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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원칙에 가까운 케이크 만들기, 그리고 냥이 이야기

| 조회수 : 6,120 | 추천수 : 104
작성일 : 2009-11-25 21:16:31
오랜만에 베이킹하면서 사진을 찍어봤어요.
엉성한 과정샷이지만 그래도 저거라도 찍은 게 저에게는 어마어마한 일이로군요!

만든 것은 '꺄트르 꺄르'라는 프랑스 전통 케이크입니다.
네이버 블로그의 '쇼콜라'님 것을 따라했는데 만들다보니까 재료만 따라했지
요리법은 제멋대로 창조해버렸네요;
제가 제빵 블로거들 별로 안 좋아하는데(자기도 하면서;; 하지만 전 어설프고 또 주력이 아니니까요)
이 분이랑 또 2-3분 정도만 신뢰하고 가끔 따라하고 있어요.
히힛.

달걀, 버터, 설탕, 밀가루를 1/4씩 넣어 만드는 케이크인데
버터, 밀가루, 설탕을 1파운드씩 넣어서 만드는 파운드케이크랑 비슷하죠.

전 1:1:1로 만드는 파운드 케이크는 안 만들어보고 그 변형들만 만들어봤는데
사실 밀가루랑 동량으로 설탕과 버터를 넣는다는게, 참 죄를 짓는 느낌이죠;;
다른 분들은 안 그럴지 모르겠지만 전 그래요 ㅠ_ㅠ

그래서 한번도 만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핸드믹서를 산 기념으로 만들어보았어요.
거품기 대용으로 쓰던 도깨비방망이 거품날이 망가져서 쓸 수가 없게 되었거든요.
그걸로 머랭 내면 참 빠르고 편하게 되었는데 그거 없으니까 도저히 거품내는 건 엄두도 못 내겠더라구요;
거품 2-3번 내봤는데, 허억,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었어요.

어쨌든 그래서 만들었습니다.
요걸 만든 이유는 울 엄마, 아빠가 파운드케이크 같은 걸 좋아하시기 때문이죠.
나이가 있으시니까 부드럽고 촉촉한 게 좋으시대요.

제가 100% 통밀빵 같은 거 만들어놓으면, 인기 정말 없습니다;
혼자 먹어요.



어쨌든 시작!
시작은 달걀 무게를 재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달걀 무게와 동량의 밀가루, 설탕, 버터를 넣어서 만드는 것이어요.

사실 보면서 엇, 그럼 달걀 꺤 다음에 껍질 무게 없이 재야하는 게 맞지 않나? 싶지만
뭐 그게 그렇게 중요하겠어요.
어쨌든 달걀 3개, 172그램을 기준으로 시작합니다.



깨끗한 볼을 2개 준비합니다.
노른자랑 흰자를 따로따로 깨 넣어서 각각 거품을 내주어야하는, 별립법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어이쿠?
노른자가 깨졌네요?



어이쿠, 흰자에도 여기저기 섞였네요?


.
..
...
....
.....
......
.......
........
.........
뭐 어쩔 수 없죠.

쉽게 포기하고 그냥 흰자와 노른자를 섞었어요.
별립법이 안되면 공립법으로 만들면 되죠 뭐.

근데 항상 달걀 여러개 깨다보면,
예를 들어 5개를 노른자, 흰자 분리해서 깨다보면 항상 3-4번째 달걀에서 실수를 해서 망하는 일이 있더라구요.
이건 뭐 불행의 별 밑에서 태어난 건가요.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하나씩 작은 그릇에 분리해가며 전체에 섞곤 했는데
3개라고 우습게 봤더니 아니나다를까.

앞으로는 더 신중히 깨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버터!
요즘 버터 수급이 불안하다고 해서 1개밖에 팔지않겠어! 라고 버티는 쇼핑몰에게
'아무리 그래도 난 2개를 구입하지!'라고 뻐기지는 못하고 그냥 고분고분 하나 산 버터.

172그램이나 들어가다니 ㅠ_ㅠ
숭덩숭덩 잘라서 넣는데, 아니 아직도 더 들어가야돼? 아직도?
해서 172그램 맞추는 게 뭐 중요하겠어! 하면서 빼버리려고 하다가
그냥 정석을 지켜보자 하는 생각에
눈물을 흘리며 172그램을 맞췄습니다.

아아…
그래도 마가린이 아니라 버터니까요 ㅠ_ㅠ



그리고 설탕!

설탕은 손이 떨려서 도저히 172그램을 넣을 수는 없어서 ㅠ_ㅠ
125그램으로 타협을 보기로 했어요.
누구랑?
나 자신이랑…

그래서 제목이 설탕의 배신이죠.
1/4씩 들어가기로 해놓고서 비열하게 배신을 때려버린 설탕.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소금도 조금 넣어줍니다.



