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세 모녀가 함께 한 식탁

| 조회수 : 10,776 | 추천수 : 57
작성일 : 2007-06-13 22:06:34
결혼하면서 다짐했던 것 중 하나가
'일년에 한 번씩은 엄마랑 여동생을 초대해서 세 여자만의 시간을 만들자' 였어요.
결혼하신 분들은 알겠지만, 이게 아주 쉬운 일인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일이거든요.

엄마나 여동생은 워낙 허물없는 사이기 때문에
집에 놀러와도 냉장고에 있는 메뉴로 같이 대충 때우거나
간단히 차나 마시는 정도.. ^^

그래서  '방문'이 아닌 '초대'를 해서,  내가 맛있는 음식도 만들어 드리고,
여자 셋이 밀린 수다도 떨면서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 생각했죠- :)



바쁘다는 핑계를 대자면 계속 미루게 될 것 같길래,
더 더워지기전에 엄마랑 여동생과 날짜를 맞춰서 모인 자리.

여름 분위기가 나도록 초록색 테이블보를 깔고
나뭇잎 모양의 흰 접시들로 간단하게 세팅했어요.



그리고 쑥쓰럽지만 고민끝에 만들어 본 네임카드 ^^
사실 레스토랑에 가도 그렇고 행사에 가도 그렇고 네임카드 받을 일이 별로 없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적어드리면 엄마가 좋아하시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그리고 그냥 엄마한테 사랑한다는 말을 하긴 왠지 쑥쓰럽고 부끄러워서.. ^^* )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곡물바게트 먼저 꺼내놓고-



원래는 토마토 모짜렐라 브루스케타를 할까 했는데,
조금 흔한 메뉴인듯 해서
양송이 버섯 무스를 올린 브루스케타를 준비했어요.

저 미니 퐁듀 안에 든 게 버섯무스인데,
양송이 버섯을 듬뿍 넣고 만들어 고소하고 씹히는 질감도 좋아서
자주 만들어 먹는 메뉴 중 하나예요-
(바게트에 듬뿍 올려 먹으면 정말 맛있어요. ^^ )



그리고 발사믹 소스와 올리브오일을 약간 섞은 뒤
토마토에 버무린 새콤한 메뉴로 입맛을 돋궈주고-



본 메뉴로 준비한 바비큐한 닭가슴살 쌀국수-

그릴에 구운 닭가슴살과 야채들을 피쉬소스에 버무려 준 건데,
사진에는 안 보이지만 쌀국수는 밑에 깔렸어요.
함께 버무려 먹어도 맛있고, 샐러드처럼 위에 닭가슴살 요리만 먹어도 좋아요.

엄마가 먹어보시고는 맛있다고 하시며
'어떻게 했길래 닭가슴살이 생선살처럼 부드럽니?' 하셨어요. ㅋㅋ
(아싸~ 성공. ^^ )



그리고 음료는 사쿠란보 tea를 우려내서 아이스티를 만들었는데,
이전에 집에서 사쿠란보로 꿀을 만든 적이 있거든요.
그 꿀을 좀 넣고 약간 쓴맛만 잡아 준 뒤,
시원하게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레몬을 띄워서 마셨어요.

그리고 피쳐가 너무 밋밋하길래, 종이끈을 이용해서 약간 모양을 내줬죠. ^^



디저트로 준비한 건 달콤한 초콜릿 무스-
전날 만들어서 냉장고에 차갑게 넣어뒀다가 먹으니까 맛있더라구요.

식사 내내 수다가 끊이지 않았고,
거실로 옮겨서도 계속된 이런저런 이야기들-
결국 '어,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하면서 헤어졌어요. ^^

늘 엄마가 해주는 음식만 먹다가 결혼해 버려서 (--;;)
내 손으로 한 음식도 자주 해드려야지, 하는데도 마음 같지 않아요.

언제나 잘 해드리지 못해서 죄송하지만,
그리고 준비한 식탁도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다음번을 기약하려구요- :)


http://www.parandal.com

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missh
    '07.6.13 10:56 PM

    이런 자리는 너무 소중하고 좋을거 같아요 다음에 생각해도 좋은 추억이되구요~~
    시간 내서 이런모임 자주하세요~~ 전 외국이라 잘 못하는데 ...파란달님 부럽네요~~ 음식도 너무 이쁘구요~~

  • 2. 파란달
    '07.6.13 11:30 PM

    감사해요, missh님~ ^^
    그럼 어머니와 떨어져 계신건가요? 더 애틋하시겠어요...
    저두 일년에 한 번이니까 이렇지, 평소에는 잘 못해드려서 늘 마음에 걸려요.. ^^;;
    그래두 시간 날 때마다 자주 자리를 마련해 보려구요~ :)

  • 3. Hope Kim
    '07.6.13 11:32 PM

    참 아름다운시간 가지셨네요. 느껴져요.
    파란달님 때문에 오늘 많은생각을하게되네요. 저희집여자들도 몇안되는데 다들 떨어져서
    살다보니 함께 모인지가 가물가물. 가까이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씩이나마 저도 좋은 추억 파란달님처럼 만들어볼렵니다.

