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시원하게 내리던 비가 그치고 나니
오늘 창밖에 보이는 산은 더욱 푸르고 싱그럽게만 보이네요.
산이 이웃하고 있어서 제가 사는 곳은 맑고 청량한 공기가 참 좋지만..
아무래도 자연과 가까이 접해 있기 때문에 벌레들도 많은 듯 해요.
물론 화초에 물을 주다보면 무당벌레처럼 귀여운 녀석들도 자주 보게 되지만..
벌레라는게 보통은 그리 반갑고 예쁜 존재들은 아니지요.
저희집은 집 안에 화초가 많아서 더 벌레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예요.
벌써부터 모기들이 기승을 부려서 어젯밤엔 모기향을 3개나 피우고 잤답니다.
오늘도 많이 더웠지요?
그래도 아직 본격적인 더위는 시작되지 않았기에.. 아니 그렇게 믿고 싶기에...
특히 저는 여름 무더위에 약한 체질인지라 이 6월동안 더 부지런히 움직여야 할 듯 해요.
6월에 만들어 먹는 몇가지 음식들 이야기와 소소한 수다꺼리 약간입니다..^^
<오이소박이>
시장에서 오이를 12개 사와서 소박이를 담그려고 깨끗이 씻었어요.
원래 다다기오이를 사려 했는데 이 싱싱한 가시오이를 할머니께서 한 보따리 얹어놓고 너무 싸게 팔길래...
그냥 할머니께 꼭 사드리고 싶어서 사 온거지요.
오이소박이는 어차피 부추가 너무 물러지면 맛이 없어서 배추김치처럼 많은 양을 만들어 놓고 오래오래 두고 먹는 김치가 아니니...이렇게 가시오이로 담궈 먹어도 아삭거리는 식감이 참 맛있어요.
이번처럼 적은양으로 소박이를 만들면 물러지기 전에 다 먹게되니 이 가시오이로도 괜찮지만
넉넉하게 담아서 좀 오래 두고 먹으려면 다다기오이로 해야겠지요.

부추 한 단을 사서 몇가닥씩 들고 끄트머리쪽 누렇게 시든 부분 떼어내고...
부추 속에 시커멓게 물러져 엉켜있는 가닥들도 다 훑어 냈지요.
가지런히 손질해 놓고보니 참 별거 아닌 듯 하지만
이 부추 손질은 정말 제대로 정갈하게 하려면 시간이 제법 많이 걸려요.

손질해 둔 부추도 깨끗이 가닥가닥 씻어주지요.
초록색 채소 중에서 말끔하게 밑손질 하는데에 가장 섬세하게 손이 많이 가는지라
어느곳에서든 부추가 들어가는 음식들을 보게되면
이것저것 가릴것도 없이 참 그 손길의 수고가 고맙게만 느껴져요.

이렇게 오이와 부추 모두 겉의 물기가 빠지도록 채반에 받쳐두고는
다른 부재료와 양념들 준비를 해 봅니다.

물기가 적당히 빠진 오이는 양쪽 끄트머리 부분을 이렇게 칼로 적당히 썰어 내고

이렇게 칼로 길게 세로로 반을 갈라 줍니다.

길게 반 가른 오이는 갈라진 면이 아래로 오도록 도마에 착 붙여 놓고는
칼로 중간에 두어번씩 깊숙이 칼집을 넣고는 뚝뚝 잘라 줍니다.
어슷썰기 할 때처럼 비스듬하게 잘라주는 거지요.

이런식으로 속을 갈라 주는데
가능하면 좀 깊숙이 칼집을 넣어줘야 나중에 양념버무린 부추소 넣을 때에 잘 들어가기도 하고 편하지요.
은근히 강약조절을 잘 해줘야 괜히 칼집 넣다가 동강나 버리는 일이 없어요.
설사 이렇게 칼집 넣다가 오이가 동강난다 해도 그 조각난 오이는 버리지 말고
모두 같이 양념소와 그냥 버무려 김치통에 넣어 주시면 됩니다.

다 칼집넣고 잘라 준 오이들을 이렇게 김치통에 모두 넣은 후

굵은 소금 뿌려서 30분간 절여 줍니다.
큼직한 스텐볼 꺼내서 해도 되는 일이지만 괜시리 큰 그릇 한가지 더 꺼낼일 없이
오이소박이 무쳐 담을 김치통이 어차피 옆에 준비되어 있는 김에 그냥 여기에 절여 준 거지요.
김치통에 김치재료를 절이면 후에 만들어질 김치양 가늠해서 후에 버무려 담기에도 편하니까요.
이번에 담을 양에 비해서 김치통이 많이 큰 편이지만
그래도 이 통은 저희집 김치냉장고 용기 중에서도 그나마 작은 축에 속한답니다.