그리고 대망의 핸드믹서 등장 +_+
300와트짜리라 좀 힘이 셀까? 싶어서 사봤어요.
왠지 되게 신기했어요.
도깨비방망이랑은 또 다르니까-

생각보다 빠르지 않았는데 그래도 1-5단계 조절이 되니까 용도에 맞추어서!



이렇게 어느 정도 아이보리색깔의 거품이 생겼지만
별립법으로 할 거 공립법으로 하는 거니까 더 확실하게 거품을 내자! 싶어서



더 냈어요.
아주 부드럽고 고운 거품 +_+

보통 이런 식으로 거품을 낼 때 떨어져서 2-3초 유지가 되게 만들라고 하는데
전 그렇게 만들어본 적이 한번도 없죠.
네, 그냥 적당히 부드러워진다- 싶으면 스톱.
귀찮으니까요.



그리고 밀가루는 양심에 거리낌이 없이 계량 ^_^

하지만 173g이라고 표시된 것은 베이킹파우더를 소량 넣었기 때문이죠.
제대로 안 지켜 만들어서 혹시나 안 부풀고 떡이 될까봐 겁이 나서 조금만 넣었어요.



비닐봉지 속에서 한번 체를 친 다음에 달걀 거품낸 것에 투입!

사실 원래대로라면 흰자 머랭 만들고 노른자도 뽀얗게 거품내고
노른자 거품낸 것+녹인 버터 한 다음에 밀가루 넣어서 섞고
마지막으로 머랭을 나눠가며 넣는 것이었는데 대폭 바꿀 수밖에 없었죠.
노른자, 흰자 분리부터 실패했으니 ㄱ-

그래서 달걀 거품낸 것+밀가루에다가 녹인버터를 투입하기로 순서를 마음대로 바꾸었죠.
그냥 전에 머핀 만들 때 녹인 버터를 나중에 넣었던 게 기억나서요.



섞는 과정은 스피디하게!
해서 중간 사진은 없구요.
밀가루 잘 섞인 다음에 녹인 버터 넣어서 잘 섞어줬어요.
유지류가 분리되지 않도록 싹싹 잘 섞어주면 매끈한 반죽 완성~



파운드틀…이 없으니 식빵틀에 넣어줍니다.

코팅이 말끔하게 잘된 식빵틀이라서 뭐 발라주거나 하지 않아도 깨끗하게 분리되어서 파운드케이크 구울 때도 좋아요.
다만 큰 식빵틀이라 너무 넙적해서…
개인적으로 바닥이 좁고 길쭉한 느낌의 파운드틀이 좋은데요.
식빵틀이 있는데 굳이 파운드틀을 따로 사기엔 좀 낭비같아서요.



저의 베이킹 철칙!
반죽은 언제나 끝까지 샥샥 긁어서!

설거지 하기도 좋고 낭비도 안 해서 좋아요.
전 재료가 조금씩 그릇이나 그런 데에 묻어서 낭비되는 게 너무 아깝더라구요.
그래서 최대한 반죽은 다 활용하도록 노력해요.
그리고 이렇게 해두면 설거지도 편하죠.



짠 완성~
190도 정도로 굽다가 칼집을 내고 온도를 낮춰서 구워줬어요.
칼집을 지난번 시나몬파운드케이크 구울 때 처음 내줘봤는데
깔끔하게 터져서 보기 좋더라구요.
아까 버터 자른 과도를 뒀다가 이거 칼집내는 데 썼죠.
언제나 그렇듯이 설거지거리는 최소화 ㄱ-



터진면을 경계로 한쪽 색이 조금 더 진한 건,
워낙 많이 부풀어서 윗쪽에 열선에 닿았더라구요.
뭐 안 탔으니 다행이죠.



조금 잘라서 어마마마 드리려고 식빵틀에서 바로 엎은 모습.
아무것도 안 바르고 구웠는데도 제법 깨끗하죠?
밑면도 잘 구워졌구요~



두 조각 사락사락 잘라서~



꽁지는 내가 먹고 그 앞에건 어마마마가 냠냠.
맛있다고 하시니 다행이네요 ^_^

바닐라오일만 좀 넣어서 바닐라향, 버터향이 폴폴 풍기는 게 고급스러운 맛이네요.
원 레시피엔 럼주가 있던데 럼주 있으면 넣었을텐데…
전에 여행갔다올 때 작은 면세점에서 딱 럼주 살 돈이 있어서 살까? 하다가 말았는데
이제서야 후회되네요;
하나 사두면 잘 쓸텐데.


핸드믹서도 만족스럽고
케이크고 잘 구워져서 좋고~


아빠도 퇴근하고 오셔서 식사 다 하시고 두 조각 집어드셨네요.
내일 가져가서 점심으로 드신다고~
홈베이킹은 가족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 보여주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ㅎ


그리고 쓰는 김에 4박 5일간 함께했던 새끼냥이 사진도 함께.



