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물딱지 컴퓨터가 또 고장이 나는 바람에 사진 다운로드가 안되었었습니다.
82에서 알게된 유명하신 전문가의 의견을 구하니 명을 다하신거 같다고 하시는군요. ㅠ.ㅠ
그래서 결국 조만간 새로 사야할지도 모르겠는데, 그건 그거고 우찌되었든간에 당장이라도 좀 써보자 하여 마당발이신 우리 서방님께서 임시방편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이게 며칠이나 갈런지요...쩝!! ㅜ.ㅜ;
사람이든 물건이든 참 처음부터 나랑 안맞는 애들이 꼭 있습니다.
옷으로 치면 어떤 옷은 사 입자 마자 떡하니 김치국물을 묻히는 것으로 시작하여 그걸 입을때마다 꼭 뭘 묻히게 되는 징크스가 생기고,
또 어떤 신발은 그걸 신는 날마다 하필 일기예보에도 없던 비를 만나 결국 얼마 신지 못하고 버리게 되는...
우리 컴퓨터는 제가 결혼할때 산건데 아주 새거였던 때부터도 뭐가 부속이 하나씩 불량이었습니다. 잘 만들었다고 소문난 멀쩡한 기계가 하필 우리집에서 불량이 나는거.. 고치는 사람도 이런경우는 흔치 않다고 하는거..그 이후로 참 말썽을 줄기차게 부리고 있습니다.
하여간에, 정말로 이놈의 중독증이 무섭긴 무서운지라 사진 다운로드가 안되는 며칠 동안, 괜히 좀이 쑤시고 재미가 없고...그렇더이다.ㅎㅎㅎㅎ
..우리 언니는 저더러 <참 너는 인생을 피곤하게 사는구나..>라고 합니다. 덧붙여서 <그런다고 누가 알아나 주냐?>라고 하구요.
<그냥 저냥 대충 쉽게 살것이지>, <빵은 왜 만들고>, 또 <떡은 왜 찌고, > 또 <뭐하러 김치는 담그냐>고 합니다.
<넌 하는 짓이 꼭 엄마랑 똑같아.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혼자 만들어서 다 하고는 힘들다고 징징거리고, 힘들게 만든 음식 안먹는다고 또 섭섭하다고 그러고.. >
..그러게요.
..전 참 하나같이 엄마를 많이 닮았는데, 음식 만들기 좋아하는것, 자꾸자꾸 새로은것 하는것, 힘들게 많이 만들어서 이사람 저사람 퍼주길 좋아하는것...다 엄마를 닮았습니다.
..그런데 저랑 엄마는 왜 이러고 살까요?? ㅡㅡ;;

우리집 김장.
1살, 3살 아이들이 김치를 먹을일도 없고, 덜렁 어른 식구라고는 남편하고 저 뿐인데 뭘 믿고 이렇게 많이씩이나 했을까요??
저 양 좀 보세요.
통배추 김치 두통,
보쌈김치 한통,
장김치 한통,
파김치 한통,
그리고 찌개 끓여 먹고 만두속 하려고 따로 버무린 막김치 한통.
그럼 저게 다냐?? 저거 말고도 냉장고에 요새 먹던 배추김치가 2/3통쯤 남은게 있고, 깍두기도 큰걸로 한통 있습니다. 너무 맛있어서 많이 없어지긴 했지만서두...
저걸 다 어디다 넣어놓나, 했는데도 결국 여기저기 꾸겨 넣으니 다 들어갈데가 생기데요??
...사실은 말이죠,,
제가 장봐서 했으면 덜렁 배추 댓포기에 무나 서너개 사서 배추김치랑 물김치나 좀 담구고 말았을텐데,
제가 꼭 빼닮은 엄마가 시골서 김장거리를 뽑아 정말로 엄청난 양을 던져주고 가시는 바람에..힘들어, 힘들어 하면서도 그 보내주신 정성때문에 군말없이 이렇게 했던 거랍니다.
넵. 제가 분명히 일을 사서 하는 편인것이 맞긴 맞지만, 가끔은 하늘에서 이렇게 일감이 뭉텅이로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는...--;;
(웃긴건, 저는 저렇게 김치거리로 뭉텅이 던져주시더니 엄마가 올케랑 언니는 다 담가서 나눠 주셨다는...차별하는거야, 뭐야...ㅜ.ㅜ;)

