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5살 아기가 유치원에서 첫 소풍을 갔습니다.
작년 이맘때는 어린이집에서 소풍을 갔었지요.
그 때 저는 태어나 처음으로 자식의 소풍 도시락이란 걸 쌌네요.
어찌나 설레던지.
새벽에 일어나 조금 떨면서^^ 김밥과 과일을 싸놓고 부랴부랴 출근했던 기억이 납니다.
퇴근하고 아기를 찾으며 “뭐가 제일 좋았어?” 하고 물으니
“김밥 먹은 것”이라고 주저 없이 말하더군요.
그래서....
오늘도 열심히 김밥을 쌌습니다.
(일전에 시금치를 다듬으려고 뒤적이다가 아주 크~~은 지렁이를 발견하고
애 떨어질 듯 놀란 적 있는데 그 뒤론 시금치를 아직 혼자 못 다듬어요.
소심한 엄마 때문에 김밥에 초록 야채가 빠져 영양도, 색감도 떨어지네요. ㅠㅠ)
작년보다 맛이 없게 됐는데
소풍 갔다온 우리 아기는 한 개 남기고 다 먹었더군요. 꽤 있었는데.
그러나, 그거 먹느라 시간이 부족하여 과일은 하나도 안 먹고 다시 가져왔어요.
과일 킬러가 김밥 먹느라 과일을 못 먹고 가져오다니, 좀 미안했어요.
김밥을 너무 많이 넣었는지, 무겁게 과일까지 괜히 싸 준 건지.
아님 과일은 밥 먹고 먹는 거라고 굳게 믿고^^ 있는 아기가 살짝 미련한 건지. ㅎㅎ
저녁도 김밥을 먹었습니다.
윗 접시는 아랫집에 드리고,
아기는 아랫 접시를 먹었습니다.


주섬주섬 하루 종일 주워먹어 배가 너무 불러 따로 차리지 않은 엄마에게
“왜 엄마 거는 없어요?”라고 계속 물어보며 먹었습니다.
아기 도시락으로 싼 건 아니고 한번 시도해본 모양 김밥,
예전에 어느 님이 올리신 것을 보며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처음 해 본 오늘 소감은
내공이 필요한 거구나, 나같은 사람이 아직 섣불리 시도할 만한 것이 아니구나..입니다.
모양 제대로 낸다고 한번 더, 한번 더 하다가 오전 다 보냈네요. 차라리 맨 처음 것이 제일 나았거늘....
설거지까지 끝내고 자리에 등 펴고 누우니 정오를 넘긴 12시 30분입니다.
진득히 누워 있고 싶었으나 12시 35분에 일어났습니다.
일하는 내내 등에 업혀 있던 잠든 우리 둘째, 내려놓으니 5분 만에 일어나는 겁니다. 흑흑.
작년 이맘 때 새벽같이 일어나 오빠 김밥 쌀 때
엄마 뱃속에서 힘차게 발길질 하던 그 아이, 요즘 이 아이 키우며 휴직 중입니다.
그래서 대낮에 이렇게 잠시라도 등 펴고, 발 뻗고 누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려놓으면 깨고, 젖 빼면 깨는 이 아이 때문에
엄마는 힘에 부쳐 오늘도 한차례 울었습니다.
그래도 감사합니다, 곁에 있어줘서요.
내가 만든 음식 맛있다 하며 먹어주고, 전 존재로 엄마를 찾아 주는 작은 아기들 덕분에
엄마는 다시 힘을 냅니다.

품에 잠든, 10개월 된 둘째입니다.
저도 이렇게 엄마 품에서 잠들던 아기 때가 있었겠지요?
수없이 내 도시락을 싸주신 엄마가 문득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