  • 4. 아들바위
    '07.6.14 12:11 AM

    부럽네요..고향에 계신 어머니 한번 모시고 따뜻한 식사 한번
    못해드렸어요. 마음이 저려오네요...행복한 시간과 함께 건강하세요!!

  • 5. 김영아
    '07.6.14 12:23 AM

    버섯 무스 레서피 여쭤봐도 될까요?

  • 6. 비타민
    '07.6.14 6:56 AM

    나뭇잎 모양 접시도.. 너무 예쁘고... 미니 퐁듀도 너무 예뻐요~~~
    방울 토마토도.. 일일이 껍질 다 까신 거에요..? 진짜.. 정성이 돋보입니다...^^

  • 7. inblue
    '07.6.14 7:12 AM

    참 좋은 생각이세요.
    친정식구들 오면 왠지 편해서 형싯보다는 그냥 편하게 먹고 노는데
    이렇게 제대로 차린 식탁에서 즐기는 것도 참 좋겠단 생각입니다.
    저도 친정어머님이 살아계셨다면 따라 해 봤을텐데....-.-

  • 8. 소박한 밥상
    '07.6.14 8:03 AM

    행복한 얘긴데 어째 마음 한 구석이 찌릿찌릿해지죠 ???
    그릇 어디서 구매한 거냐고 묻는 사람은 신기하게 없네요^ ^
    알려 주셔요
    포인트 있는 흰그릇을 좋아한답니다.
    그냥 부모 형제와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는 것보다
    생활의 지혜를 배운 듯 합니다

  • 9. lois
    '07.6.14 8:52 AM

    몇달전, 엄마와 여동생. 다같이 식사할 기회가 많이 있었는데... 못했답니다.
    지금 님의 글을 읽어보니 많이 아쉽네요.
    담에 언제고... 또 기회가 있으면 해봐야겠어요. ^^
    글 고맙습니다.

  • 10. 포도공주
    '07.6.14 9:03 AM

    저도 결혼하면서 생각만 하고 아직 실행에 옮기지 못한 것들 중 하나네요.
    엄마와 동생을 초대하는게 정말 어려운 일도 아닌데 게으름을 탓해야겠지요.

    파란달님 글 보고 자극 받아서 올 여름이 지나기 전에는 꼭 한번 실행해 보렵니다. 감사해요~

  • 11. 단비
    '07.6.14 9:34 AM

    ㅜㅜㅜ...부러워요..

  • 12. 아네스
    '07.6.14 10:23 AM

    생각나는 일이 있어요. 엄마가 입원하셔서 제가 병원에서 잘 때가 있었지요. 낮엔 간병인 계시고 저녁에 제가 자고 그랬지요. 아침에 병원에서 간단히 씻고 출근 준비 하는데 엄마가 그러시더군요. "그래, 너 이렇게 입고 화장도 좀 하고 다녀라" 헉!!! 전 직딩이고 거래처 만나는 일이 많아 제법 차려 입고 다니거든요. 그런데 친정갈 때는 완전 폭탄으로 가니까 엄마가 근 10년 동안 화장한 제 모습을 못 보신 거예요.
    이것 보고 느낀 게 참 많아요. 저도 언제 엄마 모시고 저녁 식사 한번 대접해 드려야겠어요. 엄마 미안~

  • 13. 꽃순이
    '07.6.14 10:29 AM

    행복이 눈에 보이네요

    부럽습니다.

  • 14. 뽀쟁이
    '07.6.14 10:31 AM

    와~ 파란달님의 아기자기한 솜씨가 다 보이는 너무 이쁜 상차림이에요~ 굉장히 행복하고 부러운 시간 가지셨네요~ ^^

  • 15. 적휘
    '07.6.14 1:43 PM

    와우~ 멋지십니다!!
    저도 꼭 해보고픈 일인데...멀리계신 어머니 모시기가 영 어렵네요...
    결혼 후 언니랑은 자주 보는데 말이죠...

  • 16. 스누피
    '07.6.14 4:04 PM

    저도 그릇 출처 궁금해요~!
    어디서 사셨어요???