아파트 지하실에서 엄마아빠도 없이 낑낑 울고 있던 냥이가 거의 죽어가서 데리고 왔어요.
집에서는 못 키우는데 일단 살리자는 마음으로 데려와서 목욕시키고 병원에도 데려가고
정말 이대로 죽는 게 아닐까 싶어서 잠도 제대로 못자면서 주사로 포도당 먹여가면서 보살폈는데
겨우 건강해졌어요.
동물이라고는 전혀 키워본적 없어서 정말 가슴이 콩닥콩닥했어요.



요게 처음 데려온 날 병원 가서 주사도 맞고 포도당도 먹고 목욕도 한 후의 사진이에요.
처음엔 눈도 짝짝이라서 누가 데려갈까 했는데 나중에 잘 먹고 잘 자고 하면서 보니까 눈꼽 때문에 그랬던 거였더라구요.
감기기운도 좀 있었는데 눈꼽, 콧물 없어지면서 눈도 예쁜 두 눈 돌아왔고 참 예뻐졌어요.



잠깐 데리고 있던 건데 정말 그 사이에 살도 많이 포동포동하게 찌고 예뻐지고 건강해지고-
새 주인에게 월요일에 인도했는데 정말 찡하더라구요, 겨우 4박 5일 함께했을 뿐인데.
제 인생에서 꼽을만한 그런 인연이었어요. ^_^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elgatoazul
    '09.11.25 9:47 PM

    아 빵이 너무 예뻐요 ㅋㅋ 정말 예쁘게 잘 구워졌네요!!
    아우 먹고 싶어요. 밀크티 한잔이랑 마시면 그냥 쓰러질 듯 ㅋㅋ
    마지막에 꼬물이도 너무 귀엽고~

  • 2. 탱고레슨
    '09.11.25 9:51 PM

    좋은 일 하셨네요^^
    맛나보이는 빵과 함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 3. yuni
    '09.11.25 11:16 PM

    파운드케이크 사진에 손이 절로 가네요.
    아깽이 정말정말 귀엽습니다.
    버려진 아깽이를 거두어 돌봐주신 나비님 복받으실거에요 ^^*

  • 4. coco
    '09.11.26 12:02 AM

    고양이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새집에서도 잘 보살펴 주시기만 바랍니다. 저도 82쿡에서 어느 분이 쇼꼴라님 블로그 주소를 소개해서 본적이 있는데 훌륭한 블로거라고 생각했어요. 파트 훠이예트 만드는 방법을 대부분의 프랑스 책들보다 훨씬 자세하게 따라하기 쉽게 소개해 놓으신 기억이 납니다. 나비님이 만든 맛난 케잌을 부모님과 즐겁게 드시고 또 자세하게 여기에
    소개해 주셔서 고맙고요. 제 고양이는 열한 살이 넘었는데 제 삶의 활력소이자 구속자이기고 합니다.ㅋㅋ 저는 고양이 생선 굽고 뼈 발라 먹이느라 생선집에 꼭 가야하고 제 식단이 고양이 취향에 의해 정해지기도 합니다.ㅎㅎ

  • 5. 열무김치
    '09.11.26 12:04 AM

    이불속에서 자고 있네요~ 너무 예뻐요.

  • 6. 항아리
    '09.11.26 12:24 AM

    냥이 사랑하는 맘이 참 예쁘시네요

  • 7. 니양
    '09.11.26 1:16 AM

    저도 일전에 아가냥 울부짖는거 데려다 하룻밤 재우고 입양보낸적 있었어요. 며칠 일이 손에 안잡혀서 혼났었지요. 제가 키우고 싶었는데 남편 반대가 너무 심한데다 덥석 데려가신다고 나서신 맘좋은 분도 계셔서 눈물을 머금고 보냈네요. 한달도 넘었는데 아직도 녀석 골골대던거 생각나요.배불리 먹고 따듯한 방에 있으니 좋은지..골골골골 하면서 제 손을 할짝거리던..ㅠㅠ
    전 노랑괭이 정말 좋아하는데..넘 이쁘네요.

  • 8. 애플
    '09.11.26 10:20 AM

    헤벌레~~~~~~~~~~~~~~~~*^^*

  • 9. 승아맘
    '09.11.26 11:20 AM

    저도 그렇게해서 냥이 첨 키우는데....넘 이쁘네요...냥이가 이렇게 사랑스런지 몰랐어요...

  • 10. 벼리엄마
    '09.11.26 3:41 PM

    커피 한잔과 하면 넘 맛있을 것 같아요.

  • 11. 앤(ann)
    '09.11.27 9:30 AM

    나비님표 베이커리 저도 먹고싶어요...

  • 12. 스카이
    '09.12.1 10:59 PM

    계란 흰자와 노른자 분리할때 조금이라도 섞임 짜증나죠..ㅎㅎ 버릴수도 없고 ..
    주변에 천냥삽이나 다이소 있으심 둘러보세여.. 계란 흰자 거르기 쉽게 나온거 있어여. 가운데는 노른자만 들가게끔 되어있어서 분리하기 편해여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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