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많이 쌀쌀해졌네요.
건강하게 가을 잘 보내고 계신가요?
일단 따끈한 국물 한사발 후루룩 하세요 ^^

요놈은 무쇠로 된 퐁듀세트인데 찌게며 국이며 여기다 끓여 상에 놓고 잘 먹어요.
퐁듀만 해먹으려면 평생 몇번이나 쓰겠어요?
무쇠라 불 없어도 온기가 오래가지만 그래도 밑에 불 켜놓으면 샤브샤브도 해먹을 수 있어요.
사진은 맑은 중국식 새우탕인데, 키톡에 올라온 포스팅보고 끓여봤는데 맛있었어요 ^^
저희집에 시부모님이 오셨었답니다. 멀리 살지만 따져보니 결혼하고 시부모님과 같이 보낸 시간이 꽤 되어요.
올해도 저희가 가서 3주 있었고 이번에 오셔서 3주 정도 계셨으니까요.
저 그리 착한 사람 아니지만...아내가 예쁘면 처갓집 말뚝보고도 절한다고, 전 반대가 되는 거 같아요.
신랑이 이쁘니까...^^ 그리 착하고 따뜻한 사람으로 낳아주시고 키워주신 부모님께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있어요.
지가 잘나봐야 다 부모님께 받은거지 뭐 땅속에서 솟아난 거 아니잖아요.
그리고 우리 신랑보면...사랑 많이 받고 자란 사람이라는 게 눈에 보이거든요. 그래서 더 감사해요.
신랑 제쳐놓더라도 저희 시부모님이 참 좋으시거든요...
저희한테 오실 때도 며느리한테 부담될까 호텔 잡을까 하시고...
작년에도 그렇고 올해도 오셔서 며느리 내내 부엌에서 살지 않게 자주 외식하자 하시고 계산도..^^;;
결국 아들 편하라고 그러시는 건 알지만 뭐든지 항상 며느리편들어주시구요.
맨날 아들만 혼내키시니 시부모님 오시면 신랑은 볼멘소리하고 저는 기고만장 ㅎㅎ
제가 그릇 좋아하는 것도, 사다놓고 쌓아놓기만 하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잘 쓰는 데 얼마나 좋냐하시고
젊은 애가 바닥 체력에 버둥버둥대면 싫으실 것도 같은데, 힘들면 쉬라고 방에 밀어넣어주시고
제가 저녁하고나면 어머니는 설거지하신다고 부엌에서 절 밀어내시고...(물론 저도 거들지만 기분이...^^)
누가 시댁은 로또라고...시댁보고 결혼하는 거 아니니깐 복권같은 거라고 하던데,
전 시댁으로 보면 전생에 나라를 구했음이 틀림없어요.
제가 신랑한테 난 시아버지보고 결혼했다고 귀에 딱지앉게 얘기했거든요.
그런 완소중(노)년이 되어야한다는 나름의 압박인데 앞으로 제가 잘 길러야겠죠 ㅋ
물론 아무리 좋은 분들이어도 24시간 내내 함께 있다보면 속상한 일도 생기고
답답해서 혼자 슈퍼라도 갔다와야할 것 같고 그렇지요. (슈퍼 참 많이 갔어요 ㅎㅎ)
그럴때마다 우리 엄마아빠에게 신랑이 이러면 섭섭하겠지 싶은 일들은 나도 하지 말아야지 다짐했어요.
우리 엄마 아빠가 이랬다고 신랑이 속으로 꿍얼거리면 난 참 섭섭하겠지싶은 것들...
그치만 속에 들어와볼 거 아니니 속으론 많이 꿍얼꿍얼댔지만 ㅎㅎ
어쨌든 마음은 그랬는데 마음은 마음일뿐, 저질 체력과 게으름으로 그리 잘해드리진 못했어요.
한 일주일 지났을땐 너무 힘들었거든요.
혼자 있는 시간이라곤 전혀 없다보니 갑자기 적응도 안되고 3주의 끝은 보이질 않고...
그러다 어영부영 또 일주일이 지나고나니 이제 일주일 있으면 가시는구나 생각하니
그때부턴 참 죄송하더라구요. 와서 얼마나 계신다고 그걸 못하나 싶어서.

