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줍고 물에 불려 껍질 벗기고, 갈고 걸러낸 앙금으로 쑤던 묵과는 다르다.
앞에 과정은 마트나 인터넷으로 먹고 싶은 묵가루 사는 것으로 대신한다.
‘묵 쑤는거야.’ 풀 쑤듯 하면 되지만 계량은 조금 신경 써야 한다. 물이 너무 많으면 잘 굳지 않고 풀처럼 된다.
보통 묵가루 한 컵에 물 5~7컵 정도로 표시되어 있으니 그대로 하면 된다.


H씨가 6월부터 도시락을 싸겠단다. 고기가 빠지지 않는 급식 먹기가 힘들기도 하고
상추며 넘쳐나는 야채도 먹어 치울 겸 도시락을 가져갈 생각이란다. 그래서 묵을 좀 많이 쒀 말렸다.
세상 참! 식품건조기라는 게 있다. 무든 호박이든, 과일이든 잘 썰어 널기만 하면 하루 밤 정도면 말려준다.
건조기에 하룻밤 돌렸더니 딱딱하게 잘 말랐다.
지난 주말 만들어 냉장고에 보관하던 묵말랭이를 선거개표방송 보며 꺼내 물에 불렸다.
아무래도 아침엔 바쁠 것 같아 도시락 반찬 미리 준비했다. 묵말랭이 볶음과 당조고추 무침이다.

불린 묵을 센 불에 살짝 올려 물기 제거하고 들기름 두르고 느타리버섯과 볶았다.
다진 마늘과 파로 향을 더하고 간은 간장과 소금으로 했다.
H씨 기운 없어 하는 것 같아 마지막에 배즙으로 단 맛을 더했다.
아삭하니 씹는 맛이 좋은 당조 고추는 된장으로 무칠까 하다
‘입맛을 돌게 하는 시큼한 맛’이 좋을듯해 초고추장으로 살짝 무쳤다.

‘묵말랭이 볶음’ 어머니 드셨다면 “세상 참 좋아졌다.”하셨을 거다.
밀가루 풀 쑤듯 묵 쑤고 하룻밤 새 묵 말리는 건조기를 그 시절 어머니는 상상이나 하셨을까?
지금이야 도시에서 묵이 별미이고 다이어트 식품, 건강식이지만 그 시절 묵은 참 신산하고 서러웠을 음식이다.
그래서 묵에 더 정이간다.
*정작 나는 먹지 못하고 출근했는데 아침에도 잘 먹었고 도시락 반찬으로도 훌륭했다 전화 왔다.
묵은 상상력만 있다면 다양한 먹거리가 가능한 음식이기도 하다.
*음식보다 탁자에 관심 보이는 분을 위해 탁자 공개합니다. 리빙데코에 올렸었는데 여기 다시 붙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