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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추억은 소중한 것이야...비가 와서 주절주절

| 조회수 : 14,384 | 추천수 : 74
작성일 : 2009-06-09 23:08:09
저는 비를....아주아주 많이 좋아해요....
그래서 비가 오면 지인들이 줄줄이 연락들을 해옵니다.....ㅋㅋ
사람들은....
비가 오면 커피가 맛있고, 음악이 더 감미롭게 들리고....술이 땡기고...밀가루 음식들이 땡긴다는데...

저는....
흙내음 가득한 땅냄새와 촉촉한 공기의 촉감,
그리고 무엇보다도 빗소리가 그냥, 참 좋습니다.
뭔 조화인지 빗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한없이 편해져요...




아침에 일어나니 땅이 촉촉하게 젖어있는게 보이더군요.
그래서, 아침부터 기분이 좋았죠.
칼국수나 먹자는 친구 전화에 삼청동 수제비 얘기를 했더니 가자더군요.
제가 다리도 불편하고해서 좀 고민을 했는데....종잇장같은 수제비촉감이 생각나면서 무작정 가고싶은 거예요.
그래서, 버스타고 택시타고 교통비랑 시간 써가며 기어이 가버렸습니다....ㅠㅠ


군더더기라고는 찾아볼래야 찾을 수 없는 감자전.

남들은 맛이 변했다, 별로다 그랬지만, 저는 지난해까지도 참 맛있게 먹었어요....
그런데....오늘은....
첫술부터 맛이 별로인거예요.
감자전도 심심하고 수제비도 뭔맛인지 모르겠고...김치도 예전 그 맛이 아닌게...
매번 맛있게 먹던 그 음식을 참 맛없게 속상해하면서 먹었네요...

하지만....
저는....내년에도 후년에도 거기 갈거예요. 그리고, 수제비도 먹고올거구요....
왜냐하면....그곳이 거기 남아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니까요....
변하는 맛은 용서해주려구요....그 곳은 제게 소중한 추억을 남겨준 곳이니까 괜찮아요....


맛없었던 김치와 열무

오늘 같이 간 친구가...
10여년 전, 제 기준으로는 도덕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어요.
저는....친구를 비난하고 의를 끊으려고 했는데...
그 친구가 그러더군요.

세상 모두가 자기를 이해못하고, 욕하고 밟을지라도
진짜 친구라면....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거다, 우선은 믿고 편이 되줘야한다고요...
자기는 그게 친구라고 생각한다고요...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진짜 친구라면
세상이 다 욕할지라도, 일단은 이해해주는게...맞는게 아닌지....
세상에 실수하지않는 사람은 없지요....
그 실수마저 감싸주고 믿어주고 편을 들어주는게...가족이고 친구고 사랑이 아닐까요...
누군가 한사람쯤은 내 편이 있다는 것만으로 세상은 살만해지니까요.

감히...그 누구도 함부로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이 나이에 이해 못하고 감싸주지 못할 일은 별로 없더라구요.....
나이가 들 수록 점점 더 그렇게 이해의 폭이 커지겠지요...



바라건데...
제 추억이 어린 곳들이, 그리고 나의 친구들이
제발...내가 나이가 들어도 종종 들러볼 수 있도록, 가끔은 만날 수 있도록 오래 남아있어주기를 바래봅니다....
한 번 좋아한 것은, 계속 좋아하고싶고
추억이 어린 곳은 소중하게 간직하고싶어서요....

비가 와서....비가 지금 아주 많이 오네요...
그냥 오늘, 제가 좋아하는 곳 중의 한 곳을 가보고 기분이 좋았었다는 쓸데없이 얘기예요....
대체 뭔소리를 하는건지.......ㅠㅠ

제가 자주 하는 말인데.
저는 수제비를 먹은게 아니고 추억을 먹고 온거예요. 그래서 좋았던거고.....
여러분도 추억이 어린 것들, 소중한 사람들.....오래 간직하면 좋겠어요~~~~

ps. 그나저나 깊스하고 다녔더니 다리가 쿡쿡 쑤시네요...싸돌아다니지 말라고 했는데....ㅠㅠ
1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샐리맘
    '09.6.9 11:12 PM

    저도 그집 잘알아요... 방가방가~~

  • 2. 에스더맘
    '09.6.9 11:28 PM

    경복궁가면 항상 가는 집. 정말 맛이 아니라 추억으로 먹으러 가는 집인거 같아요.
    그곳에 있다는 자체로 용서가 되는 집. 맞는 말씀입니다.