양손으로 굵은 소금을 오이에 골고루 버무려 놓고

오이가 소금에 절여질 동안
당근과 양파는 짧고 얇게 채 썰어 준비하지요

부추도 마찬가지로 짧게 총총 끊어 줍니다.

이 세가지를 양념과 버무려서 오이에 박을 소로 쓸 것인지라
모두 짤막짤막하게 손질하는것이 오이소박이 만들기에도 쉽고 먹기에도 좋아요.
길이가 좀 길게 잘라버리면 오이속에 박기가 곤란해지고
이렇게 억지로 오이소를 채워 넣는 과정중에 부추 풋내가 나기도 쉽지요.

30분 정도 지나서 오이에서 어느정도 물이 빠지고 소금간이 적당히 짭짤히 느껴지도록 베였다 싶으면

흐르는 물에 깨끗이 오이를 씻어 줍니다.

그리고 다시 채반에 받쳐 물기를 빼 주지요.
오이는 어차피 길게 시간을 두고 서서히 빠지는 수분과 물기로 꽉 찬 채소이니
적어도 20~30분 정도 이렇게 얹어 양념 버무리기 적당할 정도로 흐르는 물기 정도만 빼 줍니다.
이렇게 물기가 빠지도록 기다리면서
다른 반찬꺼리도 만들고 오이소박이 양념소도 버무려 준비하다보면 금새 시간이 지나가요.

맛난 액젓만 있으면 어떤 김치를 담그던간에 맛이 보장되니 참 편하고 좋지요.
고춧가루와 액젓 등의 양념을 넣고 살살 잘 버무립니다.

오이에도 어느 정도 짭짤하게 간이 되어 있고
소박이속 버무린 것도 그리 짜지 않게 알맞은 간으로 만들어서
그냥 이렇게 바로 부추무침처럼 반찬으로 먹어도
꿈꿈한 액젓향이 살짝 느껴지는 것이 입 맛 살려주는 감칠맛이 돌아요.

바닥에 신문지 큼직하게 펼쳐두고 김치통도 옆에 놔두고
소를 오이에 꼭꼭 집어 넣어주면서 바로바로 김치통에 채워 넣어 줍니다.

양념도 남지 않고 딱 알맞게 오이소박이를 만들어 넣었어요.
십자칼집을 넣어 통오이로 세워서 만들어도 좋지만
이렇게 길게 반 갈라서 중간중간 칼집넣고 소 채워서 만들어 놓으면
아무래도 입으로 베어먹기에 훨씬 편하지요.
오이를 둥근 통으로 십자칼집 넣어 만든 오이지는 입이 작은 어른이나 아이들이 먹기에는 좀 불편한 감이 없지 않으니까요.

이렇게 통깨 조금 솔솔 뿌려준 후 뚜껑닫아 김치냉장고에 넣어두면 며칠만에 금새 바닥이 납니다.
이 오이소박이는 익힐 필요없이 바로 담아서 먹어도 맛있으니
이래저래 금새 만들어 바로 먹을 수 있어서 김치라도 떨어졌을 때 후딱 만들기도 편하구요.

방금 새 밥 지어서 뜨끈뜨끈하게 한 술 떠서 이 오이소박이 한 점 올린 다음 입에 넣으면
아삭거리는 시원한 오이맛과 향긋한 부추향에 은근한 젓갈 양념맛까지...
계절마다 다양한 김치종류가 많아서 골고루 만들어 먹는 재미가 참 좋아요.
질리지 않고 맛깔스러운 김치나 장류 같은 소박한 음식들의 가치는
나이들어 가면서 점점 그 유익함을 제대로 실감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니... 이 좋은 우리의 먹을꺼리를 내 가족들에게도 더 열심히 만들어 함께 나누고 싶어서...
오늘도 우리 엄마들은 부엌에서 분주하게 하루를 보내는 것이겠지요.

