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격주 주말마다 만두를 빚습니다.
만두 한 판 빚어서 튀겨놓으면 한 끼 식사로 먹일수도 있고, 도시락으로 싸가기도 좋고, 이웃과 나눠먹기에도 언제나 환영받는 음식이거든요.
그런데 말입니다...
(고개를 회까닥 돌려 2번 카메라를 쳐다봄 :-)
왜? 격주 주말마다 만두부인은 만두를 빚어야만 하는걸까요?
혹시, 그녀가 살고 있는 명왕성의 여건이 그런 운명을 초래한 것은 아닐까요?
(다시 몸을 돌려 이번에는 3번 카메라로 클로즈 업!)
그것이 알고 잡다, 오늘은 명왕성의 만두에 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뚱두구두구~~~
다진 돼지고기 위에 놓인 저 요상망측한 덩어리는 다름아닌 콩비지 입니다.
코난아범은 우유보다는 두유를 좋아해서 아침마다 씨리얼을 두유에 말아먹곤 해요.
그런데 파는 두유는 콩 본연의 맛보다는 감미료나 인공향이 너무 강해서 싫다며 직접 두유를 만들어 먹어요.
직접 만든 두유는 콩국수의 콩국물과 많이 다르지 않아요.
명왕성 거주민이라면 누구나 하나쯤 갖고 있는 두유제조기 :-)
두유 한 주전자 만들 때 마다 콩비지가 한 덩어리씩 나오는데, 면포로 꼭 짜서 얼려두었다가 만두를 빚을 때 두부 대신에 넣으면 좋아요.
한 2주일간 콩비지를 모으면 만두를 80개 쯤 빚을 분량이 나와요.
만두 80개를 만들기 위해서 들어가는 다른 재료로는, 불린 당면 한움큼
명왕성 국제시장에 들어오는 숙주나물 한 봉지와 부추 한 움큼 등이 있습니다.
숙주 나물은 간편하게 전자렌지에서 7-8분 돌려 익히는데요, 면포로 꼭 짜고나면 부피가 3분의 1 정도로 팍 줄어요.
수분이 이렇게나 많이 들어가 있었던 거더라구요.
이 모든 재료를 잘게 썰어서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고 손으로 주물럭 주물럭 잘 섞어 주어야 합니다.
숟가락으로 대충 섞으면 어떤 만두는 짜고 어떤 만두는 싱겁게 되거나 어떤 만두에는 고기만 많고 어떤 만두에는 야채만 많은 불평등 만두가 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죠.
차별받는 존재가 없는 평등한 세상을 꿈꾸며 주물럭 주물럭 하다보면 평등한 만두속이 준비됩니다.
만두피는 명왕성 국제시장에서 파는 것을 사다 쓰는데, 한 팩에 50개가 들어있어요.
속을 아끼면서 넣어 만들면 두 팩에 100개가 되는데, 보통은 80개를 만들면 만두속이 딱 맞아떨어져요.
이 기계를 사기 전에는 찐만두를 주로 해먹었지만, 이제는 무조건 튀깁니다.
싸리비를 튀겨도 튀기면 맛있다잖아요 ㅎㅎㅎ
튀김기의 기름이 충분히 가열되기를 기다리는 동안에 만두를 빚습니다.
만두피 가장자리에 물을 찍어 바르고요...
밥숟가락으로 한 입 정도 되는 분량을 속을 떠 넣고요...
물이 묻은 가장자리를 손가락으로 꾹 꾹 눌러 닫아주어요.
그래도 가끔은 자유분방한 만두가 옷을 풀어헤치는 불상사가 있으므로 가장자리를 잘 접어서 절대로 네버 에버 안벌어지게 단도리를 해줍니다.
이렇게 빚어서 튀기면 가장자리가 과자처럼 바삭하고 고소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좋아해서이기도 해요.
저희집 튀김기는 작은 용량이라 한 번에 10개씩 튀기면 딱 맞아요.
튀김기에 빚은 만두 열 개를 넣고 뚜껑을 덮으면 처음에는 조용하다가 2-3분이 지나면 바글바글 끓는 소리가 나기 시작해요.
아마도 처음에는 만두의 겉면이 익느라 조용하다가 속부분의 수분이 뜨거운 기름과 만나서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가봐요.
그러면 그 시끄러운 소리가 나기 시작한 시점에서 정확하게 1분 후에 튀김기에서 만두를 건져내면 마치맞게 튀겨진 겁니다.
즉석에서 먹으려면 이대로 접시에 담아 제공하고, 잠시 후에 먹겠다거나 내일 도시락으로 싸가겠다 하면 만두를 한 김 식힌 후에 다시 한 번 더 튀겨주어요.
이번에는 만두를 넣고 시끄러운 소리가 나면 30초만 더 기다렸다가 건지면 됩니다.
이렇게 두 번 튀긴 만두는 하루 이틀이 지나도 바삭함이 유지되어요.
그 상태로 냉동시켰다가 몇 주 후에 꺼내서 데워먹어도 맛있고요.
맛있는 만두의 비법을 공개합니다!
두둥~
특별한 재료나 원료의 비율 같은 것은 별로 상관없고요...
그냥 직접 만들기만 하면 맛있습니다 :-)
공장에서 만들어 냉동해서 마트로 운반해서 파는 것은 유통과정이 길어서 맛이 없어지는 것이고요, 집에서 직접 만들어서 바로 먹는 것은 재료와 상관없이, 솜씨의 영향도 별로 받지 않고, 그냥 맛있어요.
요즘 트렌드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인것 같던데...
저는 밥 잘 얻어먹던 못생긴 여동생이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