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저녁에 오셔서 오늘 아침(금요일)에 가셨으니까 대략 3일 정도.
처음보다 편해지기는 했는데 그래도 혼자 있는 것보다 조심할 것도 신경 쓸 것도 많았어요.
(음식물 쓰레기 버릴 때 남편이 망 봐줬습니다. -.-; 저희 어머니, 음식 버리면 큰일 나는 줄 아시거든요.)
남편이나 시어머니는 저보고 자꾸 편하게 하라고 하는데 그게 어디 쉽나요?
낯설어서 그런지 마냥 편하지 않죠.
한 남자를 만나 사랑하고 결혼하기까지 몇 년의 시간이 필요했거든요.
그랬는데 어느 날 갑자기 가족이 되었으니... 어쩌면 불편한 게 당연....
다른 것보다 어머님이랑 둘이 있을 때 얘깃거리가 없어서 약간 곤란했어요.
저희 어머니, 연세가 좀 많으시거든요.
오빠를 서른 여섯에 낳으신데다 오빠랑 저랑 6살 차이가 나니까 저에게는 거의 할머니뻘...
그러니 세대 차이는 물론이고, 관심사나 취향도 다를 밖에.
보통 누군가의 흉을 보면서 급격하게 가까워지잖아요.
그런데 결혼 2년차쯤 되니 씹을 식구들도 마땅찮고... 더군다나 시댁 쪽에 식구가 적어요.
공통분모라고는 남편뿐인데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아이 볼 때는 아이 얘기하면서 집중하면 되지만 애가 자면...^^;;;
그렇다고 입을 다물고 있을 수도 없고.
말을 길게 하시는 편이 아니라 대화 끌고 나가기가 힘들더라구요.
토크쇼에서 보조MC가 왜 필요한지 절실히 깨달았어요.
점심 먹다가 “어머니, 이 반찬 입에 맞으세요?”
“응, 괜찮다.”
그러고 대화 뚝!
나는 이게 어떻다 저떻다.... 뭐 그렇게 나오시면 음식 얘기나 요리 얘기로 넘어가려고 했는데 완전 대화단절...
보조MC(남편)가 있으면 “엄마, 이거 뭐가 어쩌구 저쩌구...” 이러면서 도와주고 그럼 저도 끼고 그러는데...
리포터나 MC들이 단답형으로 답하는 게스트들을 제일 난감해 하던데 이번에 저도 절감했어요.
고군분투하는 메인 MC의 기분이 들었답니다. ㅎㅎㅎ
그나저나 회원님들은 시어머니와 어떤 이야기를 나누시나요?

거창한 거 하면 더 불편해하신다는 신랑의 신신당부에 그냥 집에서 먹는 그대로 차려냈어요.
할 줄 아는 것도 없는데 잘 됐죠 뭐...

삼겹살을 그냥 굽기 뭐해서...
제대로 된 시골 삼겹살! (껍질까지도 고소하고 맛있답니다)
보라돌이맘님의 깍둑볶음 잘 써먹고 있어요.
(보라돌이맘님 너무 감사해요~^^)
고기를 보니 결혼 초의 일이 생각나네요.
문화 차이로 벌어졌던 희극...
한 나라에서 무슨 문화 차이냐구요?
왜 집안마다 생활방식도 다르잖아요. 그것 때문에 결혼 초에 오해도 있었죠.
결혼 전이었던가? 인사를 하러갔는데 고기를 구워주시는 거예요.
상이 차려지고 오빠가 고기를 굽고 있는데 어머님이 상에 앉으면서 제게 나무 젓가락을 건네 주시더라구요.
저는 옆에는 이미 금속으로 된 젓가락이 놓여있었는데...
그래서 저는 ‘나보고 고기 구우라는 얘긴가 보다. 아들이 고기 굽는 게 못마땅하셨나봐. 이게 말로만 듣던 시집살이라는 거구나...’ 이러고 완전 오버하면서 되게 서글퍼했지요.
식사 마치고 나와서 서러운 생각이 들어서 울었어요.
어쩜 그렇게 대놓고 고기를 구우라고 할 수 있냐. 아직 결혼 전이면 손님 아니냐 이러면서...
그도 그런 게 저희 집에서는 나무 젓가락으로 고기를 굽거든요. (완전 고기 굽는 전용)
시댁에 대한 안 좋은 얘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완전 곡해한 것.
(올가미 영화를 넘 열심히 봤나? ^^;)
지금 생각하니 참 철딱서니가 없었지요.
그랬더니 오빠가 너무 당황해 하면서 자기 집에서는 대접의 의미라고...
가볍고 쓰기 편하기 때문에 배려한 것이라고...
오해가 풀리고 진정하긴 했지만 그런 소소한 일들이 종종 있었죠.

