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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나를 춤추게 하는 것

| 조회수 : 11,596 | 추천수 : 182
작성일 : 2010-05-26 16:01:46


다른 식구들 보다 먼저 일어나 준비해야 하는 아침은 대개의 가정이 그렇듯 바쁘고 정신없다.
부족한 잠만큼 피곤하기도 하다. 주말부부인 내게 먼 길 출근해야하는 월요일은 특히 정신없는 아침이다.

5시 알람이 울리면 밥 앉히고 국이나 찌개거리 찾아 손질하고 끓이고
'나' 씻고 출근 준비하고 뛰쳐나오기까지 50여분은 항상 급하고 소란스럽다.

사실 누가 아침 하라고 한 것도 아니고 아침은 '내가 하마.' 약속한 것도 아니니
그냥 잠을 더 자도 그만이다. 뜬금없이 날아온 이런 문자 한통이 정신없는 아침을 기꺼이 맞이하게 한다.



확실히 칭찬과 고마움은 사람을 춤추게 한다.  
세상에 보기 좋은 게 ‘제 논에 물 들어가는 것하고 제 식구 입으로 밥 들어가는 거’라는 말이 있다.
어머니가 그러셨다. 밥이든 국이든 심지어 라면조차 당신이 차려주신 음식이면 무엇이든
잘 먹는 자식들 물끄러미 보시곤 하셨다.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그땐 몰랐다. 사랑스럽고 이쁘고 흐뭇하셨던 게다.

내가 차린 밥상을 받는 H씨와 K를 보면 가끔 어머니의 흐뭇함이 내게도 전해진다.
그 때 “엄마 고마워!” “정말 맛있어요.” 이말 한마디 왜 못했을까…….
미련 곰탱이 같이 밥이나 많이 먹을 줄 알았지.

어머니 밥이든, 아내의 밥이든 아님 남편의 밥이든, 자식의 밥이든
누군가 챙겨주는 아침 먹고 출근하는 이들은 가끔 ‘맛있게 먹었다.'
'고맙다.’ 문자라도 보낼 일이다. 직접 그 분을 위해 아침을 준비하면 더 좋고.



부침개와 달리 집에서 하는 튀김요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맛 때문이 아니라 튀김 기름이 아깝고 여기저기 기름 묻는 게 싫어서다.
튀김 한번하고 나면 온 집안 바닥이 미끌미끌하다. 아이가 상추튀김을 해 달라 한다.
넘치는 재료가 상추이니 반갑기도 하나 튀김이라니 귀찮기도 하다.

계란 푼 물 살짝 상추에 입히고 다시 튀김 반죽에 넣어 튀김옷을 입혔다.
그렇게 한 장씩 H씨와 둘이 엉덩이 부딪쳐가며, “앗~ 뜨거!” “괜찮아요. 조심해!” 해가며 만들었다.

잘 먹더라. 제 논에 물들어가는 것 바라보듯 새끼 입으로 들어가는 튀김 정신없이 바라봤다.
아마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뺏어먹고 싶어 쳐다보는 줄 알았을 거다.
그런데 “맛있다.”고는 하는데 “고맙다.”는 말은 누구 닮았는지 안하더라. 이구~

음식은 만드는 사람보다 먹는 사람의 입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음식의 맛만큼 주관적이고 자기경험이 지배하는 것도 드물다. 또 편견은 얼마나 심한가.

“본래 맛있는 음식은 없다. 맛있게 먹는 음식만 있을 뿐.”
“세상 제일 미운 사람이 음식 타박하는 사람이고 제일 고마운 사람이 주는 대로 먹는 사람이다.”
“고맙게 먹을 줄 알면 무엇이든 맛있다.”

음식을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이면 안다.
아무리 맛없는 음식이라도 ‘맛없다.’ 말 직접 들으면 얼마나 상처가 되는지…….



모양도 맛도 실패작인 메밀 전병이다. 냉동칸에 오래된 삶은 팥있길래,
먹어치울 요량으로 만들었는데 딸내미 쳐다보지도 않고
H씨는 맛보는 수준에서 그치더니 '좋다, 싫다.' 말이 없었다.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ylang
    '10.5.26 4:07 PM

    ^^
    그러게요.....내아이입에 들어가는건 어찌나 이쁜지.....^^

    마지막 전병은 메밀이 아니라 찹쌀이나 수수로 반죽해서 팥넣고 지지면..완전 맛나는데...
    메밀로도 하나봐요.....

  • 2. yuni
    '10.5.26 4:15 PM

    메밀전병은 안에 김치가 들면 맛있어요 ^^
    저 전병도 모양은 맛나보여요.

  • 3. 미주
    '10.5.26 4:59 PM

    음식이 만들어지는 재료로 뭔들 못만들겠습니까마는
    상추로 튀김을 하신다니 심히 그맛이 궁금하네요.
    당연 꼬습겠지요 ㅎㅎ

    전라도 광주에 상추튀김이라고 유명하지요.
    말그대로 상추를 튀기는게 아니고 갖가지 튀김을 상추에 청량고추 파 양파 양념장에
    싸먹는 상추튀김이랍니다. 좀 생소하지요???
    상차림도 너무 좋지만 자꾸 저 문살이 놓여져있는 식탁에 눈길이 갑니다.