특히 힘들었던 건 아침.
신랑은 집에서 저녁만 먹는 착한 일식이인데, 시부모님은 아침을 꼭 드셔야 해요.
빵으로 드시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래도 아침잠 많고 아침에 힘없는 저로서는 그것도 쉽지 않았네요.
몇번은 이렇게 뭐라도 굽고, 저녁에 미리 뭘 사다놓기도 하고 그랬어요.
제가 늦잠자는 동안 시아버님이 빵사오신 적도 있지만 ^^;
시부모님 앞에서 카메라 들이대는 게 익숙치않아서 (것도 제가 차린 상에 뭘 잘했다고 카메라를 ㅎㅎ)
사진으로 남은 건 별로 없네요. 스콘도 몇번 굽고 머핀도 몇번 굽고 그랬는데...

그간 시부모님이 저희 해먹는 사진을 많이 보셔서...그 사진빨에 속으셔서 나름 기대치가 높으셨던 거 같아요.
그래서 실제로 봐도 좀 괜찮은 것들...색감 좋은 것들로 많이 차렸어요.
한식은 떡하니 보기 좋게 차리려면 너무 힘들어서, 좀 신경쓴 듯 차리기엔 양식이 더 만만하네요.
한식도 많이 먹었는데, 사진이 없네요 사진이..반찬그릇 이것저것 꺼내다보면 너무 바빠요.

우리 신랑이랑 시아버지가 좋아하시는 립도 한판 가득 구웠구요.
어쩜 이런 것도 집에서 다 하냐고 못하는 게 없다고 추켜세워주시면 아무리 왼종일 지지고 볶고 해도 참 기분이 좋아져요.
립은 정말 별 거 아니잖아요. 냄새만 잡으면 어떻게 해도 맛난 거 같아요.

'너넨 레스토랑처럼 해놓고 먹더라'라는 말씀에 쪼오금 더 신경썼던 날도 있었고요.

시어머니가 런던에서 드셨던 뭔 파이가 맛있었다는 말씀을 하시길래 바로 다음날 대령했던 Cottage pie.

양고기를 쓰면 Shepherd's pie, 소고기를 쓰면 Cottage pie래요.
원래는 먹고 남은 고기로 하는 재활용 메뉴라지요.

점점 불량(?)해지는 식단.
신랑이 제일 좋아하는 거라며 은근슬쩍 넘겼던 저녁. 다행히 시부모님도 좋아하셨어요.

젊은 시부모님과 신혼 부부~ 기네스 두잔에 콜라 두잔이요~ ^^

레스토랑 어쩌고하신 게 자꾸 맘에 걸려 오렌지피코님의 초콜렛 케익에 괜히 라즈베리 소스 한바퀴 둘러보고...

레스토랑 어쩌고하신 게 또 생각나서 괜히 불쑈하다 집 태워먹는 줄 알았던 날...;
바나나를 버터두른 팬에 굽다가 코냑이나 기타 도수 높은 술을 밀크팬에 소량 담아 불을 붙여 부어주는 건데요,
알콜은 날아가고 향만 남아 아주 맛나답니다.
근데 저처럼 너무 많이 부으시면 불길이 아주 활활~~치솟는 수가 있어요
어찌나 당황했던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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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모님 계시는 동안은 날씨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니, 가시고 나니 온도도 확 내려가고 날도 흐리네요.
이렇게 날씨 좋던 날 시부모님과 같이 자전거타고 공원도 다녀오고 그랬는데...
그땐 자꾸 뒤돌아보고 기다리며 타는 게 그리 즐거운 줄 몰랐는데 이제 혼자타는 자전거가 별로 재미 없네요.

얼마나 자주 뵙는다고...좀 더 잘 해드릴껄...가시고 나니 후회가 많아요.
잘해드린 것도 없는데 고맙다 고맙다하셔서 더 그런 거 같아요.
계신 동안은 혼자 있는 시간이 그리 그립더니 가시고 나니 빈 집이 참 허전하네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