  • 17. 파란달
    '07.6.14 4:53 PM

    평소에 잘 못하다가 마련한 자리인데, 좋게 봐주시니 감사하고 오히려 제가 부끄럽네요.. ^^;
    김영아님.. 버섯무스는 제가 자주 만들어 먹는 메뉴이니, 조만간 만들 때 한 번 레서피를 올릴께요~
    그리고 소박한 밥상님.. 스누피님.. 저도 흰 그릇을 좋아하는데, 이건 나뭇잎 모양으로 된 게 참 마음에 들더라구요.^^ 구입은 신세계 백화점 피숀 매장에서 했는데, 본점과 강남점 리빙층에 가시면 있어요~

  • 18. livingscent
    '07.6.14 5:07 PM

    친정엄마랑 여동생과 가까이 사시는 것 만으로도 정말 부러운데 이렇게 근사한 식사까지..
    정말 친정이랑 멀리 떨어져 지내는 제겐 눈물나게 부러운일이에요..
    게다가 이렇게 솜씨도 좋으시다니~~
    엄마랑 여동생이랑 정말 행복하셨겠어요^^
    이쁘게 만드신 네임카드 엄마가 보시고 감동 받으셨을듯~~
    덕분에 저도 행복해져요~~

  • 19. 소박한 밥상
    '07.6.14 9:32 PM

    강남점 피숀 VIP였는데 퍽 비싸서 이젠 끊었는데
    지름신이 강력하게 ㅠㅠ
    그릇이 아닌 꽃을 좋아해서 주로 화병 많이 구입했었어요
    답변 고마워요

  • 20. 어진맘
    '07.6.24 1:43 PM

    좋은 시간 갖으셨겠어요..
    파란달 님 글을 보면서 눈시울이 불거지는 것이...
    이 나라 저나라에 흩어져있는 가족 생각에...
    저,,친정엄마도 살아계시고,,친정언니도 한명 있습니다..
    저도 한자리에 함께 하고 싶네요...
    엄만 한국에,,언닌 호주에,,전,,미국에 있습니다..
    셋 중에 둘이 만나는건 오히려 더 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치만,,,언젠가 셋이 한자리에 앉을 날이 오겠지요...
    정말,,그러고 보니 셋이 한자리에 함께 있은지,,정말 여러해가 되었네요...
    이 밤,,좀,,맘이 허,,전,,하네요...쩝..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23861 대파 고등어졸임 15 경빈마마 2007.06.14 7,691 25
23860 라쟈냐 디너.. 8 livingscent 2007.06.14 6,048 17
23859 기다림이란.. 무엇일까? - 김치 춘권 7 2007.06.14 4,410 40
23858 서리태 콩국수 5 쥬링 2007.06.14 5,369 33
23857 난생 처음 족발 만들기 10 헤이븐 2007.06.14 6,186 41
23856 사각함과 새콤한 맛의 프랑스식 사과튀김 11 우노리 2007.06.14 6,764 28
23855 [고등어양념구이]빨간옷 입혀서 구워먹기~! 9 하나 2007.06.14 6,544 89
23854 야밤의 샐러드...카프레제 4 물푸레 2007.06.14 5,090 29
23853 쌉싸름한 맛도 좋다.... 두릅 7 토마토 2007.06.13 2,892 47
23852 오랜만에 김치 담았어요... 8 나나맘 2007.06.13 4,613 53
23851 세 모녀가 함께 한 식탁 20 파란달 2007.06.13 10,776 57
23850 양파 피클 담았어요.. 7 pure 2007.06.13 6,240 40
23849 더덕 장아찌 1 들녘의바람 2007.06.13 4,116 24
23848 비가 오려나~~ 11 강혜경 2007.06.13 4,869 12
23847 고추마늘장아찌 4 남나리 2007.06.13 4,715 33
23846 간단하나 간단하지 않은 손님상 6 lamer 2007.06.13 11,837 30
23845 집에서 만든 또띠아~~또띠아 핏자는 자동이예용~~ㅎㅎㅎ 3 나오미 2007.06.13 6,129 18
23844 브라우니- 행복 릴레이*^^* 6 예형 2007.06.13 4,016 92
23843 둘째아들 생일을 위한 쵸콜렛케익 7 inblue 2007.06.13 4,602 34
23842 시골아낙네님 양파로 엔지니어님 야파효소 만들기 ^*^ 7 나니요 2007.06.13 7,702 27
23841 소심한 밥상 15 제민 2007.06.13 7,753 40
23840 브라우니 한 조각 드세요~ 4 헤이븐 2007.06.13 3,316 42
23839 원기회복에 민물장어 구이를..... 5 들녘의바람 2007.06.13 3,364 21
23838 토마토 소스 만들어서 스파게티~~ 22 강혜경 2007.06.13 8,951 41
23837 묻어가는, 전복. 6 야간운전 2007.06.13 4,694 15
23836 고추장소스 바베큐폭찹 2 앤드 2007.06.12 4,588 31
23835 팥빙수를 먹기 위해... 16 오디헵뽕 2007.06.12 6,292 71
23834 누룽지 그라탕~ 1 23elly 2007.06.12 3,317 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