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음식을하여야하는 주부의 입장에서보면 일년치 장(醬)을 장만하는것도 큰 일이라는것을
시골살이하면서 매번 느낀다.
작년에 고추장이많아 그냥저냥 고추장을 담그지않고 넘어갔더니 올해는 고추장이 간당간당하다.
산골이다보니 된장이나 고추장을 참 많이 먹게된다.

된장에 나물만 뜯어넣고 고추장만 넣으면 비빔밥이되는 경북식의 비빔밥..
내고향에서는 갖은 나물을 넣어야 비빔밥이되는데 여기는 내륙지방이라그런지
된장과 고추장 한 가지의 나물만이 비빕밥의 주인공이다.
된장이나 고추장 담그는 시기가되면 은근히 걱정이된다.
양의 적고 많음을 떠나 한 해의 우리집안 음식맛이 장에 의하여 결정되니 여간 신경 쓰이는게 아니다.
주부라고는 하지만 아직 장담그는 솜씨가 없다보니 어머님께 의지하여아하는데 어머님 솜씨도
딱히 계량되어진것이 아니라 어머님의 평생의 솜씨에 의지하여야하기에 더욱 그렇다.
"어머님 물 얼마나 잡을까요?"
네가 알아서 적당히 잡아라"
고추는요? 메주는요?소금은요?
"이만큼하면 될것이다"
매번 이런식이었다.
그래서 작년에는 된장을 담글때는 아예 저울을 갖다두고는 물과 소금을 정확한 양으로 된장을 담궜더니
올해는 짜지도 싱겁지도않은 맛있는 된장이되었다.

고추장도 설을 넘기지 말아야한다는 말씀에 고추 15근을 준비하고 찹쌀로 밥을 지었다.
찹쌀 다섯되를 씻어 가마솥에 앉히고 밥을 하였다.
밥이 고슬고슬하니 뜸이들어 보리쌀가루2되와 엿기름3되를 걸러 붓고는 장작불로 밥할때와는 달리 왕겨를
아궁이에 한가득 넣어두었다.
왕겨가 서서히 타들어가며 전기밥통과 같은 역할을한다.

그렇게 오전에 밥을하여 삭히면 오후가되면 밥이 삭아서 식혜가 되어있다.
베보자기에 걸러서 삭힌물만을 걸러서 엿물과 같이 또 장작불로 조청을 만든다.
적당한 찹쌀조청이되면 식혀서 고추가루 등겨가루(보리띄운가루)와조청을 주걱으로 저어주면서 소금으로 간한다.
고추가루가 뭉치지않고 모두 풀릴때까지 저어주어야한다.
찹쌀조청과 빨간고추가루가 어울려 음식맛을 높여주는 맛난 장이 만들어진다니..
이런것도 모르고 어머님께 얻어먹던 도시생활보다 이제 내 손으로 담궈먹는 장.
이상하게 된장이나 고추장을 담그고 나면 내 자신이 커 보인다.
매번 촌장이 힘을 써주어서 저어주기에 올해도 맛난 찹쌀고추장이되겠지?

시골아낙의 보물창고에 또 하나의 보물이 담겨져 맛나게 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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