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바빠요.
사소한 것 하나부터 챙기고 또 챙기고 그러다가 가끔...정신줄은 어디 안드로메다즘에 보낸 프리에요.
2009년 밥순이편
우선 프리의 2009년 밥순이편이에요.
주부 경력 29년차.. 한 해만 더 채우면 강산도 세번 변한다는 삼십년동안 밥을 해 먹은 프리에요.
아침에도 밥하고
점심에는 아침 밥으로 때울 때가 많지만
가끔 집밥 좋아하는 남편덕에 집밥을 만나기 30분전임을 알리는 전화벨이 울리고 후다다닥 점심밥도 하고
저녁엔 다시 저녁밥을 하고...
주말에는 돌아서면 밥하면
또 돌아서면 밥하고 밥과 하루 종일 술레잡기하면서 보낸 적도 많아요.
이렇게 밥을 하고 또 밥을 하고 밥밥하다 보니 그러는지...
아이들도 제 얼굴만 보면 엄마 배고파 밥주세요..
남편도 집에 오자마자 밥줘... 아마도 제 얼굴이 밥처럼 생겼나봐요.

그렇게 밥을 하고 또 하면서도 질리는지도 않는지..
어떤 날은 전기압력밥솥밥, 또 어떤 날은 무쇠솥밥, 그러다 지겨우면 냄비밥..
참 돌아가면서 이 그릇 저 그릇.. 이런 밥, 저런 밥 ..밥에는 아주 도가 튼 것 같아요.

하지만 늘상 밥을 잘하는 건 아니에요.
잘한다 잘하단 하니까 지가 진짜 잘하는 줄 알고 아주 뻑이 가서....
반찬 만들기에 온통 신경을 빼앗긴데다가....
밥은 금방 한 밥이 맛있다고... 최상의 밥상태를 맞추려다가 보면 어떤 날은 반찬 다 만들고 밥을 먹으려고 보면...
오 마이 갓~
밥솥에....그냥 물에 잠긴 생쌀이..... 나 죽었소 하고 잠자고 있을 때도 있어요.
그래서 바쁜 아침 시간...황당하게 반찬으로 배를 채우고 후다닥 나가야 할 때도 있음을 경험한 프리네 가족들...
마트에 가면 가장 먼저 햇반 몇개를 꼭 챙겨요.
이런 실상을 방송에 고발해야겠다고 협박하는 가족도 개중에는 가끔 생겨나요.
아마도..... 반찬마저 없는 밥상을 받아봐야... 아~~~내가 반찬이라도 얻어먹을 걸~~하고 땅을 치고 후회를 해야 할 것 같아요.

프리는 곧 죽어도 폼생폼사로 밥상을 차려요....
하나부터 열까지... 가지런하거나 깔끔하게 차려지지 않으면 몸살이 날 지경이에요.
아마도 줄세우는 것에 한이 맺힌 듯 싶어요...
동그라미는 동그라미대로... 줄 세우고....

네모는 네모대로 각을 잡아 줄을 세워 일렬 종대로 헤쳐 모여 밥상이에요.

이렇게도 세워보고..저렇게도 세워보지만..
늘상 정신없이 가지수가 많은 건 어쩔 수없나 봐요.
2010년에는 정신없는 줄세우기는 하지 말아야지 하고 지금 반성중이지만 또 언제 정신줄을 놓을지 알 수가 없어요.

하도 줄을 세우고 또 세워서... 이런 줄세우기 밥상만 나와도 전 줄 안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을 정도에요.

2009년 밥상을 모아 모아 줄세워 보니 참 많이도 등장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날은 초절정.... 쓰나미간지... 폭풍 간지 좔좔~~
일렬..
이렬...
삼렬...
이렇게 줄을 세우고 또 세우고...
이렇게 줄 지워서... 있는 반찬 없는 반찬 다 꺼내느라 정신줄은 아마도 이리 저리 엉켜서 난리부르스가 났을 거에요.

2009년..두부도 만들어 먹자... 어묵도 믿을 게 못된다..집에서 만들어 먹자.....
만두도 집에서 해 먹는 것이 좋다..해서 간편주의자들의 심기는... 완전 엉망으로 해 놓고~~~



하다 못해 맛소금까지 며칠씩 걸려서 만들어 먹자고 목청껏 소리치느라... 목이 다 쉴 지경이었어요.


그래놓고선... 가끔은..아주 가끔은 치킨을 시켜다 먹고선 알뜰한 척하면서...
남은 치킨으로 샐러드도 만들어서 상에 올리고~

마트 냉동식품코너에서 김말이도 얼렁뚱땅 사다 척하니 밥상에 올리고..식구들이 좋아하네 뭐하네 부풀리기도 하고~

피자집에 가서 피자도 야곰야곰 먹어요.
아마도 남들은 제가 파는 음식이나 인스턴트는 절대로~~네버 안 먹는 줄 알지만...
저도 알고 보면 좋아해요.. 다만.... 자제할 뿐이에요... 몸에 좋은 건 아니니까요.

오늘도 프리는 바빠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바빠요....
이렇게 말하면 하루 종일 밥하고 집안 일만 해서 바쁜 것 같지만
실상을 고발하면 실소를 금치 못할 일도 많아서 바빠요...
그럼 프리의 탐구생활 다음편을 기대해보면서 이만 마쳐요.
2009년... 이 곳 저 곳..요기 조기에서... 참 뻔뻔스럽게 얼굴 들이대고 살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2009년을 정리하면서 프리의 탐구생활 몇 편을 실어볼까 기획중입니다... ㅎㅎ
그동안 사랑해주신 분들께 대한 서비스라고 생각해서 쓰기는 하는데 이거 엄청 어렵네요...
역시 제가 놀 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ㅠ.ㅠ
애쉴리님... 정말 존경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