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단식은 단식이고, 애들 밥을 해줘야 하니... 이런 거 해먹었어요
그 런데 저는 아마도 지구가 멸망해도 살아남을 초강력 울트라 튼실 유전자를 타고났는지, 하루 굶어가지고는 아무런 이상이 없더군요. 36시간 정도 지나야, 아, 배가 고프다 하는 느낌이 들더군요. 전 어쩌면 단식농성에 최적화된 체질인가봐요 :-)
암 튼, 연못댁 님 말씀처럼, 다른 거 아무것도 도울 수 없는 처지인 저같은 사람은 "나 밥 안먹어!" 이런 거라도 하는 거구요, 다른 분들은 맛난 거 많이 해드시고 힘내서 좋은 일 많이 하셔야 하니, 제가 그간 해먹은 음식 사진 몇 개 올립니다.
아 이들 친구들이 놀러와서 마당에서 점심을 먹인 날이었어요. 저희집 코난군이나 둘리양도 그렇지만, 꼬마 손님들도 먹는 것에 연연해 하지 않는 쿨한 어린이들이라, 저는 오히려 식단 선정에 아무런 고민없이 기계적으로 냉장고에 있는 것들을 주섬주섬 꺼내서 차렸어요. 어차피 잘 안먹을 아이들이니, 아무려면 어때? 하는 심정이었죠 ㅎㅎㅎ
감자는 좋아하지만 다른 야채는 잘 안먹는 코난군을 위해 만들었던 감자 크로켓
어 느날 동네 국제시장 (ㅋㅋㅋ 인터내셔널 그로서리 마트 라고 써야 하지만 우리말로 간편 번역을 하다보니 국제시장이 되어버렸네요. 국제시장이 갑자기 그리워집니다. 엄마랑 신학기 옷이랑 학용품 사러 가곤 했던 곳이거든요.) 에 블루 크랩이 나왔길래 콩나물 듬뿍 넣고 만든 해물찜입니다.
다리가 파란 색이라 블루 크랩 이라고 부르는 이 게는 크기가 작아서 게살을 발라 먹으려면 최저시급도 안나오는 비효율적인 음식이지만, 이렇게 해물찜이나 찌개로 먹으면 국물의 향이 아주 좋아요.
찜솥의 가장 아래부터 콩나물, 깻잎과 케일 (쑥갓과 미나리를 구할 수가 없어서 대체제로 사용했어요), 해물믹스, 명태 코다리, 그리고 블루 크랩을 얹고, 맨 위에 양념장을 뿌렸어요.
양념장은 고추장에 고춧가루, 다진 마늘, 설탕, 멸치 액젓과 국간장을 넣어서 만들었습니다.
20분 가량 쪘더니 야채가 숨이 죽어서 이렇게 가라앉았어요.
일단 게는 꺼내놓고, 나머지 재료위에 찹쌀가루를 뿌려서 뚜껑을 덮고 약한 불에 5-6분 정도 뜸을 들였다가 막판에 잘 휘저어 주었어요.
그릇에 담을 때 게는 가장 위에 얹어서 장식용(?)으로 담습니다.
코난군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치킨버거 - 케찹도 머스타드도 필요없이 순수한 빵과 고기 그리고 치즈 :-)
앞에 노란 것은 프렌치 토스트입니다.
반면에 코난 아범은 하루에 한 끼는 밥과 반찬을 먹어줘야 속이 편안하다고 해요.
일식삼찬이면 화려한 수준인 우리집 밥상의 실정... ㅠ.ㅠ
앞집 할머니께서 직접 키우신 오이를 나눠주셨는데, 어찌나 달던지 참외 먹는 기분이 들었어요.
이렇게 맛있는 오이에 양념을 하는 것은 오이를 욕보이는 것 같아서 그냥 썰어서 쌈장에 찍어 먹었어요.
오이의 명예를 지키고, 나는 쉽게 상차리고, 오이와 내가 윈윈하던 날이었슴다 ㅋㅋㅋ
우리 동네 국제시장은 금요일 아침이 대목이예요. 싱싱한 생선과 게가 들어오기도 하고 콩나물도 오는 날이거든요. 크로커? 라고 써있는 생선이 어쩐지 낯이 익어서 한 마리 사와서 구웠더니 이게 바로 조기더라는...
명왕성 국제시장에는 지구상 여러 나라의 음식 재료를 다 팔고 있는데, 알리오 올리오 라고 하는 양념을 팔길래 사다가 만들어봤어요.
그런데 온가족이 외면하는 비참한 메뉴가 되고 말았다는...
이건 누구나 아는, 누구나 만드는 쉬운 음식, 옥수수 철판구이.
철판이 따로 없으니 후라이팬에게 "넌 지금부터 철판이다" 하고 최면을 걸어준 다음, 옥수수 통조림을 따서, 마치 신선한 옥수수인 척 하며 깔아주고 마요네즈와 돈까스 소스를 뿌려서 그냥 구우면 되지요.
명왕성 국제시장에는 명왕성에 있는 농장에서 직접 키운 농산물도 들어온답니다.
