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성한 과정샷이지만 그래도 저거라도 찍은 게 저에게는 어마어마한 일이로군요!
만든 것은 '꺄트르 꺄르'라는 프랑스 전통 케이크입니다.
네이버 블로그의 '쇼콜라'님 것을 따라했는데 만들다보니까 재료만 따라했지
요리법은 제멋대로 창조해버렸네요;
제가 제빵 블로거들 별로 안 좋아하는데(자기도 하면서;; 하지만 전 어설프고 또 주력이 아니니까요)
이 분이랑 또 2-3분 정도만 신뢰하고 가끔 따라하고 있어요.
히힛.
달걀, 버터, 설탕, 밀가루를 1/4씩 넣어 만드는 케이크인데
버터, 밀가루, 설탕을 1파운드씩 넣어서 만드는 파운드케이크랑 비슷하죠.
전 1:1:1로 만드는 파운드 케이크는 안 만들어보고 그 변형들만 만들어봤는데
사실 밀가루랑 동량으로 설탕과 버터를 넣는다는게, 참 죄를 짓는 느낌이죠;;
다른 분들은 안 그럴지 모르겠지만 전 그래요 ㅠ_ㅠ
그래서 한번도 만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핸드믹서를 산 기념으로 만들어보았어요.
거품기 대용으로 쓰던 도깨비방망이 거품날이 망가져서 쓸 수가 없게 되었거든요.
그걸로 머랭 내면 참 빠르고 편하게 되었는데 그거 없으니까 도저히 거품내는 건 엄두도 못 내겠더라구요;
거품 2-3번 내봤는데, 허억,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었어요.
어쨌든 그래서 만들었습니다.
요걸 만든 이유는 울 엄마, 아빠가 파운드케이크 같은 걸 좋아하시기 때문이죠.
나이가 있으시니까 부드럽고 촉촉한 게 좋으시대요.
제가 100% 통밀빵 같은 거 만들어놓으면, 인기 정말 없습니다;
혼자 먹어요.

어쨌든 시작!
시작은 달걀 무게를 재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달걀 무게와 동량의 밀가루, 설탕, 버터를 넣어서 만드는 것이어요.
사실 보면서 엇, 그럼 달걀 꺤 다음에 껍질 무게 없이 재야하는 게 맞지 않나? 싶지만
뭐 그게 그렇게 중요하겠어요.
어쨌든 달걀 3개, 172그램을 기준으로 시작합니다.

깨끗한 볼을 2개 준비합니다.
노른자랑 흰자를 따로따로 깨 넣어서 각각 거품을 내주어야하는, 별립법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어이쿠?
노른자가 깨졌네요?

어이쿠, 흰자에도 여기저기 섞였네요?
.
..
...
....
.....
......
.......
........
.........
뭐 어쩔 수 없죠.
쉽게 포기하고 그냥 흰자와 노른자를 섞었어요.
별립법이 안되면 공립법으로 만들면 되죠 뭐.
근데 항상 달걀 여러개 깨다보면,
예를 들어 5개를 노른자, 흰자 분리해서 깨다보면 항상 3-4번째 달걀에서 실수를 해서 망하는 일이 있더라구요.
이건 뭐 불행의 별 밑에서 태어난 건가요.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하나씩 작은 그릇에 분리해가며 전체에 섞곤 했는데
3개라고 우습게 봤더니 아니나다를까.
앞으로는 더 신중히 깨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버터!
요즘 버터 수급이 불안하다고 해서 1개밖에 팔지않겠어! 라고 버티는 쇼핑몰에게
'아무리 그래도 난 2개를 구입하지!'라고 뻐기지는 못하고 그냥 고분고분 하나 산 버터.
172그램이나 들어가다니 ㅠ_ㅠ
숭덩숭덩 잘라서 넣는데, 아니 아직도 더 들어가야돼? 아직도?
해서 172그램 맞추는 게 뭐 중요하겠어! 하면서 빼버리려고 하다가
그냥 정석을 지켜보자 하는 생각에
눈물을 흘리며 172그램을 맞췄습니다.
아아…
그래도 마가린이 아니라 버터니까요 ㅠ_ㅠ

그리고 설탕!
설탕은 손이 떨려서 도저히 172그램을 넣을 수는 없어서 ㅠ_ㅠ
125그램으로 타협을 보기로 했어요.
누구랑?
나 자신이랑…
그래서 제목이 설탕의 배신이죠.
1/4씩 들어가기로 해놓고서 비열하게 배신을 때려버린 설탕.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소금도 조금 넣어줍니다.

그리고 대망의 핸드믹서 등장 +_+
300와트짜리라 좀 힘이 셀까? 싶어서 사봤어요.
왠지 되게 신기했어요.
도깨비방망이랑은 또 다르니까-
생각보다 빠르지 않았는데 그래도 1-5단계 조절이 되니까 용도에 맞추어서!

이렇게 어느 정도 아이보리색깔의 거품이 생겼지만
별립법으로 할 거 공립법으로 하는 거니까 더 확실하게 거품을 내자! 싶어서

더 냈어요.
아주 부드럽고 고운 거품 +_+
보통 이런 식으로 거품을 낼 때 떨어져서 2-3초 유지가 되게 만들라고 하는데
전 그렇게 만들어본 적이 한번도 없죠.
네, 그냥 적당히 부드러워진다- 싶으면 스톱.
귀찮으니까요.

