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6.14 월요일의 아침밥상...
쌀 씻어 밥솥에 쌀 안치고,
막바로 냄비에 물 붓고
다시마에 국물멸치도 몇 줌 넉넉하게 넣고는
가스불위에 올려서 국 끓일 준비를 시작합니다.
어제 저녁에 기름진 음식들을 먹었기에...
오늘 아침에는 기름기 없이 담백하고 시원한 콩나물국을 끓이려고 합니다.
콩나물국은 기본적으로 국물이 맛있어야 하지요.
팔팔 끓어오르면 불을 좀 낮추어서 계속해서 멸치국물을 좀 더 우러내면서...
이렇게 냄비가 끓는 동안
저는 부엌바닥에 앉아서 콩나물을 다듬었지요...^^

국물 우러낸 건더기들 다 건져내고
손질한 콩나물을 넣어요.

콩나물이 모두 제대로 익으면서 동시에
시원한 특유의 맛이 국물에 잘 우러 나오도록 끓여줘야지요.
콩나물을 끓이다 중간에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
콩나물이 비리게 삶긴다고들 하니,
아예 뚜껑을 닫지 않고 이렇게 콩나물이 익어가는 정도를 봐 가면서
중간에 숟가락으로 한 두번씩 저어가면서 끓이면
콩나물 비린내 신경쓸 일이 적어지고 편합니다.

콩나물 줄기가 반투명 해지고
노란 콩나물대가리도 부드럽게 잘 익었다 싶으면
몇줄기 건져서 입에 넣어 먹어 보지요.
다 끓여갈 때 즈음,
대파 썰어 놓은 것을 넣어 주고..

마지막 마무리로 빨간 고추를 잘게 썬 것을 조금 넣어 주었어요.
안 매운 빨간고추를 썰어서 넣어도 좋고,
칼칼한 매운맛 국물이 좋다면 매운맛의 빨간 땡초고추로 다져 넣으면 되겠지요?
저희집은 작은녀석이 아직도 땡초가 들어간 음식은 입에 넣으면 맵다고 펄쩍 뛰는지라...
순한맛의 색깔만 빨간 홍고추를 넣어서 이렇게 끓였어요.
제일 중요한 마무리 간은 새우젓으로...
국물맛이 시원하면서도 감칠맛이 돌게 됩니다.
국이나 찌개같은 뜨끈한 국물 한가지가 없으면
목으로 밥이 넘어가질 않는 우리집 식구들이기에,
밥 안쳐 놓았고, 또 이렇게 국 한 솥 끓여 놓았으면...
벌써 기분상으로도 아침상이 90% 정도는 다 준비된 듯 해서
이때부터는 더 여유롭게 다른 찬거리 하나씩 하나씩 만들어 가게 됩니다...^^

오늘은 나물 반찬 몇가지를 즉석에서 조금씩만 만들어서
아침밥상에 올리려 합니다.
냉장고에 뭐가 남았나 야채서랍을 열어보니
나물 해 먹을만한 것들이 몇가지가 나오네요.
우선, 냄비에 물 받아서 가스불에 올려
물이 끓어오를 동안 시금치부터 얼른 한 단 손질을 합니다.
조금 후에 냄비물이 팔팔 끓어 오를 때.
퍼뜩 손질끝내고 깨끗이 씻어놓은 시금치를 이렇게 데쳐 냈지요.

찬물에 헹궈 열기 다 빼낸 시금치를 꼭 짜서
먹기좋게 가닥가닥을 풀어가며 정리해서
국간장과 참기름으로 이렇게 조물조물 무쳤어요.
참기름 고소한 냄새가 이때부터 진동을 합니다...^^
얼마 되지도 않는 양...
무치면서 1/3은 제가 다 먹어버렸네요.
제가 꼬신 참기름 냄새에 좀 약해요...^^

그리고 기왕 콩나물 꺼낸 것...
아까 손질할 적에 제법 넉넉하게 손질 해 두었기에
국에 넣어서 끓이고도 많이 남았었지요.
당연히... 콩나물도 맛있게 볶아 먹어야 겠지요?
참기름 두르고 약불로 달달 볶아 줍니다.
스텐냄비에 콩나물 넣고 센불로 볶다보면
콩나물 꼬랑지가 스텐냄비 내벽 여기저기에 달라붙으면서 까맣게 타기 쉬워요.
약불로 여유있게 볶다보면
콩나물에서 물이 스며나오면서 수분이 충분히 맞춰지니
냄비 바닥이나 내벽안쪽에 들러붙는 일도 없이, 알맞게 익어가지요.

