가감하셔도 되는데
물엿에 절여서 그런지 적당히 단맛이 들어서 먹기 괜찮았어요
입맛없을때 금방한 새밥에 들기름 넣고 노각무침넣어서 비벼먹으면 그냥 밥 한공기 뚝딱 ~~~
여름이 끝나가니 이제 냉장고에 노각 두개가 남아있어서 좀 아쉽더라구요
저 조선호박 찌개인지 국인지 조림인지 잘 모를 반찬도 올여름 저희집 식탁을 풍성하게 해주었습니다.
도톰하게 썬 호박을 들기름에 한참 볶다가 새우젓넣고 자작하게 물을 붓고 끓입니다.
이때 간을 보시고 적당하다 싶어도 나중에는 싱거워 져서 간을 조금 더 해야되더라구요
저는 늘상 새우젓으로 맛을내면 2% 모자라던 맛을 올해는 국간장을 조금만 넣고 마늘 한술넣고
뚜껑덮고 한소끔 더 끓였더니 시원하고 진한맛이 나서 괜찮더라구요
남으면 냉장고에 넣어서 차게 먹어도 맛있구요
해마다 무농약으로 농사를 짓다보니 특히 고추농사는 어렵더라구요
그래서 올해는 풋고추일때 실컷 따 먹자고 익지도 않은 풋고추를 한 소쿠리씩 따다주는 바람에
억지로 이렇게 풋고추 김치 3중세트가 만들어졌답니다.
맨위 조금 덜익은 6월산 여린 풋고추인데 멸치진젓국에다 절였다가 김치를 담았습니다.
그리고 맨왼쪽은 7월에 매운맛이 들기전에 잘 자란 풋고추인데
꼭지 쪽으로 한쪽만 칼집을 넣어 소금물에 몇시간 절였다가 멸치액젓으로 가볍게 버무린 풋고추 김치
맨 왼쪽은 올해 새로심은 당조고추라고 하는데
제 입맛에는 적응하기가 어려워 고추소박이로 담았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요리법은 고추잡채만들어 라이스페이퍼로 열심히 소비하는 중이구요
맵지 않고 아삭하니 먹을만 하고 파프리카보다 식감이 조금더 단단한정도로 고추잡채만들기 좋다는 생각이 들었구요
세 가지 중에 어느것이 제일로 맛있느냐고 하신다면
저는 두번째 그냥 액젓으로 담은 김치가 깔끔하니 아삭하고 맛있어서 열심히 먹고 있답니다.
내년에는 두번째 김치를 더 많이 담을것 같은데 남편은 손많이 가는 소박이가 더 좋다고 합니다.
같은 농산물로 만드는 반찬들이지만 해마다 조금씩 방법을 달리하기도 하고
새로운 맛을 낼 수있다면 도전해서 그 맛을 찾아내고도
또 다음해가 되면 기억이 가물가물하기도 해서
이제는 간단하게라도 기록하는 습관을 들여서 2년째
다음번에도 허접하지만
또 다른 식재료로 새로운 반찬으로 찾아뵐게요
아무쪼록 태풍이 우리나라에 피해 좀 덜 입히고 조용히 사라져주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꾸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