<파프리카 피클 외 여러 피클들>
파프리카는 피부에도 좋고 영양성분이 두루두루 많은 비타민덩어리지요.
굳이 이런 부연설명이 없어도 맛이 좋아서 시장에서 장볼때 늘 손이 자꾸 가게되는 채소예요.
피망은 특유의 무심한듯 풋풋한 그 향과 아삭한 질감이 좋아서 먹게 된다면,
이 파프리카는 한 입 베어물때의 그 달달하고 신선한 육즙과..
도톰한 속살의 부드러운듯 사각거림이 좋아서 자꾸 먹게 되네요.
저희집은 막내녀석이 입안이 아직 여려서 많이 매운 음식을 잘 못 먹어요.
그래도 예전엔 아예 입도 못대던 김치도 곧잘 먹게 되어가는 것을 보면...
억지로 붙잡아서 어떻게 하려고 애를 쓰기보다는 천천히 인내하고 기다려 주는것이 정답일 듯 합니다.
그러고보면 아이들이 초등하고 들어가서 먹는 급식의 영향도 한 몫 하는 것 같아요.
옆의 다른 친구들이 꺼리낌없이 아주 매운 음식도 이것저것 잘 먹는 모습을 보면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시도하게 되네요.
그래도 저희 막내 예본이는 제대로 매운 청양고추 넣어 만든 음식들을 아직 잘 먹지 못하기에,
풋고추가 아닌 매운고추로 만들어 먹는 메뉴는
주로 청양고추를 이 파프리카로 대체해서 만들어 준답니다.
파프리카가 들어가면 색감이나 맛이 훨씬 먹음직스럽고 순하니...
아이들이라면 자극적인 맛이 없어 누구나 다 잘 먹지요.
5월초에 아이들과 함께 유기농 파프리카농장을 직접 방문해서
직접 파프리카의 생장과정과 바로 따 먹는 그 신선함을 맛 본 이후로 아이들이 더 좋아하네요.
싱싱한 파프리카로 찬거리 삼아 이것저것 만들어 먹다가
제법 양이 넉넉하게 남아서 새콤하고 짜릿한 맛의 피클을 만들어 봅니다.
집집마다 김치 만드는 양념맛이 다 다르듯이 이런 피클맛도 조금씩은 다른 것 같아요.
저희집에서는 아주 쌔콤한 맑은 국물의 피클을 많이 담아 먹어요.
먼저 냉장고 안의 파프리카를 모두 꺼내서 흐르는 물에 구석구석 모양 생긴대로 손으로 훑어가면서 잘 씻어 줍니다.

깨끗하게 씻은 파프리카는 채반에 넣어서 물기가 빠지게 두고

그동안 피클 양념물을 준비합니다.
<파프리카(1Kg)피클 레시피>
파프리카 1kg
설탕 250g(300ml)
꽃소금 50g(100ml)
식초 1000ml(2배식초 아닌 일반식초)
집집마다 김치맛이 제각각 다르듯이
저희집은 맑은 피클을 이렇게 담궈 먹어요.
설탕과 꽃소금은 각각 g으로 표기된 대로 주방저울에 달아서 무게단위로 측정해서 넣어도 좋고,
혹시 주방저울이 없거나 저울로 무게를 따로 재기가 불편하다면
괄호안의 ml로 표기된만큼씩 계량컵을 사용해서 측정되는 양만큼 덜어 써도 좋아요.

그러니까 설탕양을 250g만큼 저울로 재어도 좋고,
이렇게 계량컵의 눈금의 300ml만큼 설탕가루를 부어서 써도 좋다는 뜻이예요.
아주 정확하게 일치하기란 힘들어도 거진 비슷한 양인지라 이런식으로 쓰는게 빠르고 편할때가 많기에 따로 알려드리는 거지요.
이렇게 계량컵만을 사용해서 피클국물을 잡을 때에는
소금이나 설탕같은 가루재료를 먼저 계량해서 용기에 부어준 후 나머지 식초같은 액상재료를 계량컵에 넣어서 써야
불필요한 설거지나 키친타올 얼마라도 아껴쓸 수가 있겠지요.

이렇게 분량의 피클국물 재료들을 한곳에 모아
숟가락으로 잘 저어서 재료들이 녹아서 잘 어우러지도록 준비해 둡니다.
숟가락으로 잘 섞어서는 이렇게 냄비채로 가스불 위에 올려 지금부터 끓이기 시작해야 겠지요.

피클용 국물이 끓을 동안,
앞서 준비해 둔 깨끗한 파프리카들을 도마에 올려서 뚝 잘라서는 속의 씨와 심줄을 깨끗이 제거합니다.

가능하면 색깔별로 다양하게 이런 식으로 속의 군더더기들을 다 잘라내고 깨끗하게 준비하면 됩니다.
파프리카 속을 따 보면 가끔씩 애기파프리카처럼 생긴 쬐끄만 초미니 파프리카 덩어리가 들어있을 때가 많아요.
아래 사진의 오른쪽 아랫부분에 보이는 이 연두색의 애기파프리카는
떼어 내어 속의 씨와 함께 버리는것이 아니라, 함께 파프리카 피클에 사용합니다.
생기다 말은 파프리카라 아주 작아도 맛이나 질감은 파프리카의 육질과 같으니까요.

그리고는 칼로 한 입 크기 정도로 모두 썰어서 준비합니다.
속에 맺혀있던 연두색의 애기파프리카도 비슷한 크기로 함께 썰어서 사용하면 되구요.