노란 복숭아가 아주 잘 익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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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천상연
'14.7.19 11:10 AM멀리서 수고하십니다
저도 무엇을 할수있을까 고민하고 고민하려고 해요소년공원
'14.7.21 1:15 AM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저도 늘 고민만 했었는데요...
이제는 "하는 것"은 별 거 아니더라도 그것을 "알리는 것"을 부지런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나혼자 속으로만 열심히 생각하는 동안에, 세월호 참사는 세상에서 잊혀지고 묻혀버릴 것 같아서요.
고맙습니다.2. 연못댁
'14.7.19 8:16 PM저 녀석들은 뭘 먹고 살아서 발이 저렇게 파란색일까요?
또 익으면 분홍색으로 변하고.
해물찜이 너무 맛있게 보여요.
여기는 섬나라인데도 해산물이 너무 부실해요.
저는 단식 이틀째인 오늘 배가 많이 고픕니다.
330ml 병에 든 생수를 옆에 두고 계속 마시는데
저희집 꼬맹이 뽀삐가 그 생수병을 노리고 있어요.--;
집회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지 궁금하고 걱정스럽고 그렇습니다요.소년공원
'14.7.21 1:17 AM영국의 음식... 님의 글로 많이 보고 배우고 있습니다.
단식은, 강철체력인 저도 이틀 이상 연달아는 못하겠더군요.
유가족분들이 걱정되어요.3. 미모로 애국
'14.7.20 6:51 AM저희집 만두도 코난군처럼 순수하게 빵과 고기, 치즈만 들어간 햄버거를 좋아해요.
아이들은 다 똑같은가봐요. -_-;;소년공원
'14.7.21 1:23 AM만두군과 코난군의 식성이 비슷한가봐요.
저희집 둘리양은 또 정반대랍니다.
샐러드나 과일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반대로 햄버거나 핏자 같은 것은 안좋아해요.
저마다 제각각의 입맛인 아이들 밥해먹이는 게 쉽지 않아요 :-)소년공원
'14.7.21 1:24 AM참, 책 내신 것 축하드려요!
블로그에서 살짝 보고 알았답니다.미모로 애국
'14.10.3 3:49 AM엇.. 이 댓글을 이제 봤네요. 에헤헤~. ^^
4. 백만순이
'14.7.22 10:14 PM저 다리 파란 게 보고 울 아이가 침을 꿀꺽 삼키다
작아서 살이 없다니 급실망하네요
그리고 저희집은 쌍둥이인데도 식성이 정 반대예요
뭐......저는 그냥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했어요
뭘해도 둘중 한녀석은 잘먹겠구나~하구요소년공원
'14.7.26 10:42 PM백만순이님,
당신을 긍정의 여왕으로 추대합니다!
우산장수랑 소금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__^5. 알토란
'14.7.23 12:45 AM북미 대학의 교수님들은 다들 엄청 바쁘시던데 그래도 건강 밥상 차려드시네요~
역시 엄마는 위대합니다.
블루크랩은 우리 꽃게랑 비교하면 맛이 어떤가요?소년공원
'14.7.26 10:46 PM저는 학기 중에만 바쁘고, 방학동안에는 한가하기로 작정을 했거든요.
이미 아시는지 모르지만, 미국에서 교사나 교수는 일 년에 9개월만 일하기로 정해져있고 월급도 일하는 기간에만 나오는 걸로 되어 있으니, 방학에 집에서 노는 것이 떳떳해서 좋더군요 ㅎㅎㅎ
블루크랩이나 꽃게나...
게 특유의 향과 맛과 식감은 똑같은 것 같아요.
다만, 싸이즈가 작아서 살을 발라 먹기에는 좀 부족하고, 국물을 먹는 쪽으로 요리를 하게 되더군요.6. 아이스라떼
'14.7.30 5:11 PM오랜만에 꼬맹이라 다 잊어버렸는지..밥안먹는 꼬맹이 밥멕이려니 지혜가 필요하네요~
감자크로켓이 궁금해요~
감자크로켓이 맛있는데 삶은걸 뭉쳐서 튀기고 일이 많아서 엄두를 못내는데요..
감자 갈은걸 반죽처럼 해서 야채전 처럼 부치신건가요?소년공원
'14.7.31 4:33 AM감자 크로켓을 간단히 만드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아무래도 정석으로 만들어야 제 맛이 나는 것 같아요.
(간단히 만들 때는 매쉬드 포테이토 만드는 감자 플레이크를 이용하면 무척 편해요.)
다만, 감자를 삶을 때 통으로 삶으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니까, 감자를 깨끗히 씻고 껍질을 깍은 다음 얇게 썰어서 삶으면 2-3분 만에 다 익고, 그걸 으깨는 것도 무척 쉬워집니다.
그렇게 으깬 감자에 야채를 다져넣고, 햄이나 베이컨 같은 육류도 조금 다져넣고, 감자사라다처럼 만든 다음에 알맞은 크기로 한 덩어리씩 뭉쳐서 빵가루 묻혀 튀긴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