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초대를 해놓으면 저는 우선 김치는 기본으로 세가지 정도 준비합니다.
배추김치가 있으면, 무김치 한가지, 물김치 한가지.. 뭐 이런식으로 구색을 맞춰요.
이번에도 김장김치가 한참 맛없어질 때가 되서 배추김치 빼고 세가지를 더 담갔어요.
아직 시간여유가 열흘 남짓 있지만, 달력을 보아하니 주말에는 한식차례도 있고 뭐 이래저래 지금 해놓지 않으면 안될거 같았어요.
양은 많지 않은데 가짓수가 그래도 세가지나 되다 보니 나름 종일 떡을치게 되었어요.

배추김치는 김장김치가 아직 남기도 했고, 시장에 나가보니 요새 배추가 영 별로더군요.
해서, 열무김치 하나 하고요, 깍두기 대신에 오이소박이 하고, 그리고 물김치로는 나박김치를 했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저는 일을 참 잘합니다.
어렸을때 기억에 엄마는 늘 사람들을 불러 모아 먹이고 대접하는것을 꽤 좋아셨어요.
해마다 명절 말고도 한두차례씩 아버지 회사 동료라든가 동창이라든가, 하여튼 무슨 무슨 명목으로 잔뜩 모아 손님을 치르는 일들이 종종 있었지요.
제 기억에 고작 초등학교 3-4학년쯤 되었을때 부턴지.. 종종거리는 엄마 옆에서서 전거리의 밀가루, 계란옷을 입혀드린다든지, 잡채에 들어갈 야채를 따로따로 볶는 다든지, 산적거리를 꼬치에 꽨다든지.. 뭐 그런저런 일거리를 자주 거들곤 했었답니다.
그런 내공이 자라면서 듬뿍 쌓여서 그런가.. 내 살림을 하면서는 조금 힘들만 하다 싶을때에도 문득 문득 그런기억이 떠오르곤 하고, '까짓, 이쯤이야', 뭐 이렇게 마음 먹고는 해치우곤 하게 되었어요.
고작 두어시간 서서 나물 몇가지 볶았다거나, 전 좀 부쳤다거나, 손으로 계란 흰자 거품 삼십분 돌렸다고 그걸로 허리가 뻐근하네, 다리가 후들거리네, 팔이 쑤시네.. 뭐 그런 엄살을 절대 부리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래도 솔직히 김치 담근날은 조금 힘들긴 힘들어요.ㅠ.ㅠ
그런데 전에는 힘들어도 뭐 다 그렇지.. 하면서 절대 내색을 안했었는데 말예요,
요새는 남편 앞에서는 종종 엄살을 부려요.ㅎㅎㅎ
제가 너무 척척 일을 잘하니까 이 사람이 제가 수퍼우먼이라고 생각하는건지, 그걸 너무 당연한듯 받아들이는것 같기에..
요새는 설겆이 30분 하고도 괜히 한숨을 팍팍 쉬어가면서 힘든 척을 합니다.ㅋㅋㅋ
그래야 어깨라도 주물러 주고.. 괜한 공치사라도 듣는 맛이 있습니다.ㅎㅎㅎ

열무 한단, 풋배추 한단 섞어서 열무김치를 담갔어요.
제 열무김치의 비법은요, 양파를 조금 넉넉히 썰어 넣는다는것, 찹쌀풀(또는 밀가루 풀)에 생고추(붉은 고추)를 믹서에 갈아서 색을 들여요. 그렇게 하면 고춧가루로 만든것보다 색이 더 곱고 익으면서 단맛이 나거든요.
마침 오이소박이에 넣으려고 부추 한단을 샀기에 부추도 넉넉히 넣어 봤어요.

오이소박이는 어쩌면 좀 짠듯 해요.
오늘쯤 먹어봐서 많이 짜면 물 팍 부어서 물김치 될지도 몰라요.ㅠ.ㅠ;;;;
오이소박이에는 부추, 양파, 쪽파에 액젓 조금 넣고 마늘, 생강만 넣었어요.
개인적으로 오이소박이에도 무채가 들어간것을 좋아하는데요, 이번에는 생략했지요.(무가 없어서.ㅡ.ㅡ)
무를 넣은 오이소박이는 더 시원한 맛이 난답니다.
사진으로 자세히 보일지 모르겠는데 칼집 넣는 방향을 잘 보세요.
보통 한 방향으로 열십자 칼집을 넣거나 가운데쪽만 가르거나 하는데, 저는 한쪽 칼집 넣고 직각으로 돌려서 반대편을 같은 식으로 칼집을 넣어요.
저렇게 하면 소가 한쪽으로만 몰리지 않게 되구요, 상에 올려서 먹을때 어느쪽으로든 반만 가르면 공평하게 먹을수가 있어요.
(말로 설명이 잘 안되네요. 그림으로 보여드리면 간단하겠으나.. 이해불가이신 분들은 이만 패스~~)

제가 나박 김치 담그는 방법입니다.
무와 배추를 동량으로 해서 먼저 꽃소금 솔솔 뿌려서 절여요. 물에 씻지 않을거라서 그냥 꽃소금으로 한답니다.
30분이나 1시간 정도면 금방 절어요.
물에 헹구지 않고 그냥 통에 담아요.
그런다음 고춧가루 한두큰술에 물 대접으로 하나 정도 부어서 불려놓은것을 고운 면보에 걸러서 만든 고춧물을 부어요. 고루 잘 섞어 줍니다. 이렇게 해야 무랑 배추에 고운 물이 들거든요.
양념은 나중에 국물에 섞이면 지저분해지니까 사진에 보이는 베보자기에 전부 담아서 재료들 사이에 잘 파묻어요.
저며놓은 마늘, 생강, 파 등이 들었는데, 핵심은 잘 씼어놓은 대파의 흰 뿌리 부분을 같이 넣었어요.
파뿌리가 들어가면 김치국물이 더 시원해 집니다.
쪽파는 보임이니까 따로 썰어서 조금 뿌려 주고 이렇게 해서 손으로 꼭꼭 눌러 뚜껑을 덮어 베란다에 내어두고 하룻밤을 둡니다.