가스불위의 파프리카 피클용국물이 이제 끓어오르려고 막 시작하네요.

좀전에 칼로 썰어서 손질한 파프리카는 다양하게 색상별로 골고루 들어가도록 해서
빈 쨈병이나 밀폐용기등에 넣어서 준비를 해 두었어요.
그냥 이대로 먹어도 달고 시원한 육즙이 입안 가득 상쾌하게 퍼질것만 같으니...
파프리카는 그냥 보는 것 만으로로 기분이 청량해지네요.

피클용국물이 팔팔 끓으면 숟가락으로 몇번 잘 저어주어서
남은 알갱이 없이 속에 들어간 재료들이 깨끗하게 잘 녹도록 합니다.
물만 제대로 끓으면 이런 기본 양념으로 쓰이는 재료들은 정말 금새 녹지요.

맑게 잘 끓여졌으면 가스불을 끄고
국자를 사용해서 한 국자씩 떠 냅니다.

그리고는 파프리카를 꾹꾹 눌러서 채워 둔 쨈병에다 한 국자씩 살며시 부워주면 되지요.

이렇게 충분히 병 가득히 국물을 채워주고는
바로 그대로 뚜껑을 꼭 닫아주면 됩니다.

빈 쨈병 4군데에 담아 넣고도 파프리카가 남는지라
타파 한통을 꺼내어 나머지 남은 파프리카를 넣고 피클용국물도 남은것을 부었지요.

저장음식 만들기는 뭐니뭐니해도 유리병이 가장 좋지만
당장 없다고 새로 사는것보다는 아쉬운데로 이렇게 써도 충분해요.

이렇게 만들어 놓고 나니 보기만 해도 얼마나 든든한지요.
일회성 반찬이 아니라 냉장고에 넣어두고 오랫동안 두고두고 먹을 수 있으니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어도 일단 마음먹고 이렇게 쉽게 뚝딱 만들어 보면
별거 아닌것이 냉장고 열 때마다 그리고 찬그릇에 덜어서 맛있게 먹을 때마다 얼마나 오랫동안 마음이 푸근한지...
특히나 이렇게 혀를 톡 쏘면서 새콤달콤하게 입맛을 개운하게 씻어주는 이 파프리카 피클같은 피클류는
삼겹살 구워 먹을때처럼 고기반찬이 식탁에 올라올때에는 꼭 빠지지 않고 함께 상위에 올려요.
기름기가 느끼하게 받칠 때 이런 새콤달콤한 피클 한 조각이 입맛을 조화롭게 잘 중화시켜주니 빠질 수가 없지요.

이건 이 파프리카 피클 만들기에 앞서서 훨씬 전에 만들어두고 먹고 있는 다른 피클들이예요.
위에서부터 마늘고추피클, 양파피클, 그리고 아래의 2통은 토마토피클이예요.
모두 이미 한통 이상씩 다 먹고 남은양이 딱 이만큼이랍니다.
그래도 파프리카 피클도 있으니 고루 섞어서 먹으면 얼마간은 편하게 꺼내먹을 수 있겠지요.

담근지 좀 되는 피클들이라 먹기 좋게 제대로 익었다는 느낌이
보는 것 만으로도 금새 알 수 있지요.
평소에는 제철 채소들이나 생선같은 찬꺼리로 반찬을 이것저것 만들어 먹으니 일부러 피클을 따로 꺼낼일은 그리 많지 않아요.
하지만 기름기가 많아서 느끼한 맛이 느껴지는 음식을 먹을때에는 이 피클이 필수지요.
저희집은 피자 구워먹을 때에도 오이피클과 함께 이 피클들을 골고루 다 꺼내어서 함께 곁들여 먹는데
그냥 먹으면 한두조각에 지레 질려버리는 피자라도 이런 새콤달콤 다양한 피클들과 함께 하면 몇조각씩 더 먹게 되네요.
삼겹살 구워먹을 때에 다양한 피클들을 모두 조금씩 골고루 덜어서 내는데
이렇게 입 맛 개운하게 씻어주는 다양한 피클과 함께 고기를 구워 먹으면 고기맛까지도 훨씬 풍성해지는 느낌이지요.
시장에 나가보면 요즘 나오는 좋은 피클꺼리들이 많지요.^^
싱싱하고 좋은 채소들 장 봐와서 맛있는 피클 많이 담궈 드세요.

