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비가 오면 지인들이 줄줄이 연락들을 해옵니다.....ㅋㅋ
사람들은....
비가 오면 커피가 맛있고, 음악이 더 감미롭게 들리고....술이 땡기고...밀가루 음식들이 땡긴다는데...
저는....
흙내음 가득한 땅냄새와 촉촉한 공기의 촉감,
그리고 무엇보다도 빗소리가 그냥, 참 좋습니다.
뭔 조화인지 빗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한없이 편해져요...

아침에 일어나니 땅이 촉촉하게 젖어있는게 보이더군요.
그래서, 아침부터 기분이 좋았죠.
칼국수나 먹자는 친구 전화에 삼청동 수제비 얘기를 했더니 가자더군요.
제가 다리도 불편하고해서 좀 고민을 했는데....종잇장같은 수제비촉감이 생각나면서 무작정 가고싶은 거예요.
그래서, 버스타고 택시타고 교통비랑 시간 써가며 기어이 가버렸습니다....ㅠㅠ

군더더기라고는 찾아볼래야 찾을 수 없는 감자전.
남들은 맛이 변했다, 별로다 그랬지만, 저는 지난해까지도 참 맛있게 먹었어요....
그런데....오늘은....
첫술부터 맛이 별로인거예요.
감자전도 심심하고 수제비도 뭔맛인지 모르겠고...김치도 예전 그 맛이 아닌게...
매번 맛있게 먹던 그 음식을 참 맛없게 속상해하면서 먹었네요...
하지만....
저는....내년에도 후년에도 거기 갈거예요. 그리고, 수제비도 먹고올거구요....
왜냐하면....그곳이 거기 남아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니까요....
변하는 맛은 용서해주려구요....그 곳은 제게 소중한 추억을 남겨준 곳이니까 괜찮아요....

맛없었던 김치와 열무
오늘 같이 간 친구가...
10여년 전, 제 기준으로는 도덕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어요.
저는....친구를 비난하고 의를 끊으려고 했는데...
그 친구가 그러더군요.
세상 모두가 자기를 이해못하고, 욕하고 밟을지라도
진짜 친구라면....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거다, 우선은 믿고 편이 되줘야한다고요...
자기는 그게 친구라고 생각한다고요...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진짜 친구라면
세상이 다 욕할지라도, 일단은 이해해주는게...맞는게 아닌지....
세상에 실수하지않는 사람은 없지요....
그 실수마저 감싸주고 믿어주고 편을 들어주는게...가족이고 친구고 사랑이 아닐까요...
누군가 한사람쯤은 내 편이 있다는 것만으로 세상은 살만해지니까요.
감히...그 누구도 함부로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이 나이에 이해 못하고 감싸주지 못할 일은 별로 없더라구요.....
나이가 들 수록 점점 더 그렇게 이해의 폭이 커지겠지요...

바라건데...
제 추억이 어린 곳들이, 그리고 나의 친구들이
제발...내가 나이가 들어도 종종 들러볼 수 있도록, 가끔은 만날 수 있도록 오래 남아있어주기를 바래봅니다....
한 번 좋아한 것은, 계속 좋아하고싶고
추억이 어린 곳은 소중하게 간직하고싶어서요....
비가 와서....비가 지금 아주 많이 오네요...
그냥 오늘, 제가 좋아하는 곳 중의 한 곳을 가보고 기분이 좋았었다는 쓸데없이 얘기예요....
대체 뭔소리를 하는건지.......ㅠㅠ
제가 자주 하는 말인데.
저는 수제비를 먹은게 아니고 추억을 먹고 온거예요. 그래서 좋았던거고.....
여러분도 추억이 어린 것들, 소중한 사람들.....오래 간직하면 좋겠어요~~~~
ps. 그나저나 깊스하고 다녔더니 다리가 쿡쿡 쑤시네요...싸돌아다니지 말라고 했는데....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