결혼 전에는 청국장 냄새도 못 맡았는데
청국장 귀신이랑 같이 사는 관계로... 안 끓일 수가 없더라구요.
이거 끓여주는 날은 찬사 듣느라 귀가 호강 합니다.
저희 집은 묵은 김치와 총각무 넣고 끓여요~

언니의 반찬 협찬.
(지원 사격이라고 해야 할까요?)
장조림과 자연산 생굴.
배달은 형부가~

식탁에서 사진 찍기 뭐해서 뒤돌아서 살짝... ^^;
밥 차리는 중간에 찍었으니 저게 뭐하는 짓인가 싶으셨을 거에요.
묻지는 않으셨지만요.
어쩌면 못 보셨을지도...
(그건 나만의 생각? ^^;)

딱히 할 말 없을 때는 소일거리용 군것질 거리가 좋은 것 같아요.
공구통 옆에 끼고 깠어요.
호두도 먹고 심심하지도 않고... 일석이조!

군밤...
소일거리용 군것질 투!
귀여운 엘비스님의 팁대로 내피에 상처 나지 않게 흠집 내서 구우면 OK!
(230도 오븐에 15~20분 정도 -군밤 크기에 따라)
껍질을 얼마나 홀랑홀랑 잘 벗는지 누드 밤이라고 불러요.

멸치 한 박스!
소일거리용 쓰리...
뭐... 꼭... 그래서 구입한 건 아니고 마침 똑 떨어져서...^^;;;;

오늘 아침은 시래기 된장국 끓였어요.
특별히 차린 것도 없지만 이제 보니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은 메뉴들이었네요.
겁도 없이...^^;
그나마 내세울 거라고는 삼시 세끼 갓 지은 밥?.
요즘 햅쌀이 맛있어서 밥만 먹어도 너무 좋은 거 같아요.
어머니가 오신 첫날, 밤에 온 남편이 묻더라구요.
며느리가 밥을 굶기지는 않더냐고...
(요즘 12시 넘기는 게 다반사라 저녁도 같이 못 먹어요)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내 인간성을 뭘로 보는 거야?
그나저나 어머님이 가시고 난 뒤에 제가 뭘 먹었게요?

라면입니다!
반갑다, 삼양...
라면을 즐기지는 않지만,
안 먹는 거랑 못 먹는 건 다르잖아요.
후루룩 짭짭~ 후루룩 짭짭~ 맛 좋은 라면~
입으로 먹었는데 맛은 기억나지 않고...
정서적으로 해방된 느낌만 남았네요.
얼마간은 해방라면이라고 불러야 할 듯!

아버지를 이긴(?) 아들.
시어머니가 멀미를 좀 심하게 하세요.
저희 남편이 서울 사는 15년 동안 딱 세 번 왔다 가실 정도.
대학 입학식과 졸업식, 그리고 우리 결혼...
예전에 인간극장에 손주 돌잔치에 참석하기 위해 산을 넘었던 할머니(멀미 때문에 차를 탈 수 없는)얘기 있죠?
그만큼은 아니지만 그 직전까지는 됩니다.
그렇게 멀미를 심하게 하시는데 5개월 된 손주 녀석 보러 벌써 두 번(!)이나 왔다가셨네요.
이번에도 순전히 손주 보러 오신 것!
그리하여 아버지를 이긴 아들이 되겠습니다.
가는 길에 손주 주머니에 돈을 찔러주고 가시네요.
저 녀석 오른쪽 주머니에 세상에서 가장 반가운 컬러가 보이시나요?
(푸릇푸릇~)
아직 어리니까 돈 만원이나 주시나 보다 했는데...

생각보다 뭉칫돈이네요...
인형은 컨셉 아니구요. 원래 바지에 달려있는 거에요. ^^
“특별히 해 드린 것도 없는데 뭘 이렇게 많이 주세요...” 그랬더니
“너 준거 아니고 손주 준거다.” 하시네요.
아, 네....
(역시 말을 이을 수 없게 만드는 단답 신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