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떡볶이 드세요~!
밤중에 야식으로 남의 가슴에 불지르는 거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어흑. 시간이 너무 늦었네요. ㅎㅎㅎ
저는 음식을 할 때, 무척 레시피 의존적인 사람이에요.
손도 느리고 감도 무디고, 암튼 그래서 한번 해먹은 음식도 좀 어렵다 싶으면 메모를 봐야 할 수 있고 그래요.
처음보다는 많이 늘긴 했지만요. ^ ^
그런 제가 레시피 메모 없이 제 맘대로 하는 음식이 몇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떡볶이에요.
제가 떡볶이를 맛있게 할 줄 알아서는 절대로 아니구요, 제 입에 맞는 떡볶이 레시피를 못찾았기 때문이에요.
몇번이나 남들의 레시피를 따라해봤지만 떡볶이 만큼은 성공한 적이 없었어요.
그 과정에서 든 생각이, 사람들의 떡볶이 취향은 서로가 너무 다르다!...는 거였어요.
떡볶이는 참 단순하고 간단한 음식처럼 보이지만 알고보면 십인십색의 다양한 맛의 세계가 있는 거 같아요.
암튼 그래서 떡볶이는 늘 그때그때 땡기는 대로 만들게 돼요. 저날의 떡볶이는 참 맛이 좋았어요.
슬픈 건, 손에 집히는 대로 섞어서 만들었기 때문에, 다음엔 저것과 똑같은 떡볶이를 먹을 수 없다는 거... ㅡㅜ
내가 만들지만 늘 다른 맛의 떡볶이를 먹어야 한다는 거... ㅡㅜ
갑자기 떡볶이 생각이 난 건, 며칠 전 20년만의 떡볶이를 먹고 왔기 때문이에요. ^ ^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없어서 못먹었던! 기름떡볶이에요. 저 집이 아직까지 있다는 걸 몇년 전에 알게 됐어요.
언제 한번 먹으러 가야지... 별러만 오다가, 마침 친구와 근처에 갈 일이 생겨서 원풀고 왔어요. ^ ^
그 때 그 할머니는 아니신 것같은데, 무뚝뚝하신 건 똑같던데요. ㅎㅎ
그래도 계산하면서 20년만에 찾아왔다 말하니 웃어주시더라고요.
맛이요? 맛은 예전과 거의 비슷한 것같은데, 솔직히 그렇게 맛있지는 않았어요. ^ ^;;;
그래도 저는 또 먹으러 갈 거에요. 사무치게 그 맛이 그리울 때가 있거든요. 추억의 맛이니까요.
뒤돌아 나와 집으로 오는 길, 참 많은 생각이 머리 속을 떠다니더군요.
세상 참 만만했던 어린 시절 생각도 나고, 20년 세월이 언제 다 지나갔나 허무하기도 하고,
그때 깔깔 웃으며 함께 다니던 친구들도 그립고, 여태까지나 그 자리 지켜준 떡볶이집이 눈물나게 고맙기도 하고...
가장 맛있는 떡볶이는 추억 속에 있는 것같아요.
동네 작은 가게에서 십원 어치, 이십원 어치 사먹던 길고 허연 밀가루 떡볶이.
그 맛은 기억나지만 결코 다시 먹어볼 순 없는. 그래서 더 맛있게 기억되는 걸까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