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82식구님들, 편안한 잠자리 되고 계신지요? ^^
저도 이미 잠들어야 할 시간인데,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82에 글을 남길까 싶어서
친정부모님께서 같은 아파트 같은 동으로 이사오신 이야기 좀 하고 자려고 해요.
17년째 뇌졸중을 앓고 계신 아버지의 기력이 점점 떨어지시고,
아버지 곁을 돌보는 울엄마도 너무 힘들어 하셔서,
지난 2월에 큰딸인 저와 같은 아파트, 같은 동으로 이사를 오시게 되었어요.
솔직히 친정부모님이 가까이 이사오신다고 생각하니 마음의 부담이 없지 않았는데,
정작 이사를 오시니 제 마음이 참 좋고 편하고 그래요.
매일 전화로만 통화하면서 안타까워할 때가 많았는데 이제는 매일매일 얼굴도 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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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엄마가 가까이 이사오시니까 좋은 점이 참 많네요.
김장김치 물릴 때가 되었는데 엄마가 새김치도 막 담아주고.^^
사위가 양념게장 좋아한다고 매콤달콤하게 게장도 무쳐 주시고 그래요.^^
그렇다고 제가 엄마한테 얻어먹기만 하는 건 아니에요.ㅎㅎㅎ
제가 일이 없는 수요일에는 친정부모님을 집으로 모셔와서 가끔씩 점심도 차려드렸어요.
엄마가 좋아하는 돼지갈비찜이랑 골뱅이 무침, 차돌된장찌개, 양배추숙쌈, 시금치나물을
차렸는데 엄마는 갈비찜을 잘 드시고 아버지는 시금치 나물을 잘 드셨지요.
밥 한끼 차려드린 것 뿐인데 잘 드시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뿌듯하고 기뻤답니다.
골뱅이무침, 먹음직 스러운가요? ^^
동생이 오는 주말에는 엄마, 저, 여동생 셋이서 만두도 만들었어요.
김장김치 반통, 숙주나물 한 박스, 갈은 돼지고기 세 근,
다진 양파랑 대파, 두부 등을 넣고 들기름 한병과 후추 등을 넣고 만두 속을 버무렸지요.
물기를 짜고 재료를 다져 놓고, 달걀을 넣어 버무리기 직전이에요.
너무 뻑뻑하지도 질척하지도 않게 만두 속이 맛있게 완성되었습니다.^^
동생은 연신 나오는 설거지감을 씻어내고 저랑 엄마는 만두를 빚었어요.
엄마가 하시는 말씀이, 우리 셋이면 소도 잡겠대요.^^
만두피가 모자랄 것 같아서 밀가루로 만두피 반죽을 만들었는데,
아, 반죽을 밀 홍두깨가 없어진거에요. 그래서 임시방편으로 소주병을 꺼냈답니다.
예전에 소주병으로 만두피 밀고 그랬던 기억, 저만 있는 거 아니죠? ^^
왕만두를 200개쯤 만들고 열심히 빚은 만두를 바로 쪄먹어 보았어요.
엄마의 오래된 접시에 담긴 김치만두가 정말로 너무 맛있었답니다.
사진은 별로 안 맛있어 보이네요.ㅠㅠ
아버지께서 한쪽 손을 못쓰시니까 가끔씩 누가 옆에서 도와드려야 해요.
납작한 접시라 잘 안떠지는 만두를 숟가락으로 밀어 드리기! ^^
날이 조금 따뜻해져서 지난 토요일에 부모님 모시고 호수공원엘 다녀왔어요.
그동안 춥기도 하고 황사 때문에 밖에 나가지 못하셨던 아버지는
일산으로 이사오시고 처음으로 바깥바람을 쐬시는 거였어요.
제가 있는 재료로 급하게 김밥도 몇 줄 싸고, 한라봉이랑 커피를 챙겨서 다녀왔어요.
아버지는 휠체어에 타셨다가, 아주 잠깐씩 일어나서 운동삼아 걷기도 하셨답니다.
친정부모님께서 제 옆으로 오시니 기쁠 때가 있습니다.
아버지를 사이에 두고 우리 가족 넷이서 함께 사진 찍을 수 있어서 기쁩니다.
친정부모님께서 제 옆으로 오시니 가끔 슬플 때가 있습니다.
등을 구부린 아버지가 힘들게 발을 떼며 걷는 뒷모습을 볼 때 슬픕니다.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할 때가 있습니다.
소주 좋아하시는 우리 아버지가 오랜만에 시원하게 한잔 쭉 들이키시는 걸 보니 기쁘다가,
한평생 그 좋아하시던 소주를, 이제는 마음 편하게 드실 수 없다는 사실이 슬프네요.
삶이란 기쁜 일과 슬픈 일의 연속일테죠.
원하던 원하지 않던 살다보면 저는 기뻤다가 슬펐다가 즐거웠다가 괴로웠다가 하겠지요.
만약에... 만약에요... 사람마다 각자에게 주어진 감정의 몫이 있다면,
저에게 주어진 기쁨의 양을 조금만 아버지께 드리고 싶어요...
지난 번에 제가 친정부모님과 가까이 살게 되었다고 소식을 전했을 때
많은 분들이 좋겠다고, 부럽다고 하셨었죠?
함께 살아보니 정말 좋네요.
앞으로도 늘 좋은 날만 있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82님들도 늘 좋은 날만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