ㅋㅋㅋ
주방용품 주문하셨죠?
배달왔습니다.
여기에 싸인해주시고요...
개봉박두!
두둥~~
저희 명왕성 이웃인 두콩이 님은 이런 주방용품으로 이런 걸 막 만드세요.
한국식 빵이 언제나 그리운 저희 부부는 이 소보루빵을 보며 과연 이것이 명왕성에서 인간의 손으로 만든 것인가 아니면 어디선가 냉동반죽을 공수해서 구운 것은 아닌가 열심히 토론을 할 정도로, 맛있는 소보루 빵을 두콩이 님이 나눠주었어요.
비법을 물어보니, 무림의 고수가 그러하듯, 별다른 비법은 없다며 레서피 동영상 링크를 보내주셨는데, 다른 건 모르겠고 키친에이드 스탠드 믹서가 제 눈에 들어오더군요.
그로부터 또 며칠이 지나고...
이번에는 이런 작품을 만들어내신 두콩이님!
이 케익도 틀림없이 키친에이드 스탠드 믹서를 사용했겠지?
그렇다면 나도!
ㅎㅎㅎㅎ
그래서 저도 하나 장만을 했습죠.
허나, 저의 속셈은 케익이나 소보루빵 보다는 이십 년 전에 즐겨 사먹던 김떡순의 "순"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더 컸어요.
(인터넷에서 퍼온 김떡순 사진)
설마 김떡순을 모르시는 분이 계실까요?
여담이지만...
두콩이 님은 김떡순의 정의를 전혀 모르고 계시더군요.
저보다 한참 젊은 세대라 그런지...
명왕성 국제시장 냉동식품 코너에는 가끔식 진공포장한 냉동 순대가 들어올 때가 있어요.
아주 작은 바나나 만한 순대 네 덩어리에 무려 10달러 (만원)! 하는 가격도 제 주머니 사정에는 후덜덜한데, 전자렌지에 데우거나 찜기에 데워서 먹어보면 아쉬운대로 먹는 맛이지, 감동할 만큼 맛있지가 않았어요.
언젠가 인터넷에서 보니 해왕성이나 천왕성에 사시는 분들이 키친에이드 스탠드 믹서로 순대를 만들어 드신다고 하더군요.
열공해서 저도 만들어 보았습니다.
중요한 재료로는, 돼지피와 순대 껍질이 될 돼지 창자가 있어요.
다행히도 얼린 돼지피는 명왕성 국제시장에서 팔고 있었고, 돼지 창자는 깨끗이 씻어서 소금에 절여 포장한 것을 아마존 닷 컴에서 싸게 팔고 있더군요.
"쏘세지 케이싱" 이라고 검색하면 아마존 식품부에서 찾으실 수 있습니다.
염장된 창자를 하룻밤 물에 불려서 소금기를 빼고 부드럽게 풀어지게 해두었어요.
그 밖의 재료로는 불린 당면, 찹쌀로 지은 밥, 다진 돼지고기, 잘게 썬 부추와 파와 양파를 넣었어요.
스탠드 믹서에 다 때려붓고 잘 섞으라고 시켰어요 :-)
다음은 스탠드 믹서 윗 쪽에 소세지 만드는 부품을 장착하고 앞주둥이에 창자를 끼워요.
남편은 깔대기에 섞어둔 재료를 넣고 마누라는 주둥이로 나오는 재료가 창자에 잘 담기게 잡아주고...
부창부수, 에헤라 디야~
(참, 사진은 둘리양이 찍어주었네요. 어린이의 눈높이가 이 정도 입니다 :-)
순대의 양 끝은 잘 묶어서 재료가 빠져나오지 않게 해야죠.
참, 이제야 알게 된 거지만, 순대라는 것이 재료를 꽉 꽉 다져 넣어서 만든거라, 저 작은 한 토막에 얼마나 많은 당면과 고기와 야채와 찹쌀이 들어가는지 예전엔 미쳐 몰랐어요.
순대 일 인분을 썰어 주시던 민주 떡볶이 아줌마의 손길이 아쉽다고 느꼈었는데, 그게 아니고 정말 조그만 한 토막이 양이 많은 거였더라구요.
속을 잘 채운 순대를 물에 한 번 삶아줍니다.
삶기 전이나 후가 별 차이는 없어 보이죠?
김떡순의 "순"이 완성되었으니 나머지 "김" 그리고 "떡"도 장만해야죠.
문 크리스탈의 요정이여, 빛으로~
"김"
"떡"
"쑤~~~~~~~~ㄴ"
떡볶이에 튀김만두를 굴려 먹는다든지...
써비스로 나오는 어묵국물도 완벽재현 :-)
이렇게 명왕성의 김떡순이 완성되었더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추리닝 차림에 쓰레빠 신고 엘리베이터만 띵~ 타고 내려가면 간편하게 언제라도 사드실 수 있는 김떡순이 은하계 어느 별에서는 작정하고 열공하고 시간들이고 공들여야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는 걸 기억해 주세요 :-)
끄~~~~~읕
하고 그냥 나가면 무언가 허전하니 (사실은 사진 올릴 용량이 아직 여유가 남은 것이 아까워서 :-) 잠시 광고말씀 드립니다.
2018년 봄을 강타한 은하계 최고의 육아지침서, [아이는 누가 길러요] 를 소개합니다.
한겨레 신문 베이비 트리에서 육아 칼럼을 연재하시는 서이슬 님이 그동안 썼던 글을 엮어서 책으로 내셨는데, 제 평소 철학과 너무너무 일치하는 생각을 잘 풀어 쓰셨더군요.
책값을 절약하시고 싶으시다면 한겨레 신문 베이비 트리 섹션에 가셔서 저자가 그동안 썼던 글을 로그인이나 뭐 그런 귀찮은 절차없이 다 읽으실 수 있고요, 책을 사읽고 싶으시다면 책값이 1만 4천 원 이라고 뒷 면에 써있네요.
서이슬 님과 저는 서로 블로그를 오가며 친분을 쌓은 사이이지만, 이 책의 판권이나 수익에 대해서 저는 아무런 상관도 없습니다.
그냥 제가 읽어보니 좋았던 책이라 소개하는 거예요 :-)
그럼 다음에 또 명왕성의 음식으로 찾아오겠습니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