  • 3. 처녀자리
    '09.6.10 12:47 AM

    쟈스민님 글이 너무 정겨워 로그인했어요^^
    소녀같으신 마음이 보이는 것 같아 저도 따라 흐뭇해지네요
    얼른 깊스한 다리 나으셔서 훨훨 날아다니세요~~~

  • 4. 영이사랑
    '09.6.10 12:52 AM

    그런 친구가 있다는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도 또한 그런 친구가 되어 주자고 님 글을 보며 다짐하게 되네요

  • 5. 옥당지
    '09.6.10 3:09 AM

    버스타고 택시타고 교통비랑 시간 써가며 기어이 가버렸습니다....ㅠㅠ
    ↑↑
    와우! 대단하시네요...^^;;;
    그 옛날부터...진짜 처음 열었을때부터 삼청동 수제비 먹고, 봐 온 사람입니다.
    딱히 미각이 발달하지 않아서 전 여전히 맛있습니다.
    예전보다 못하단 말...제겐 불허된 문장.
    하지만...옛날의 삼청동을 알기에...예전만 못한 삼청동이 아쉬워요.
    옛날엔...눈만 많이 와도 마을버스 안다녀서 걸어서 들어가야 하고 했는데...ㅋㅋㅋ

  • 6. 뽀로로
    '09.6.10 9:46 AM

    저도 친구들을 대할때 그렇게 생각하며 기다리는 편입니다..가 아니고 그러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그게 결국은 친구들이 제게 해주었으면 하는 그런 바램인지도요.
    삼청동 수제비는 너무나 맛이 없어서 발 끊은지 7,8년은 된 듯해요.

  • 7. 레베카
    '09.6.10 10:46 AM

    남편 하는 일은 자신들 밥벌이니까 이해해줘야 하고
    시어머니 하는일은 노인네 소일거리니까 애 봐주기로 했음 봐줘야 하고...
    참.. 경우 없으신거죠..
    우리도 다 늙어요.. 젊은 사람이 애 보는거랑 나이든 사람이 애 보는거가 다르고..
    젊은 사람이 일 하는것과 나이든 사람이 일 하는게 달라요..
    젊었을때보다 훨씬 더 힘들고 고되고 피곤도 안풀리고 다리가 후들거리는게 나이든 분들의
    건강이에요..

    이런 글 보면 참.. 자식 다 소용없다 싶어요..
    아무리 늙어서 바라지 아무것도 안바란다 니네들이나 잘살아라 한다지만..
    여기 글 올리는 젊은 엄마들만 봐도.. 신생아때부터... 다섯살 여섯살 애들도 이렇게 해도 괜찮나요?
    저래도 괜찮나요 하면서 노심초사하고..
    초중고대학생까지 키우면서 애들에 대해 얼마나 걱정과 근심으로 돌보십니까...
    왕따 당할까 걱정 성적 떨어질까 걱정 선생님한테 미움받을까 걱정 사고 걱정 걱정걱정 근심
    하루하루 그렇게 키우는게 부모 마음인데...
    다 키워놓으니까 또 손자 손녀 안봐준다고...... 에효..
    며느리는 할만큼 다 했는데 2일밖에 애들 안봐주고 주말에 애 아빠한테 보냈다고 섭섭하다 하고..
    애 아빠는 일하는거 다 이해가 되고... 2일 애들 봐주고 고추따러가신 시어머니는 밉고 섭섭하고..

    우리도 늙어요....... 내가 이렇게 걱정근심으로 눈물나게 키운 내 자식도 결혼하고 나면 저럴것 같네요.. ㅠㅠ

  • 8. 비온다
    '09.6.10 11:17 AM

    저도 비오는 날 좋아해요.. 비에 젖은 길에 자박자박하는 사람 발소리가 너무 좋아서..
    오죽하면 닉넴도 비온다...ㅋㅋㅋ

    모든 것이 변해가도...내 마음속에 남아있는 추억의 그 장소들은 영원히 그 자리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 존재만으로도 가슴이 아련해지잖아요..

