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운 떡!
까맣게 잊고 계셨죠?^^
시절이 좋아지면서 딱히 계절음식이라고 정해진 것도 없고 먹고 싶을 때 먹으면 그만이지만,
요즘 같은 불볕더위에는 누가 준대도 사양하시겠죠?
겨울에는 과일 종류가 빈약한 대신
참 다양한 군것질거리가 있는 것 같아요.
군밤, 군고구마, 살얼음 동동 동치미, 구운 떡...
긴~긴~ 밤을 나기 위한 비상식량들!

이건 촬영샷이구요...

실제로는 이렇게 적시듯 몽창 찍어서 먹습니다. -,.-
여러분은 구운 떡에 뭘 찍어드세요?
꿀, 설탕, 기름장(소금+참기름)...
다 좋지만요.
구운 떡에는 뭐니 뭐니해도 조청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삼청동이 지금처럼 뜨기 전에,
그러니까 한 십년 전인가 봅니다.
그 때 총리공관 옆에 담담(談談)이라는 찻집이 있었는데,
그 집 겨울메뉴에 구운 가래떡이 있었어요. 조청도 같이 나오고...
그걸 참 맛있게 먹은 기억이 나요.
(지금 생각해보니 언니와 형부의 데이트에 따라간... 눈치 없는 처제였네요.
아, 갑자기 우리 형부한테 미안하다. ㅠ.ㅠ)
담담(談談)의 비빔국수도 참 맛있었는데... 왜 없어졌는지...
고즈넉한 예전의 삼청동이 그립군요.
제 남편을 처음 만난 곳도 삼청공원이었는데...
형부의 친구였던 그 사람...^^;
암튼, 선선해지면 남편 손잡고 삼청공원에 한번 가야겠어요.
추억 여행으로~
저도 시간 따라서 이렇게 나이를 먹고 예전 기억을 그리워하는 어른이 되는가 봐요.
신혼 초에 조청을 하나 샀어요.
근데 그런 건 어디서 파는 건지 모르고
뭐가 좋은지도 모르고...
눈에 띄기에 그냥 슈퍼에서 샀죠. (앗싸! 이러면서...)
근데,
그 맛이 아니더라구요.
시판 조청은 찬장에서 잠들다가 버려졌어요.
그 맛은 추억이었나봐... 이러면서...
그러다가 우연히 음식관련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어요.
메인 방송사는 아니고 ebs나 케이블이었던 것 같아요.
화면 컬러로 짐작컨데 좀 오래된 듯한...
제목이 ‘한국의 전통엿’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제가 음식관련 프로는 뭐든 좋아하거든요.
(아프리카 토속음식이 나와도 다 봐요.^-^)
지역마다 참 다양한 엿이 있더라구요.
제일 신기했던 건 제주도의 꿩엿!
진짜 꿩을 고아서 만든다는 건데 자세한 건 잊어버렸어요.
달달한 엿에 꿩 같은 동물성 단백질이 들어간다는 것이 신기해서 기억나네요.
그러다가 강원도 엿으로 원주 황골엿이 소개되는데 귀가 뻔쩍했죠.
저희 시댁이 원주거든요.
게다가 황골엿은 제가 딱 좋아하는 스타일!
저는 딱딱하고 하얀 구멍엿(?)보다 카라멜처럼 찐득한 질감의 엿이 좋거든요.
그런 엿에서는 엿 특유의 향도 진하게 나는 것 같아요.
황골엿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조청이 나와서 침을 꿀꺽!
저게 진짜야... 이러면서 직접 방문해서 사리라... 다짐했지요.

