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김치 김밥을 좋아라 하지만, 더운 여름에는 아무래도 냄새도 신경 쓰이고,
쉰 맛이 날 수도 있어 하절기 김치 김밥 생산 중단입니다. 지난 번 장어 초밥이
꽤 인기였나 봐요. 그래도 그것만 먹으면 느끼하고 질릴 것 같아서 사이드 메뉴로
스프링롤을 준비 해봤어요.

홈플러스에서 새우 열 마리 샀어요. 무게로 재서 파는 건데도, 하나 둘 숫자 세가면서 골랐어요.
뭐든 그렇게 속으로 숫자를 셉니다. 포도알을 씻을 때도, 콩나물을 다듬을 때두요. ^^

새우는 손질해서 삶은 후 반으로 갈라놓구요, 상추는 잘 씻어서 물기를 말려놔요.
오이는 물이 나와서 금방 먹을 때 말고는 여름에 잘 안 써요. 대신 피망으로 색감과 씹히는
식감을 살립니다.

짜잔~ 재료 준비 완료. 간장 양념해서 볶은 차돌백이, 채 썬 당근, 달걀 지단, 게맛살,
삶아서 건진 쌀국수예요. 저거 보다 조금 더 굵은 쌀국수가 스프링롤에는 더 좋은데,
홈플러스에 없더구만요. 홈에버가 홈플러스로 바뀌고 참 좋았는데, 물건이 떨어지면 아예
다시 들어올 생각을 안해요. 미워지려고 해요.

미지근 한 물에 적신 라이스 페이퍼 위에 새우를 먼저 얹어 줘요.
전 월남쌈 먹을 때 주전자에 뜨거운 물을 끓여서 홈이 깊은 넓은 접시에 물이 식으면 뜨거운
물을 조금 씩 보충해줘요. 그럼 먹는 내내 미지근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죠.
물이 차가우면 라이스 페이퍼가 잘 풀리지 않고, 너무 뜨거우면 녹아 버리거든요.

새우 위에 상추를 펼쳐서 재료를 나란히 나란히 담아줘요. 역시 쌀국수가 에러예요.
조금 굵은 거면 가지런히 정렬해서 좀 더 이쁜 모양이 나올텐데.

도마 바닥을 지지대로 라이스페리퍼를 조심 조심 잡아 당기면서 꽁꽁 말아줘요.
상추 보다 새우를 먼저 놓아서 살짝 비치는 새우살이 섹시 하죠? ^^

다시마 넣어 고슬하게 지은 밥에 촛물을 잘 섞어 초밥을 만들어 모양 잡아 뭉쳐 줘요.
19개. 16개는 도시락에 넣고 나머지는 남편 맛보기용. 장어 꼬다리랑 대충 뭉쳐서 먹는
밥도 꽤 돼요. 배 나오믄 안 되는데! 등산 가서 땀 뺄 거니까 봐주려구요.
맨날 맛있는 거 잔뜩 만들어 주고는 배 나온다고 구박한다고, 자기는 사육 당하는 거라고
투덜대지만, 그래도 덕분에 빼도 박도 못하는 40대 아저씨인데, 뱃살이 없어요.
고마워 해야지요, 그져?
와사비는 레몬즙에 개어 주니까 훨 감칠 맛이 나더라구요.

민물 장어예요. 장어가 꼬리랑 몸통 굵기가 차이 나다 보니 주먹밥 크기에 맞춰서 자르는
게 제일 힘들어요.

짜잔, 금장 두른 것 보다 더 간지 나는 깜장 김 두른 장어 초밥과 스프링롤입니다.
정말 정말 맛있었다고, 먹다가 메시지를 두번이나 보냈어요.
전화를 하면 될 것을, 절대 남 앞에서 아내 이뻐하는 모습 안 보여요. 숫기가 없어서.
몇 번 서운해 했더니, 너무 결혼 잘해서 사람들이 부러워 할까봐 그런대요.
변명이 귀여워서 봐주기로 했어요. ^^v

이 날은 화채를 안하고, 수박을 썰어서 아이스팩과 함께 넣어줬어요.
간장종지님 아이디어 보고 아이스팩을 넣었더니, 정말 시원 했대요. 수박 먹다가 또
메시지 보냈더라구요. 그런데 말이죠... 남자들은 잔소리는 아예 스킵인가 봐요.
말 안하면 틀림없이 저 아이스팩 버리고 올 것 같아서 이거 일회용품 아니고, 재활용품
이니까 무거워도 버리지 말고 꼭 갖고 오라고 신신 당부 했거든요. 세번이나 말했어요.
하나, 둘, 셋 셌으니까 정확해요.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버리고 왔답니다. -_-
빨래통을 손빨래통, 짙은 색, 옅은 색 세 군데로 나눠 놨는데, 매번 죄다 손빨래통에다
넣어놔요. 매주 잔소리 하다가, 그냥 저 자신과 타협했다지요. 그래도, 빨래통에 넣어
놓는 게 어디야. 그만큼 날 사랑하는 거야. 그러굽쇼.

제가 좋아라 하던 홈플러스 자연친환경 종이 도시락이 이제 안나와요. 제가 말했죠.
홈플러스가 점점 미워지는 이유 중 하나예요. 그래서 그냥 스티로폼 일회용 도시락으로
쌌는데, 영 간지가 안나요. 높이가 얕아서 뚜껑에 많이 묻을까봐 종이 호일로 한겹 덮어
줘요. 냄새가 새지 않도록 뚜껑 안쪽을 알루미늄 테입으로 둘러 붙여 줬더니, 밀폐 용기
안 부러워요. ^^
아, 다음 주 도시락은 뭘 싸나...
이상 휴가 내고 오랜만에 뒹굴 뒹굴 놀고 있는 만년 초보였습니다.
가끔 감사한 태클 걸어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저 진짜 만년 초보 맞아요.
저거 함 하려면 그 전날 재료 준비 시간까지 합쳐서 3~4시간 씩이나 걸려요. -_-
후딱 후딱 하면 오히려 지쳐서 그냥 시간 두고 여유롭게 해요.
다행이 잠이 없는 편이라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건 잘하거든요. ^^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