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몇 시에 잤어?” 물어보니 “한시쯤!” 답합니다.
“축제는 재미있었어?” 물으니 “그냥! 피곤해.” 목소리에 귀찮음이 묻어납니다.
“저녁은? 나가서 먹을래? 뭐 먹고 싶어?”
“그냥 아무거나, 나가서 먹기 싫은데…….”라고 말하는데,
‘나 피곤해, 졸려! 아무것도 하기 싫어!’로 들립니다.
“밥 없어. 해야 하는데 뭐 해줄까?” 묻자,
“아무거나!” 하더니 이내 “시켜먹자? 피자.”라고 합니다.
“엄마가 그런 것 시켜주지 말라고 했는데…….”
“요즘 너무 많이 먹는다고, 점심도 샌드위치 먹었잖아!” 하니
“그럼 밥을 해주든가.”하는 말에 밥알 세고 있는 아이모습이 겹칩니다.
은근히 부아가 났지만 아무 말 안했습니다.. 뭘 좀 먹이긴 해야 하니까요.
‘만사 귀찮다’는 기운 없는 목소리로 “엄마 언제온데?” 묻기에
“저녁 먹고 온댔으니 늦겠지, 아홉시나 열시쯤! 떡볶이 해줄까?” 다시 물으니
“응”이라 대답합니다.
오늘 저녁은 떡볶이입니다.
혹 밥알 세거나 하면 간식으로 주려고 낮에 장볼 때 가래떡 사 놓은 게 있습니다.
후라이팬에 고추장, 다진 마늘 넣고 들기름에 살짝 볶았습니다.
계란도 하나 삶았습니다. 넣어 주려고요.

가래떡은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냉동고에 굴러다니던 군만두 세 개 넣고,
양념과 잘 섞은 후 작은 컵으로 반 컵 남짓 물 부어 낮은 불에서 끓입니다.
상추와 깻잎을 씻고 파를 다듬습니다.
‘당조’라는 파프리카 맛이 나는 노란색 기능성 고추도 하나 씻었습니다.
야채 넣기 전에 설탕대신 배 농축액 두어 술 넣어 저었습니다.
본래 설탕이나 조청, 단맛 나는 것 안 쓰는데 뭔가 달달한 걸 먹여야겠습니다.
삶아 껍질 벗겨 놓은 계란과 상추, 깻잎, 당조 넣고 양념에 한번 버무리기만 하면 됩니다.
그런데 아이의 식욕을 자극할 뭔가가 부족합니다.
피자 먹자던 아이 말이 생각났습니다. 치즈입니다. 치즈 한주먹 고명처럼 얹었습니다.

그냥 떡볶이에서 치즈 떡볶이로 변신 성공입니다.
‘맛있다’며 남김없이 먹고 텔레비전 보며 좀 쉬는 것 같더니 어느새 잠들었습니다.
씻고 푹 자라고 깨워도 보았지만 못 일어납니다. 결국 제 어미 와서야 일어났습니다.
푸른 5월 마지막 토요일, 대한민국 고등학생의 저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