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Flushing의 한국장도 시식코너가 곳곳에 있어서 장보는 재미가 솔솔합니다.
제가 쇼핑 목록을 보며 카트에 필요한 물건을 담고 있을 때면
남편과 딸아인 팀이 되어 한국장을 누비면서 시식코너를 하나씩 즐기지요.
남편의 시식코너 즐기기는 역사가 깊습니다. 신혼 때는 저와 함께, 큰아이가
생겼을 때는 baby 아들을 카트에 싣고 우리가 늘 장보던 대치동 그랜드백화점의
지하층에 있던 수퍼에서 순대를 시식하곤 했지요. 마침, 순대를 썰어 팔던
아주머니가 인심이 후해서 아들과 남편은 여러 차례나 순대를 먹곤 했습니다.
남편이 큰 미소를 띄고 제게 다가와 귓속말로 "저쪽에서 명란젓 시식을 하는데
굉장히 맛있어~" 라고 합니다. 사달라는 얘기지요. ㅎㅎ
식도락인 남편은 먹고싶은 게 너무너무 많아서 남편에게 저는
종종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당신, 임산부유?"
어젯밤 늦은 시간에 Vancouver 동계올림픽의 하이라이트인 여자 피겨 스케이팅
대회가 열렸습니다. 드디어 김연아 선수의 차례. 온 가족이 손에 땀을 쥐며
NBC 중계를 보았습니다. 언론에서 최고의 찬사를 받을 만큼 잘하고 있지만
한 번이라도 실수를 하면 안되니까 조마조마 했어요.
여느 때는 차분하게 중계를 하던 NBC 아나운서와 해설자도 무척 흥분을 하더군요.
김연아의 performance가 끝나자마자 해설자는 김연아가 금메달을 땄다고
흥분된 목소리를 높였답니다. 아직 마오 아사다의 공연이 남았는데도 말입니다.
제가 어릴 때 쏘련과 동구권 또는 미국의 스타들이 은반을 누비며 아름다운 피겨스케이팅을
뽐내던 기억이 overlap됩니다. 동양에서는 부자나라 일본이나 겨우 명함을 내밀었었는데.
세월이 흘러, 아, 드디어 한국 선수 김연아가 해냈구나.
이 번 동계올림픽에선 국력이 강해진 한국이 여러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냅니다.
금메달이 결정되고 시상대에 올라선 김연아 선수. 참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녀의 영어 이름 김유나 (Kim Yu-na)하고 불려지고 애국가가 울려퍼지며
김연아 선수가 눈가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등으로 훔칠 때...
대한민국 국민뿐만아니라 재외동포 모두가 감격하는 시간이었을 겁니다.
오늘 아침, 미국 신문마다 김연아의 우승 소식을 전합니다.
한국을 축하하고, 역사이래 인류가 이렇게 우수한 선수를 가졌다는 것을 축하합니다.
김연아의 우승을 축하하며 앞으로도 그녀의 성공이 계속되길 바라고
한국에서 제2, 제3의 김연아의 탄생을 바라면서...밥도둑 명란젓을 먹었습니다.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 유난히 더 맛있군요. 그래서 밥 두 공기를 뚝딱 했습니다.
명란젓이 Made in Korea입니다. 시식코너에서 맛보고 맛있어서 샀는데
무척 신선하고 가격도 크게 세일을 해서 오랜만에 명란젓을 잘 먹었습니다.
밥도둑 명란젓 무침은 깨소금, 파, 참기름을 섞어 만들었어요.
지난 한 주 동안은 날이 화창하고 기온이 따뜻해서 집 앞에 만들어 놓았던
눈사람이 잘 녹고 있었습니다. 딸과 저의 눈사람은 머리가 뚝 떨어지고
덩치가 컸던 남편 눈사람도 머리가 떨어지기 일보직전입니다.
그랬는데 어젠 다시 폭설경보가 발령되어 비와 진눈깨비가 뒤섞여 내리더니
밤이 되자 기온이 떨어지면서 하늘이 열린 것같이 하얀 눈이 펑펑 쏟아집니다.
내심 no school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맞았습니다.
금요일인 오늘, 우리 타운의 모든 학교는 휴교를 했습니다.
딸아인 오랫만에 늦잠을 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