  • 9. mulan
    '09.6.10 11:32 AM

    저도 친구랑 이런 식당 가고싶네요. 술도 한잔 하고프고요. 훗

  • 10. 서영맘
    '09.6.10 11:34 AM

    저도 비오는 날 참 좋아해요. ㅎㅎ
    빗소리가 정말 좋고 마음이 편해져요.
    유리창으로 비가 뚝뚝 떨어지는 소리가 좋아서 드라이브도 꼭 나가지요.

    님 글 읽으니 예전에 연끊은 친구가 생각나네요. 님글을 진작에 봤더라면 그러지 않을 수도 있었을거라는 생각도 드네요.
    정말 더이상은 못봐주겠다 싶어 끊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좀더 참아주거나 이해해주거나 할 수도 있었겠다 싶기도 하네요.

    님들이 말하는 삼청동 수제비는 어디를 말하는건가요?
    저는 동사무소 바로 옆집 수제비집에 몇번 갔는데 맛은 있던데요. 제대로된 서비를 받을 수 없어서 그닥이었지만~~ 가격에 비해~

  • 11. 짱구유시
    '09.6.10 12:54 PM

    읽다보니 코끝이 찡~하네요...

  • 12. phua
    '09.6.10 1:25 PM

    글을 읽으면서 공연히 혼자 양심이 콕콕 찔리는 까닭은??
    고등학교 동창(30년도 넘은...)은 그녀의 바람기로 소식을 끊었고
    학교에 같이 근무했던 선배들을( 30년 조금 못 된..) 작년 소고기 정국 때부터
    거리를 두기 시작해서, 아직도 안 만나고 있답니다.

    그들이 지금 저 만치에서 제 그릇의 크기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겠지요?

  • 13. 하나비
    '09.6.10 3:18 PM

    그 집이요...
    요즘은 맛도 서비스도 엉망이지만 제게도 추억이 담긴 곳이라 가끔 생각납니다

  • 14. 자아의 신화
    '09.6.10 5:00 PM

    아 수제비 먹고 싶어지네요
    저도 저의 도덕적 기준을 저버린 친구랑 한달 째 연락끊고 있어서 심히 고민 중이었는데
    님글보니 완전 찔리네요

  • 15. 스미스
    '09.6.10 7:56 PM

    그 동네 간지가 얼마더라..ㅠㅠ 최근 가장 가까이 간게 정독도서관까지네요.
    만두 먹으러..
    아흐~~수제비 먹고 싶다. ^^

  • 16. 침방상궁
    '09.6.10 8:00 PM

    삼청동 파출소 근처가 제가 초등학교 3년을 보낸곳이네요
    쟈스민님 발 다치셨군요
    고생하시겠네요
    쾌차하시길...

  • 17. 맨날낼부터다요트
    '09.6.10 8:49 PM

    저도 그런 친구가 되고싶다는 생각이 마구 밀려와 로긴했어요.

    좋은 글 감사하구요.
    빨리 나으시길 바랍니다.

  • 18. Terry
    '09.6.10 9:17 PM

    참 좋은 말씀입니다....

    저도 예전 고딩 때 한 2년간 절교했던 친구한테 갑자기...대학 들어간 후 그냥 땡겨서.. (사실은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전화했더니 그 전화를 받고 친구가 대성통곡하고 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이후로는 지금까지 20년 넘게 계속 우정 유지하고 있구요. 그 때 그 전화 안 했다면 그 친구는 영원히 잃어버렸겠죠...나이 들면 들 수록 오래된 각별한 친구만큼 좋은 것도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삼청동 얇다리 수제비 저도 좋아해요. 저도 갈 때마다 역시...너무 맛있어..하고 먹고 오는데..
    (마지막이 작년 여름.) 맛이 변했다는 얘기는 이미 10년도 더 되었던 걸 보면 저도 분명히 그 집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생각해요. ^^

  • 19. 탱고레슨
    '09.6.14 9:55 PM

    글에서 느껴지는 자스민님의 마음이 따뜻합니다.
    그렇게..서로 다른 누군가를 이해하고 보듬는 것..
    그래서 인생이 아름다운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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