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식구들 보다 먼저 일어나 준비해야 하는 아침은 대개의 가정이 그렇듯 바쁘고 정신없다.
부족한 잠만큼 피곤하기도 하다. 주말부부인 내게 먼 길 출근해야하는 월요일은 특히 정신없는 아침이다.
5시 알람이 울리면 밥 앉히고 국이나 찌개거리 찾아 손질하고 끓이고
'나' 씻고 출근 준비하고 뛰쳐나오기까지 50여분은 항상 급하고 소란스럽다.
사실 누가 아침 하라고 한 것도 아니고 아침은 '내가 하마.' 약속한 것도 아니니
그냥 잠을 더 자도 그만이다. 뜬금없이 날아온 이런 문자 한통이 정신없는 아침을 기꺼이 맞이하게 한다.

확실히 칭찬과 고마움은 사람을 춤추게 한다.
세상에 보기 좋은 게 ‘제 논에 물 들어가는 것하고 제 식구 입으로 밥 들어가는 거’라는 말이 있다.
어머니가 그러셨다. 밥이든 국이든 심지어 라면조차 당신이 차려주신 음식이면 무엇이든
잘 먹는 자식들 물끄러미 보시곤 하셨다.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그땐 몰랐다. 사랑스럽고 이쁘고 흐뭇하셨던 게다.
내가 차린 밥상을 받는 H씨와 K를 보면 가끔 어머니의 흐뭇함이 내게도 전해진다.
그 때 “엄마 고마워!” “정말 맛있어요.” 이말 한마디 왜 못했을까…….
미련 곰탱이 같이 밥이나 많이 먹을 줄 알았지.
어머니 밥이든, 아내의 밥이든 아님 남편의 밥이든, 자식의 밥이든
누군가 챙겨주는 아침 먹고 출근하는 이들은 가끔 ‘맛있게 먹었다.'
'고맙다.’ 문자라도 보낼 일이다. 직접 그 분을 위해 아침을 준비하면 더 좋고.

부침개와 달리 집에서 하는 튀김요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맛 때문이 아니라 튀김 기름이 아깝고 여기저기 기름 묻는 게 싫어서다.
튀김 한번하고 나면 온 집안 바닥이 미끌미끌하다. 아이가 상추튀김을 해 달라 한다.
넘치는 재료가 상추이니 반갑기도 하나 튀김이라니 귀찮기도 하다.
계란 푼 물 살짝 상추에 입히고 다시 튀김 반죽에 넣어 튀김옷을 입혔다.
그렇게 한 장씩 H씨와 둘이 엉덩이 부딪쳐가며, “앗~ 뜨거!” “괜찮아요. 조심해!” 해가며 만들었다.
잘 먹더라. 제 논에 물들어가는 것 바라보듯 새끼 입으로 들어가는 튀김 정신없이 바라봤다.
아마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뺏어먹고 싶어 쳐다보는 줄 알았을 거다.
그런데 “맛있다.”고는 하는데 “고맙다.”는 말은 누구 닮았는지 안하더라. 이구~
음식은 만드는 사람보다 먹는 사람의 입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음식의 맛만큼 주관적이고 자기경험이 지배하는 것도 드물다. 또 편견은 얼마나 심한가.
“본래 맛있는 음식은 없다. 맛있게 먹는 음식만 있을 뿐.”
“세상 제일 미운 사람이 음식 타박하는 사람이고 제일 고마운 사람이 주는 대로 먹는 사람이다.”
“고맙게 먹을 줄 알면 무엇이든 맛있다.”
음식을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이면 안다.
아무리 맛없는 음식이라도 ‘맛없다.’ 말 직접 들으면 얼마나 상처가 되는지…….

모양도 맛도 실패작인 메밀 전병이다. 냉동칸에 오래된 삶은 팥있길래,
먹어치울 요량으로 만들었는데 딸내미 쳐다보지도 않고
H씨는 맛보는 수준에서 그치더니 '좋다, 싫다.' 말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