요게 황골의 진짜배기 조청이랍니다.
구경삼아 황골에 가서 사려고 했는데 못 갔어요.
설에는 눈이 너무 많이 와서 못 갔구요. (설에 판매를 하는지도 확실치 않고)
또 한번은 깜빡하고 못 갔고...
그러다가 어머님과 얘기 중에 지나가는 말로 황골 조청을 샀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기억력도 좋으신 저희 어머님이 사다 놓으셨더군요.
그래서 발품도 안 팔고 꽁으로 얻게 되었어요.
참 감사한 일인데,
속으로는 나들이 삼아 구경도 가고 사진도 찍어오고 싶었는데...ㅠ.ㅠ
하고 아쉬워했지요.
참 배부른 투정이죠?
(배가 부르다못해 터지려나 봅니다.-,.-)

무방부제 냉장보관이라고 되어있죠?

성분을 보면...
쌀70%에 옥수수 18%, 엿기름 12%
재료 참 심플하죠? ^^
이런 거 너무 좋아요~ 모두 친숙하게 들어 본 것들이고...
하여튼 성분표 긴 건 딱 질색!!!!!!!!!!
4kg이면 양이 어마어마 하죠?
언니에게 반을 덜어줬는데도 아직도 많아요.
음식에도 활용할 수 있을까요?
물엿 대신 넣어도 될지...

요런 질감입니다.
조청을 한 시간 정도 더 끓이면 엿이 완성 된대요.
엿 만드는 과정을 보니까 손도 많이 가고 시간도 참 많이 걸리더라구요.
고된 일이라 이제 하려고 하는 사람이 없대요.
전통음식치고 슬로우 푸드 아닌 게 없다니까요.
다른 건 몰라도 먹는 것만큼은 보수적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삼시세끼 꼬박 챙기고, 제철음식 먹고, 전통음식 먹고...
생각은 진보적이되 먹는 것은 보수적으로...!

조청이 흘러내린 게 아니라 딸려 올라온 거에요.
저게 티스푼이거든요.

조청을 샀는데 샘플처럼 엿 몇 개를 주셨대요.
먹어보니 제가 딱 좋아하는 그 맛!
그래서 어머님께 또 사다달라는 말은 못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에 황골엿이랑 그분 성함을 검색했더니
홈페이지가 있더라구요.
(오예~)
그래서 인터넷으로 구입했지요.
땅콩엿 1kg!
가격은 7000원이었어요. 택배비 포함하면 만원 정도...
근데요... 엿이 자그만치 1kg이나 되는데...
그걸 저 혼자 다 먹었어요.
남편은 별로라고 해서 저 혼자~^^;
강원도 출신은 남편인데 이 사람은 카라멜이나 젤리 같은 걸 좋아하구요.
도리어 제가 메밀부침개, 황골엿에 꽂혔답니다.
필요하신 분은 저처럼 검색해보시구요.
모르시겠다면 쪽지 주세요. ^-^

수험생들 철썩 붙으라고 대학문에 붙이던...
딱 그런 질감의 엿이에요.
수능이 100일도 안 남았던데,
나중에 팬시점에서 파는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엿을 사지마시구요.
이렇게 제대로 된 것으로 선물해주세요!
이 여름에 겨울음식을 소개하는 이유 중에 이런 뜻도 있었답니다.
미리 알고 계셔야 할 것 같아서요.^-^
대한민국의 수험생과 부모님들,
모두모두 화이팅입니다!
마지막으로,
더우셨을 여러분을 위한 서비스 샷!

냅다 드러누운 게 접니다. ^^;
눈이 얼마나 많이 왔는지 하나도 아프지 않았어요.
짱돌이라도 박혀있었으면 어쩔 뻔 했는지...

눈밭에서 러브스토리 한 편 찍었습니다. ㅋㅋ
그러길 잘 한 것 같아요.
저런 짓(?)은 시간 지나니 못하게 되더라구요.
뭐든 때가 있다는 말이 맞는 듯...!

기왕 가리는 거 전지현 얼굴로 덮을 걸 그랬나봐요.
후회하는 중...
사진을 보니 푹신한 질감의 눈이 그리워지는군요.
다음 겨울에 한번 더 오자 다짐했는데,
임신 덕분에(!) 취소된 여행.^^
다음에 셋이 가야겠어요.
(넷이 되면 또 포기해야 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