<매실쨈 만들기와 매실씨 이야기>
집집마다 매실을 가지고 매실액, 매실장아찌, 매실쨈 등등
몸에 좋은 매실 저장식들을 많이들 만드는 시기가 올해도 돌아왔네요.
한번에 만드는 양도 집집이 다 다르고 그 매실들을 일년 내내 소비하는 양도 다 다르지요.
저희집도 매실액을 만드는데 시댁에서도 매년 만들어 먹으라고 또 주시기 때문에 그래서 늘 넉넉한 편인지라
만들때에도 일부러 욕심내서 많은 양을 만들진 않아요.
그래도 매실액은 오래될수록 맛이 깊어지고 좋으니...
자리는 좁아도 넉넉히 만들어 두고 싶어져요.
올해는 매실액을 내기 전에 며칠전에 매실을 사 와서 먼저 매실쨈을 조금 만들었어요.
집집마다 매실을 다루는 방법 만드는 방법도 조금씩 다르기 마련인데...
뭐든 그렇겠지만 손에 익어서인지 이렇게 만들어 먹는 매실쨈이 너무 쉬워요.
오래오래 인내심을 가지고 발효과정을 기다리지 않아도
매실쨈은 간단하고도 빠른 시간안에 만들 수 있어서 또 좋지요.
대량이 아닌 좀 넉넉한 쨈 병으로 1병 나오는 매실쨈 맛있게 만드는 레시피 알려드릴께요.
<매실쨈 약 700g 레시피>
매실 600g
물 400ml
설탕 400g
쨈이란게 원래도 그렇지만...
준비할 재료도 너무 쉽지요.
시장에서 사 온 매실은 흐르는 물에 뽀득뽀득 문질러 씻어서 채반에 받쳐 물기를 빼 줘요.
매실쨈으로 만들 매실은 크고 좋은 비싼 매실로 하지 않아도 됩니다.
또 매실주나 엑기스 담을 용도가 아니니
거죽의 물기를 잘 말릴 필요없이 줄줄 흐르는 물기만 제거하고 바로 쓰면 되지요.

매실쨈을 만들려고 이제 압력솥을 꺼냅니다.
방금 씻어 물기 뺀 매실을 모두 넣고 여기에 분량의 생수를 부어요.
이렇게 부은 물과 섞어서 쨈이 만들어지니..
당연히 수돗물 보다는 생수나 정수기 물 처럼 먹는 식수를 꼭 써야하겠지요.
귀한 매실로 만드는 것인데 물이 좋지 않으면 이 약이 되는 매실쨈이 얼마나 아까워요.

물을 부으면 매실들이 자작하게 잠길 정도가 됩니다.
이제 압력솥 뚜껑을 닫고

가스불 위에 올려서 끓여 줍니다.
압력솥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을테고 사용하는 열원의 차이, 또한 열량의 차이도 다 있겠지만
저희집처럼 이 압력솥으로 일반 가스불위에 올려 냄비
바깥쪽 벽으로까지 불꽃이 빠지지 않을 정도로 바닥내에서 중불 이상 화력으로 끓였을 때
압력솥으로 매실을 쪄 내는 시간은 약 13분 걸립니다.
사진처럼 압력계기가 최대로 올라가고 조금 지나서 뿌우 하고 소리가 나기 시작하면 그 때 불을 꺼 주면 되지요.
끓여내는 매실양이 많지 않고 압력솥 특유의 빠른 조리상의 장점이 있으니
오래 신경 쓸 필요도 없이 이렇게 금새 익어서 참 좋아요.

불을 끄고 다른 일을 하다보면 어느새 압력솥 안의 열기가 얼추 다 빠져 나가서 압력계기추가 얌전히 내려 와 있지요.
조심스럽게 뚜껑을 열어보면 이렇게 솥 안의 매실들이 푹 퍼져서 잘 익어 있습니다.

숟가락으로 살짝 대어보면 속살이 어찌나 살캉하니 보드랍게 쪄 졌는지 금새 이렇게 풀어져 버릴 정도지요.

이렇게 푹 익은 매실은 압력솥째로 뒷 베란다의 시원한 곳으로 옮겨서
뚜껑을 이렇게 비스듬하게 약간 열어 둔 채로 두어서 남은 열기가 자연스럽게 빠져 나가도록 해서 한참을 둡니다.
저희집은 보통 매실쨈을 만들때에는 저녁밥 먹고 상을 치운 후에 이렇게 압력솥에 푹 쪄내어서는
이렇게 뚜껑 비스듬하게 해서는 베란다쪽에다 밤새 두지요.
아침에 일어나보면 당연히 오랜 시간이 지나서 속에 든 매실들이 모두 차갑게 식어있으니
언제든 편하게 바로 매실쨈을 만들 수가 있어요.