콩나물 줄거리가 나른하게 늘어지면서 거의 다 익었을적에
집간장으로 간 하고 깨소금도 뿌려야지요.
몇 가닥 젓가락으로 잡아 먹어보니,
맛있게 잘 볶아졌네요.
적당한 반찬통 꺼내어서
볶아낸 콩나물은 반찬통에 옮겨 놓고,

나물을 연달아 볶을 때에
냄비는 씻지 않고 그대로 연이서서 씁니다.
이어서 같은 맛의 같은 양념으로 볶아내기 때문에 그렇지요.
냉장고안에 반 정도 남은 무토막이 있는데,
이 맛난 무를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습니다...^^
무도 적당하게 채 썰어서 냄비에 넣고
참기름 적당히 두른 다음, 무나물을 볶았어요.

마찬가지로 국간장으로 너무 짜지 않게..
오히려 약간 심심한 듯 간 맞춰 볶아냈지요.
촉촉하고도 단 맛이 물컹 베어나오는 이 무나물...
그냥 맨 밥에 척척 올려 먹어도, 아니면 고추장 한 숟갈 퍼서 쓱쓱 비벼 먹어도...
어떻게 먹든지간에 정말 맛있지요?

무나물도 반찬용기 꺼내어서 덜어 내고,
이번에는 염장미역줄기 한 봉지를 꺼내어서 빈 냄비에 넣었어요.
무가 익어가는 동안 염장미역줄기 봉지 뜯어서 미역줄거리 깨끗이 씻고
깨끗한 찬물에 담궈 남은 소금기 다 우러 나오도록 두었다가
물기까지 빼 두었기에 바로 볶을 준비가 되어 있었거든요.
이 미역줄거리는 참기름이 아니라 일반 식용유를 넉넉하게 둘러서
숟가락으로 달달달 덖어가면서 맛나게 볶아 줍니다.

어느정도 볶아졌으면 간을 해야 하는데,
미역줄기 볶을 적에는 국간장도 좋고,
새우젓으로 간 해서 볶아도 맛이 좋아요.
어느쪽이든 편한 것으로 간만 입에 맞게 딱 맞춰 볶아내면 됩니다.
맨 처음 콩나물국 끓일 때 쓴다고 꺼내놓은 새우젓이 바로 옆에 있었기에...
오늘은 새우젓으로 간을 맞춰가며 볶았지요.

입안에 꼬들꼬들...
씹는 느낌도 좋고
미역줄기 자체에서 향긋한 바다내음이 물씬 풍겨나와서
다른 나물들과 같이 먹으면 이 또한 밥도둑 반찬...^^

저희집은 아침마다 계란을 삶아요.
삶은 계란을 식탁위에 놓여 있는 전용 사기그릇에 차곡차곡 나란히 세워둡니다.
아이들이 학교를 다녀오면 으례 배고프다고 간식타령을 하기 마련인데...
우유 한 잔에 이 삶은 계란을 까서 소금에 찍어가며 아주 맛있게들 먹는답니다.
두어개 먹고나면 속이 든든하다고 하지요...^^
오늘 아침에도 밥 안치면서 바로 계란을 7개 삶았는데...
삶은 계란도 있겠다...
간단하게 감자사라다 조금만 만들어 봅니다.
사실, 이건 제가 먹고 싶어서 만든거랍니다...^^
감자를 깍뚝썰어서 먼저 끓는 냄비에 넣어 삶다가,

감자가 부드럽게 익어간다 싶을적에
여기에 깍뚝 썬 당근도 넣어 줍니다.
감자와 당근이 익는 속도가 달라서
이렇게 당근은 좀 늦게 넣어 주는 거지요.
당근은 감자처럼 제대로 폭신하게 푹 익힐 필요도 없구요.
그렇다고 딱히 따로 익힐 필요없이
이렇게 한 냄비에 같이 삶아내면 설거지감도 줄어들고 편해요.