그리고 밀가루는 양심에 거리낌이 없이 계량 ^_^
하지만 173g이라고 표시된 것은 베이킹파우더를 소량 넣었기 때문이죠.
제대로 안 지켜 만들어서 혹시나 안 부풀고 떡이 될까봐 겁이 나서 조금만 넣었어요.

비닐봉지 속에서 한번 체를 친 다음에 달걀 거품낸 것에 투입!
사실 원래대로라면 흰자 머랭 만들고 노른자도 뽀얗게 거품내고
노른자 거품낸 것+녹인 버터 한 다음에 밀가루 넣어서 섞고
마지막으로 머랭을 나눠가며 넣는 것이었는데 대폭 바꿀 수밖에 없었죠.
노른자, 흰자 분리부터 실패했으니 ㄱ-
그래서 달걀 거품낸 것+밀가루에다가 녹인버터를 투입하기로 순서를 마음대로 바꾸었죠.
그냥 전에 머핀 만들 때 녹인 버터를 나중에 넣었던 게 기억나서요.

섞는 과정은 스피디하게!
해서 중간 사진은 없구요.
밀가루 잘 섞인 다음에 녹인 버터 넣어서 잘 섞어줬어요.
유지류가 분리되지 않도록 싹싹 잘 섞어주면 매끈한 반죽 완성~

파운드틀…이 없으니 식빵틀에 넣어줍니다.
코팅이 말끔하게 잘된 식빵틀이라서 뭐 발라주거나 하지 않아도 깨끗하게 분리되어서 파운드케이크 구울 때도 좋아요.
다만 큰 식빵틀이라 너무 넙적해서…
개인적으로 바닥이 좁고 길쭉한 느낌의 파운드틀이 좋은데요.
식빵틀이 있는데 굳이 파운드틀을 따로 사기엔 좀 낭비같아서요.

저의 베이킹 철칙!
반죽은 언제나 끝까지 샥샥 긁어서!
설거지 하기도 좋고 낭비도 안 해서 좋아요.
전 재료가 조금씩 그릇이나 그런 데에 묻어서 낭비되는 게 너무 아깝더라구요.
그래서 최대한 반죽은 다 활용하도록 노력해요.
그리고 이렇게 해두면 설거지도 편하죠.

짠 완성~
190도 정도로 굽다가 칼집을 내고 온도를 낮춰서 구워줬어요.
칼집을 지난번 시나몬파운드케이크 구울 때 처음 내줘봤는데
깔끔하게 터져서 보기 좋더라구요.
아까 버터 자른 과도를 뒀다가 이거 칼집내는 데 썼죠.
언제나 그렇듯이 설거지거리는 최소화 ㄱ-

터진면을 경계로 한쪽 색이 조금 더 진한 건,
워낙 많이 부풀어서 윗쪽에 열선에 닿았더라구요.
뭐 안 탔으니 다행이죠.

조금 잘라서 어마마마 드리려고 식빵틀에서 바로 엎은 모습.
아무것도 안 바르고 구웠는데도 제법 깨끗하죠?
밑면도 잘 구워졌구요~

두 조각 사락사락 잘라서~

꽁지는 내가 먹고 그 앞에건 어마마마가 냠냠.
맛있다고 하시니 다행이네요 ^_^
바닐라오일만 좀 넣어서 바닐라향, 버터향이 폴폴 풍기는 게 고급스러운 맛이네요.
원 레시피엔 럼주가 있던데 럼주 있으면 넣었을텐데…
전에 여행갔다올 때 작은 면세점에서 딱 럼주 살 돈이 있어서 살까? 하다가 말았는데
이제서야 후회되네요;
하나 사두면 잘 쓸텐데.
핸드믹서도 만족스럽고
케이크고 잘 구워져서 좋고~
아빠도 퇴근하고 오셔서 식사 다 하시고 두 조각 집어드셨네요.
내일 가져가서 점심으로 드신다고~
홈베이킹은 가족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 보여주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ㅎ
그리고 쓰는 김에 4박 5일간 함께했던 새끼냥이 사진도 함께.

아파트 지하실에서 엄마아빠도 없이 낑낑 울고 있던 냥이가 거의 죽어가서 데리고 왔어요.
집에서는 못 키우는데 일단 살리자는 마음으로 데려와서 목욕시키고 병원에도 데려가고
정말 이대로 죽는 게 아닐까 싶어서 잠도 제대로 못자면서 주사로 포도당 먹여가면서 보살폈는데
겨우 건강해졌어요.
동물이라고는 전혀 키워본적 없어서 정말 가슴이 콩닥콩닥했어요.

요게 처음 데려온 날 병원 가서 주사도 맞고 포도당도 먹고 목욕도 한 후의 사진이에요.
처음엔 눈도 짝짝이라서 누가 데려갈까 했는데 나중에 잘 먹고 잘 자고 하면서 보니까 눈꼽 때문에 그랬던 거였더라구요.
감기기운도 좀 있었는데 눈꼽, 콧물 없어지면서 눈도 예쁜 두 눈 돌아왔고 참 예뻐졌어요.

잠깐 데리고 있던 건데 정말 그 사이에 살도 많이 포동포동하게 찌고 예뻐지고 건강해지고-
새 주인에게 월요일에 인도했는데 정말 찡하더라구요, 겨우 4박 5일 함께했을 뿐인데.
제 인생에서 꼽을만한 그런 인연이었어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