베란다에 압력솥 냄비를 식혀 둔 다음 날 아침이예요.
이렇게 차갑게 식은 매실을 이제 손으로 으깨어 속의 씨를 빼내는 작업을 합니다.
푹 익은 찬 매실살이 손만 닿아도 바로 뭉개지기 때문에 큰 힘 들이지 않고 수월하게 할 수 있어요.
보통은 부엌바닥에 신문지 넓게 깔고 그 위에 압력솥 통째로 올려 두고
저는 그 앞에 앉아서 이렇게 하나하나 으깨기 작업을 합니다.
사진은 위생장갑을 끼고 찍었지만
사실 이 작업을 하려면 양 손을 세제로 깨끗이 씻고 맨 손으로 하는게 제일 편하고 일도 빨라요.
위생장갑을 끼고 일을 하면 장갑에 끈끈하니 매실과육이 들러 붙어서 자꾸 벗겨지려 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렇게 장갑이 벗겨지지 않게 손끝에 힘이 들어가게 되면 나중에 어깨까지 아프답니다.
저도 바로 위생장갑 빼고서 깨끗이 두 손 씻고 씨를 뺐구요.

대충 해내도 되지만 가능하면 씨를 뽀도독 잘 훑어가며 매실살을 발라줘야 매실쨈이 조금이라도 더 나오겠지요.
같은 매실양이라도 이런 소소한 부분에 따라서 조금씩 매실쨈 양이 다르게 나올 수 있답니다.
이렇게 살을 최대한 발라낸 씨도 쓰임새가 귀한지라 버리지 않을테니
이 과정에서 매실살을 최대한 발라내서 씨의 거죽이 깨끗해지면
나중에 이 매실씨 씻어낼 때에 아무래도 좀 더 편해질테지요.

이제 이렇게 매실 속살만 발라져서 남은 압력솥 혹은 냄비 안에 분량의 설탕을 부어줍니다.
수저나 국자로 설탕을 잘 저어 주면서 다시 가스불 위에 이 냄비를 올립니다.
이것이 설탕과 섞어서 쨈으로 끓여주는 마지막 단계지요.

설탕이 골고루 섞이도록 몇번씩 잘 저어준 다음
냄비 뚜껑을 닫고 끓어오르기를 기다립니다.

한번 끓어오르기 시작하면서부터 이렇게 부르르 거품이 확 올라오기 쉬우니
처음 끓어오르기 까지는 곁에서 좀 지켜봐 줘야 해요.

이렇게 끓으면 바로 뚜껑을 열고
불을 좀 약하게 줄여서 국자로 골고루 저어 줍니다.
이렇게 중간중간에 몇번씩 국자로 저어 주면서
냄비안의 매실과육 으깨놓은 것의 색깔이 점점 진하게 변하면서 끈기가 생기도록 지켜보면서 쨈을 만드는 거지요.

이제 거의 다 되어가는 듯 하지요.
쨈이 완성되기까지 시간을 재어보면 냄비와 열량의 차이가 있을테지만
대충 설탕을 넣고 끓이기 시작하면서부터
약 30분 정도면 딱 적당한 농도의 쨈이 완성됩니다.
몇시간을 조려내는 작업이 아니라 곁에서 다른 일 하면서 하다보면 금새 완성되니 아주 수월해요.

쫀쫀한 쨈이 완성되어서 이제 가스불을 껐어요.
일반 쨈의 농도를 생각하고 완전히 그렇게 맞추려 하기 보다는 아주 약간 묽다 생각될 정도에서 불을 꺼 줍니다.
이 쨈이 식어지면 뜨거울 때 보다 조직이 더 단단해 지는 성질이 있으니까요.
바로 불을 끄고 났을때는 너무 뜨거우니 조금 식은 후에 소독해 놓은 유리병에다 매실쨈을 옮겨 넣었습니다.
쨈을 옮겨 넣을 때에도 너무 식으면 냄비안에 끈끈하게 마른듯이 달라붙어 잘 떨어지지 않아 아깝게 버려야 하는 양이 꽤 되니
열기가 완전히 가라앉기 전에 뜨끈할 때 옮겨야 싹싹 알뜰하게 최대한 쨈을 긁어 모을 수 있어요.

이제 남은 매실씨를 수세미로 잘 씻어야지요.
매실씨를 흐르는 물에 담궈서 야채손질용 망사수세미로 바락바락 문지르면
거죽에 얕게 붙어있는 매실속살이 거의 깨끗하게 떨어져 나갑니다.