감자와 당근은 흐르는 물에 헹구고
열기가 가라앉고 차가워 지도록 찬물에 좀 담궈 두었다가
채반에 받쳐 물기 빼내고 쓰면 됩니다.
이렇게 물기 뺀 감자와 당근, 그리고 삶은계란과 오이, 크래미....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만 가지고도
고소한 마요네즈에 버무려 내기만 하면
아주 맛난 감자사라다가 되지요...^^

국부터 반찬까지 모두 풀인지라...나물 종류만 주루륵 상에 올려내면
매일 '고기고기' 하면서 단백질 반찬 좋아하고
요즘들어 밥도 2공기씩 먹곤 하는 작은녀석이
먹을만 한게 마땅치 않겠다 싶어서...
고등어 큰 것 한마리 구워 봅니다.
생선구이기에 적힌대로라면 고등어는 10분 굽는다고 되어있지만
그것은 구이기안에 가지런히 옆으로 넣고 구울 수 있을만큼의 작은 고등어의 경우이고...
이렇게 사선으로 놓아도 꼬리가 바깥으로 나올 정도로 큼직한 고등어라면
15분은 구워줘야 하지요.

생선이 익기를 기다리는 동안,
마지막 반찬...
추억의 분홍색 소시지를 계란물 입혀 구워요.

값 비싼 고급 수제햄이니 뭐니 해서
요즘에는 이 분홍쏘시지가 왠지 상대적으로 싸구려 식재료인듯 느껴지는 듯도 하지만...
이 엄마때에는 가장 인기 있고 맛있던 도시락 반찬 1순위였다고
아이들에게 자주 이야기하기도 해요.
이 소시지의 맛에 대한 그런 추억이 없는 아이들이기에...
가끔 엄마가 별로 맛도 없는 것 같은 이 소시지를
왜 이리도 자주 사서 구워줄까 하고 궁금해 하거든요...^^
그런데 사실 이렇게 구워먹어도
딱 옛날에 정말 맛있게 먹었던 그런 똑같은 맛이 안 나요.
소시지들이 변한건지...
내 입맛이 변한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추억의 맛이 불현듯 그리워지면
이렇게 분홍 소시지를 또 구워내네요.

이제 밥 차릴때가 되었네요.
나가보니, 생선도 다 구워졌구요.
제 몸의 기름으로 스스로 지글지글...
여분의 기름들은 다 아래로 빠지고
겉은 파삭파삭...속살은 야들야들한 이 고등어.
몸에 좋은 기름기 많은 생선답게
역시 맛있게 구워졌네요.

이렇게 오늘의 아침상을 차렸습니다.
몇 젓가락 먹다가 아차 싶어서 찍었답니다.
왼쪽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구운 김과 김장김치, 콩나물, 시금치나물, 무나물..
마늘장아찌, 소시지구이. 미역줄기볶음, 그리고 사라다예요.

이것 안 구웠으면 큰일날 뻔 했네요.
얼마나 잘 먹든지...
이 큼직한 고등어가
마지막에는 앙상한 생선뼈 밖에 안 남았어요...^^

왼쪽에 보이는 삶은 계란이
아이들이 학교 갔다 돌아와서 먹을 오늘의 간식이지요...^^
시원한 식혜도 어젯밤에 한 통 가득 만들어서
김치냉장고에 살얼음 얼도록 넣어 두었구요.
아이스크림 냉동실에서 꺼내 먹는 것 보다,
얼음같은 달달한 식혜 한 그릇 가득 부어 한 사발 먹으면
몸이 추워질 정도예요...^^
여하튼
이런 먹거리 하나하나에
감사하는 마음 가득 담아....
오늘도 아침식사 든든하게 잘 먹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