  • 4. 오후에
    '10.5.26 5:21 PM

    ylang님, 메밀이 있기에 했어요. 밀가루 좀 섞을까 하다 말았더니 모양만들기가 힘들었습니다.

    유니님, 김치를 넣는군요. 담에 해봐야겠어요 신김치 쭉 찢어 넣으면 되겠죠?

    미주님, 광주 상추튀김 한번 맛보고싶네요. 언제 광주가면 꼭 먹어봐야겠어요. 음식사진에서 음식 놓인 식탁에 주목하시다니... 안목이 특이하십니다. ㅎㅎ 거실탁자겸 식탁겸 다용도로 쓰는 겁니다. 만든거고요.

  • 5. 까만콩
    '10.5.26 5:41 PM

    저 상이 나오면 아.... 오후님 인가 그 남자분이신가보다, 해요. ㅋㅋㅋ
    살뜰한 글솜씨에 재밌게 일고 갑니다. ^^

  • 6. DOVE
    '10.5.26 8:14 PM

    음식이 눈에 안들어오고, 문자가 눈에 자꾸 들어와요^^ 아침상이 저희집 저녁상보다 풍성해 보여요 ㅋㅋ

    문자가 제가 받은것 마냥 설레이게 하네요...

    그러나, 현실은 슬프다는....저희 신랑은 아무말이 없어요ㅠㅠ

    신랑한테 이글을 빨리 보여주고 싶은데... (이런 문자 받고 싶다고 옆구리좀 찌를려구요!!)

    늦을거 같다고 문자왔어요. 전화로 하면 백마디 잔소리 들을거 같을땐 문자를 보내더라구요ㅠㅠ 들어오면 백마디 잔소리 해줘야 겠어요.

  • 7. 자연
    '10.5.26 9:56 PM

    담부턴 저렇게 멋진 글과 음식 사진 올리지 마세요!!!
    부럽잖아요~
    졌습니다, 부러워서.

  • 8. momo
    '10.5.26 10:20 PM

    상추로 튀김을,,,
    저도 한 번 해볼랍니다.

    저도 졌습니다,
    h씨가 막 부러워요~

  • 9. 샬롯
    '10.5.26 11:57 PM

    "그렇게 한 장씩 H씨와 둘이 엉덩이 부딪쳐가며, “앗~ 뜨거!” “괜찮아요. 조심해!” 해가며 만들었다."
    눈물나도록 아름답슴니다 ...사는모습이 ..

  • 10. 보니타
    '10.5.27 4:31 AM

    식탁을 보니 한정식집이 생각 나네요^^
    새롭고 단정해 보여 좋아요.
    갑자기 한국에서 맛있게 먹었던 한정식집이 그립네요. ㅠㅠ
    저도 오후에님 말씀에 동감해요.
    지금도 잘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신혼 초창기보다 나은지라 ..입맛 까다로운 남편이
    맛있다고 하면 모든지 다해주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시키지 않아도 쉬는 날에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이것저것해서 먹이곤 했지요.
    덕분에 요리는 많이 늘었는데 ..허리살까지 늘어나니 무지 고민됩니다. ㅠㅠ
    요즘은 슬슬 귀차니즘이 발동합니다. ^^;;

  • 11. 쎄뇨라팍
    '10.5.27 9:19 AM

    왜요???
    정말 맛나보이는데요.. 부꾸미 ㅎㅎ
    남는거 있음 제게 주시면..ㅎㅎ

    주위에 감사한 마음으로 살면 그곳에 행복이 있는데
    참........그게 잘 안됩니다

  • 12. 해바라기 아내
    '10.5.27 10:01 AM

    읽을때마다 헛갈리는데.... 오후에님 남자분 맞죠?

  • 13. 맑은샘
    '10.5.27 10:52 AM

    항상 느끼지만 참 훌륭하시네요. 출근하기도 바쁜 아침 준비까지... ㅎㅎ 김치도 잘 담으시는 것같구.. 메밀전도 맛있어보여요.

  • 14. 내이름은룰라
    '10.5.27 3:36 PM

    기어코 로그인하게하시네요
    오후에님 남편분 맞으시죠?? 아닌가??

    오 공감백배 글에 읽고 다시 올라가 한번더 읽고 내려옵니다^^

  • 15. 영이
    '10.5.27 3:45 PM

    저 식탁...너무 갖고 싶어요~ ^^

  • 16. 앙이뽕
    '10.5.27 5:02 PM

    섹시하다?

  • 17. 오후에
    '10.5.27 5:28 PM

    여러님들 : 공감해주시고 탁자에 관심도 가져주시고 칭찬도해주시니 감사 ^^* 상추튀김은 들어간 시간에 비해 별로 먹을게 없어요. 배가 안불러요. 뭐 상추만 몇장 그냥 먹었을 때와 다르지 않다는...

  • 18. 자취남
    '10.5.28 11:05 AM

    어이쿠야. 손수 김치를 담그시던 형님 맞으시지요?
    며칠전에는 그냥 지나쳤는데 자세히 보니 남자분이시라니!!

    저도 결혼을 하게되면 돈번다는 핑계로 게을러지지 않을까 하는데
    정말 많이 배워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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