씨 표면에 아주 미세하고 짧은 섬유질같은 것이 조금 남아있어도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만 말리면 머리카락보다 훨씬 얇은 지푸라기같이 누렇게 바싹 말라버리니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삶아 쓰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저희집은 늘 이렇게 그냥 바짝 말려 쓰는데 아무 이상이 없어요.
매실을 많은양 손질할 때 이 매실을 쪼개어서 나오는 넉넉한 매실씨을 가지고 베개를 만들지만
이만큼의 적은 매실씨를 일부러 버리지 않고 손질해서 말린 이유는 맛사지주머니를 만들기 위해서예요.
잘 말린 매실씨의 양 뾰족한 끝을 뺀치같은걸로 톡톡 잘라내 버리고
집에 못쓰는 천조각이 있으면 주머니 모양으로 한 군데 입구만 남겨두고 바느질을 합니다.
너무 꽉 채워서 속의 씨가 움직이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좀 헐렁하니 씨들이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만들어서
이 말린 씨들을 면주머니에 넣어서 입구를 바느질로 봉해 버리면
너무 쉽고도 유용한 매실씨 맛사지주머니가 완성됩니다.
어깨가 결리거나 무릎이 불편하거나 혹은 다리가 아플때에 등등... 온 몸이 아플때에
이 맛사지주머니를 아픈 부위에 대고서 왔다갔다 맛사지 하듯이 굴려주면 얼마나 시원한지 몰라요.
인공적인 것이 아니라 매실씨를 굴려주면서 자극해주니 기계와는 달리 느낌이 참 편안하구요.
어깨가 결려 통통 맨 주먹으로 두드려 주는 것 보다
이 주머니를 어깨에 얹고 주머니를 두드려 주면 매실씨들이 고루 자극해 주는지라 아픈 부위가 더 시원하기도 하구요.
저는 누워서 이 매실씨 맛사지주머니로 마른 얼굴위에 굴려주는데
일시적으로 크림이나 에센스 발라서 피부가 좋아지는 효과와는 또 다르게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어 피부가 건강해지고 안색도 환해지는게 참 좋답니다.

매실쨈도 이렇게 한 병 그윽히 채워놨으니 맘이 든든해요.
음식 만들때에 부담없이 쓰기에는 매실액을 가장 많이 쓰지만
물기가 적게 자작하게 만드는 음식에는 액보다는 이 쨈을 한 두 숟가락 뭉텅 떠 넣어서 쓰면 참 좋지요.
집에서 요구르트 만들게 되면 이 매실쨈과 섞어 먹으면 정말 좋은 재료들로 만드는 몸에 좋은 약이 되는지라...
장이 좀 민감해서 이렇게 먹기 힘든 경우만 제외하면
조금만 장복해도 묵은 변비도 깨끗이 빠져나오고 피부도 맑아져요.
물론 빵에 발라 먹어도 좋지만 매실쨈은 딸기쨈이나 다른 과일쨈과는 달리 완전히 단 맛 보다는
아주 약간 미세한 듯이 씁쓸한듯한 뒷 맛이 돌아요.
저는 새콤달콤하면서 쌉쌀한 맛까지 나오니 그냥 숟가락으로 맛있게 떠 먹지만
아주 단맛만 강한 일반쨈맛에 길들여져 있는 아이들 입맛기준으로 보면 그렇다는 이야기지요.
물에 타 먹기엔 매실액 맛이 더 좋고, 이 매실쨈은 과육까지 해서 통째로해서 섬유질을 다 먹는 셈인지라
온통 약이 되는 성분이다보니 이런 매실쨈만의 쌉싸름하고 새콤달달한 특유의 쨈맛이 더 맛있고 귀하게만 느껴집니다.
남편과 내년에 중학생 되는 저희 큰 딸은 맛있다고 잘 먹구요.
매년 요맘때 쯤 여름철에 많이들 겪게 되는 배앓이에 약효가 즉방인 매실쨈이나 매실액을 만드느라 매실을 다듬을때마다...
여름을 앞두고 이런 귀한 과실을 선물해 주는 자연의 섭리에 늘 깊은 고마움을 느낍니다.

이렇게 낮 동안 바람 잘 통하도록 해서 햇살 좋은 베란다에 두면
일주일에서 열흘정도면 매실씨가 충분히 바싹 마른답니다.
매실씨 60개쯤 있으면 주머니 하나 정도는 금새 뚝딱 만들 수 있으니
매실쨈 만드시면서 나오는 씨를 잘 갈무리 해 말려서 저희집처럼 맛사지 주머니 한번 만들어 보세요.
일부러 좋은 천 쓸 필요없이 쓰다 남은 깨끗한 짜투리 천으로 만드는 게 가장 좋아요.
피부에도 좋고 몸이 쑤실 때에 부담없이 슬슬 문질러 주기에 1년 내내 유용하게 쓰입니다.

<매실씨 주머니 만들기>
주머니 만들어 매실씨 채워 쓰기가 참 너무 쉽고 단순한데 그래도 한번 보여드릴께요.
수년전에 맘에 드는 천조각들을 조금 모아 둔 것이 있는데
몇년전부터 이 매실씨 주머니 만들때에 두고두고 요긴하게 쓰이네요.
어떤걸 잘라서 만들까 하는데 제 눈엔 세월이 흘러도 모두 다 예뻐 보입니다.
그래서 이 작은 주머니 하나 만들려고 가위로 잘라 내는데에도 허투로 낭비되는 부분이 조금이라도 나올까봐 조심합니다.
이전엔 안쓰는 옛날 귀저기 천을 잘라서 만들었는데 그렇게 해도 좋아요.

