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헤아릴만큼 많은 수의 나이는 아니지만...
내 어릴때는 그랬다.
여름에 비가 내리는 날이면
아버지는 외출에서 돌아오시거나
밭에 나가서 일을 하고 돌아오시는 길에
집앞 텃밭에서 야들야들한 호박을 두세개씩 따오셨다.
여름비가 오는날에는 호박이 어디에 있었는지도 모르게 커다란 호박잎아래에 있다가
어느날 보면.....굵직한 호박이 주렁주렁 하다면서.....
그렇게 호박을 두서너개 따오는 여름날이면
처마끝에는 빗방울이 똑똑...떨어지고,
흙으로 된....질퍽한 부엌에선 똑똑거리는 소리가 몇번 들린후에...
이내 엄마는 석유냄새가 풀폴나는 곤로를 들고 시커먼 후라이팬을 들고
야들야들한 호박을 썰어 연두색 호박이 살짝살짝 보이는 반죽을 한양푼 들고 나오셨다.
요즘처럼 아이들을 먹일 요량으로 우유로 반죽을 한것도 아니고,
부침가루를 넣은것도 아닌....
그저...밀가루에 설탕만을 넣어서 반죽을 만들어서 한양푼 들고 오셨다.
곤로에 불을 켜고, 그 반죽으로 시커먼....후라이팬에 호박전을 부칠 요량이면
옆에서.....제비새끼처럼 쪼로록 앉아서 그 부침개가 익기만을 기다리다가
한장 지져내면.......다섯남매가 한젖가락씩만 먹어도 한장이 후딱이였으리~~
그렇게 제비새끼들이 먹는 모습을 보시는 아버지의 흐뭇한 미소와.....
"아부지 먼저 드리고 좀있다 먹어라~~" 하면서 볼멘소리를 하시는
엄마의 목소리와 재빠른 뒤집개 손놀림.....
아~~그때 먹었던 그 부침개(우리 동네에선 "부쳐리" 라고 불렀다....ㅋ)
아무리 이것 저것 넣어봐도....그때 그맛은 절대 나지 않지만
요즘도 오늘처럼 몇날 며칠씩 비가 내리면
나는 그때 그 추억의 부쳐리를 부쳐댄다.
내 아이들도......그때 그 제비새끼들 같이 맛있게 먹어주니 감사할뿐~~~
오늘도 호박으로 부쳐리를 부쳐서 먹으면서
내 아이들에게....
"외할아버지는 말야~~~" 하면서 추억을 더듬어보았다.
둘째의
"왜 외할아버지는 하늘나라에 빨리 가셨어요?" 하는 말에...목이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