다음날 김칫국물을 만들어 부어요.
김치 통에 들어있던 국물을 맛을 먼저 봐야 해요. 그 염도에 따라 김칫국물의 간을 조절할수 있어요. 짜면 국물을 싱겁게 해서 붓구요, 밍밍하다 싶으면 국물 간을 좀 세게 하지요.
미지근한 물에 소금을 타서 간을 맞춥니다.(미지근한 물로 해야 나중에 김칫국물이 더 시원하게 익습니다.)
이것을 통에 부어주구요,
미나리는 이때 넣어요.
그리고 저는 실고추랑 고깔땐 잣을 한큰술 정도 더 넣어주었어요.
실고추는 너무 많이 넣으면 나중에 다 가라앉아서 지저분해 지니까 적당히 조절해야 해요.
밤이며 대추를 넣기도 하는데, 그런저런게 너무 많이 들어가도 또 김치가 빨리 시니까 별루예요.
이렇게 해서 다시 실온에 조금 익혔다가 김치 냉장고에 넣고 먹으면 됩니다.

잠시 등장하는 저의 새 부억입니다.
스탠드형 김치냉장고 자랑질 하려구요.. ^^
이사기념으로 친정엄마가 선물해 주셨습니다.
냉장고와 김치냉장고가 서로 마주보게 자리를 잡아주었지요.
김치냉장고의 아랫칸에는 제가 담근 고추장과 된장이 벌써 한자리 차지하고 있고요, 중간칸에는 남은 김장김치들이 들어있고.. 상단에는 거의 암것도 들어있지 않습니다.
앞으로 집들이 식재료며 등등.. 들여다 쌓아놓을것을 생각하고 있지요.
배경으로 보이는 씽크대 전경은 어수선하지요? 김치 거리 손질한다고 폭탄을 떨궈놓고 정리를 안해서 그래요.
사실 저는 잡지에서 금방 빠져나온듯 암것도 없는 부엌은 오히려 정이 없어요.
제 부엌은 대개 80%는 언제나 저런 상태입니다.
맨날 지지고 볶고 하는 공간이라 꺠끗할 새가 없지요.

반대쪽 모습까지 보여드리는 센스~
사진으로 보니 실제보다 오히려 정돈되 보이는것은 뭘까요?
딱.... 정감 있지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3=3=3

이날 작업 마치고 오후에는 울 큰아이가 내려준 커피를 마셨습니다.
실은 지가 한거라고는 커피메이커 물탱크에 물 부어주고 커피랑 우유랑 잔이랑 뭐 이런저런거 다 가져다 준거랑, 온오프 스위치 눌러 준거가 다이지만..
그래도 커피 내려주는법 배운다고 말똥거리는 모습이 신기해서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내친김에 카푸치노까지 만들어 먹었습니다.
잘 가르쳐서 앞으로는 맨날 아들놈이 타준 커피를 마셨으면 좋겠습니다만... 가능할지요?

다음은 지난주에 산 맛대가리 없는 딸기로 만든 롤케익도 보여드리구요,

요새 다이어트 겸해서 점심은 반드시 샐러드로 떄우리고 있는데, 그 맛없는 딸기 처치겸 만든 베이비채소와 딸기 샐러드.
소스는 요플레플레인이구요,

딱 양상추와 느타리 버섯으로만 만든 초간단 샐러드.
느타리 버섯을 밀폐용기에 담아서 전자렌지에 1분 돌려 주면 기름에 볶거나 하지 않아도 알맞게 잘 익어서 너무나 간단하지요.
쯔유에 마늘, 식초, 참기름, 꺠소금을 조금씩 넣어 드레싱으로 뿌려 줍니다.
아니면 발사믹 식초를 뿌려 주어도 맛나요.

참, 저도 지난번에 윤정님 레서피 보고 로티보이 라는 빵을 만들었었는데요, 우리집에서는 실패작이었어요.
제가 제맘대로 레서피를 바꿔서 그런지... 빵 반죽은 그냥 제가 늘 쓰는 단과자 빵 반죽으로 했거든요.
평소에 제가 만든 UFO 빵과 네덜란드 빵을 아주 좋아하는 울 식구들+ 언니와 조카들이 모두 한입씩 먹고는 인상을 팍 쓰면서, 이 안에든 요상한것은 왜 넣었냐(크림치즈와 버터를 반반씩 넣었음), 며 아이들은 모두 손가락으로 후벼 파내고 능력이 안되는 것들은 씹어 뱉어 놨다는...ㅠ.ㅠ;;;
애들 이모는 "아, 그냥 만들지 왜 이렇게 이상하게 만들고 그래, 애들 먹을껀데 토핑에 커피를 넣질 않나...하여튼 맛없어.. "라고 말해서 아주 우울했다는...ㅠ.ㅠ

그리고 얘는.. 저런 자세로 토핑만 뜯어먹고 속알맹이는 전부 버렸답니다. 흑흑흑...ㅠ.ㅠ
요즘은 무슨 음식이든지, 요리를 하면서 늘 엄마 생각을 한답니다.
내가 자라면서 충분히 사랑받았다는 기억을 가진것이 참으로 행복하다고 느낍니다.
우찌되었든지 간에, 우리 아이들이 자라서 저같은 행복한 기억을 가질수 있었다면 참으로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