집에 미싱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바느질이 취미인 것도 아닌지라
남편 와이셔츠나 양복 단추 떨어진 것 달거나 이런 소소한 일꺼리가 생기지 않으면
평소에 바느질꺼리 가지고 앉아서 집중할 일이 그리 많지 않아요.
서투른 손바느질 하면서 바늘에 곧잘 왼손 찔려가며 움찔 움찔 놀라다 보면
잡념은 사라지고 시간은 어찌나 잘만 흘러가는지요..
시집올 때 어머니께서 사 주신 색동바구니와 저 이불실은 10년도 훨씬 넘어 많이 때 묻고 닳았지만
이것도 세월이 갈수록 더욱 더 소중해 지네요.

주머니에 매실씨를 채워넣기 전에 양 끝에 뾰족하니 가시처럼 날카로운 부분을 끊어줘야 합니다.
공구함을 가져와서 뺀치를 꺼내서 이렇게 뾰족하게 튀어나온 부분을 콱 집어주기만 하면
충분히 말린 매실씨인지라 쉽게 바스러지지요.

이렇게 끝부분이 모두 완만하게 둥글둥글 부드러운 상태가 되어야 주머니에 넣어서 쓸 수가 있어요.
보통 베개에 쓸 때에도 씨의 뾰족한 양 끝 부분은 꼭 이렇게 제거해서 완만하게 처리해줘야 하지요.

제가 바느질 솜씨가 좋다면 지퍼를 한쪽에 달아 매실씨 훌훌 털어내고 세탁해가면서 쓸 수 있으니 참 좋을꺼 같아요.
그냥 다른 부재료 없이 천과 실, 바늘만 가지고 바느질해서 쓰는지라
한쪽에 부분적으로 실을 풀 수 있도록 바느질 해서는 더러워지면 그 부분만 풀어서 매실씨 빼고 세탁하고
또 그 부분만 꿰매서 쓰곤 하지요.
이번에도 면주머니안에다 매실씨 작은것으로 약 60개를 넣어서 주머니 크기는 약 10.5 X 17.5 정도로 만들었어요.
이 안에서 매실씨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로 속에 넉넉하게 여유가 있어야 얼굴이든 어깨든 지압효과가 있어요.
얼굴은 갸름한 옆 볼 쪽등에 대고서 손바닥으로 움직이듯 문질러주면
주머니안의 매실씨들이 왔다갔다 하면서 맛사지를 해 주지요.
처음엔 좀 아픈듯한 느낌도 조금 있지만 익숙해지면 그냥 시원하기만 합니다.
너무 자주 많이 해 줄 필요도 없이 생각날때마다 단 몇분씩 조금만 해 줘도
혈행이 촉진되어 안색도 좋아지는 느낌이 듭니다.
머리부터 발 끝까지 찌푸둥한 부분이 있으면 늘 가볍게 맛사지 해 주는 용도로 쓰는거지요.

애들 아빠는 제가 주머니로 어깨 문지르고 앉아 있으면
이제 나이 든 티 낸다고 놀리기도 합니다.
그러다가도 제가 어깨 시원하게 문질러 주면 본인도 또 좋아하지요..^^
이젠 비가 오면 무릎도 허리도 조금씩 쑤시는 것이..
이런 이야기를 들어도 애써 부정할 수만은 없지요.
예전 저희 친정어머니 살아 계셨을 때 관절염이 심해서 비 올때마다 힘들어 하고 참 많이 고생하셨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도 경험이 없으니 그 아픔이 어떤것인지 이 철없는 딸은 그저 그런가보다 할 뿐이었지요.
어제는 비가 개인 베란다 창 밖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예전부터 비 오는 날을 참 좋아하지만
이제는 심정 뿐 예전 저희 어머니께서 날이 흐려질 때 함께 흐려지기 시작했던 표정을 저 또한 닮아갈까봐 슬쩍 걱정이 되네요.
베란다에서 일년 내내 사랑스러운 꽃을 피워 대는 여우꼬리가 정말 여우꼬리처럼 무거워서 축 쳐졌어요.
제 꽃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저렇게 쳐져버리는 모습을 보면 참 귀엽기만 합니다.
한 주의 시작이 어제만 같은데... 벌써 어김없이 곧 주말이 다가오네요.
이번 한 주 동안의 모든 피곤함을 덜어내시고 편안한 시간 보내시길 바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