(사진이 왜 이모냥이냐~~ㅠ.ㅠ)
배추김치야 뭐 다들 집집마다 나름의 스탈이 있을 것이고,
저의 음식을 만들때의 생각은 <품위와 격식을 갖추어야 하는 음식은 최대한 그렇게, 그러나 나머지는 최대한 심플하게>입니다.
그래서 평소의 저의 배추김치는 별다른 재료를 많이 넣지 않고 그냥 최소한의 재료로 '간만 잘 맞추어' 담급니다.

하지만 그에 비해서 갖출걸 다 갖추어 해먹어야 하는 음식은 최대한 예를 갖추는거지요.
이건 보쌈 김치입니다. 속을 보여드려야 하는데 아직 상에 내놓을만큼 익지 않아서 속 사진이 없네요. 겉만 보니 보쌈인지 뭔지 모르겠지요??
절인 배추의 넓적한 겉잎을 떼어 따로 두고 속을 얌전하게 썰어두고, 무도 나박나박 썰어둔 다음,
역시 비슷한 크기로 썬 배와 밤, 갖, 미나리, 쪽파, 그리고 새우젓, 풀, 생강, 마늘, 또 잘게 썬 낙지와 생굴을 넣어 고춧가루에 버무립니다.
밥 공기에 배추 겉잎을 교차하여 놓고 속을 담은 다음 고명으로 은행, 잣, 실고추, 그리고 삶은 쇠고기 편육을 한조각 얹어 예쁘게 싸매 통에 담습니다.
사실은 생새우가 들어가야 맛있는데 유독 비싸서 못넣었고, 석이채도 넣어야 하는데 손이 너무 많이 가서 그냥 안 넣고 말았습니다.
어렸을때 엄마는 좀 격있는 음식을 하실때면 언제나 석이버섯을 넣곤 하셨는데, 그걸 미지근한 물에 불려서 손톱끝으로 껍질을 다듬는일을 언제나 저를 시키셨었습니다.
식탁 위에 일감을 놓고 쭈그리고 앉아 석이채를 다듬는 것이 어찌나 싫었는지...제 살림을 하면서 귀찮아서 저는 그게 잘 안쓰게 됩니다.

또 한가지 소위 <격조 있는 김치> 인 장김치입니다.
나박김치랑 비슷하지만 재료를 절일때 소금 대신 간장을 쓰기때문에 장김치라고 부릅니다.
제가 자랄적에 저희집에서는 언제나 정월이면 장김치를 먹었었습니다. 그래서 그 생각이 나서 저도 해마다 담근답니다.
이건 어떻게 만드느냐면,
나박나박 얌전하게 썬 무와 배추를 조선간장에 절여둡니다.
그 사이 재료를 써는데 배도 무와 비슷한 크기로 썰어두고,
밤도 낣작하게 썰고,
미나리, 갖(갓은 넣어도 되고 안넣어도 됩니다만..), 쪽파를 5센티 규격으로 썰고,
마늘과 생강을 채썰고,
실백과 실고추, 대추채, 마른 표고를 불려서 채썬것을 준비합니다.
미나리, 실백을 제외한 나머지 재료를 절여진 무와 배추에 섞어 꼬박 하룻밤 정도 실온에 두었다가 미지근한 물에 소금간을 맞춘후 붓고 남겨둔 미나리와 실백을 띄웁니다.
저는 생략했지만 실은 여기에도 역시 석이채가 들어가야 좋습니다.
일주일 지났더니 아무 맛있게 익어서 시원하니 잘 먹고 있습니다.
매운맛이 없고 그냥 톡쏘게 시원하기만 하니 아이가 어찌나 잘먹는지 모릅니다.
한보시기 꺼내놓으면 그자리에서 싹 비웁니다.
이런 김치는 많이 담그면 절대 안됩니다. 재료가 많이 들어가서 신선한 기분에 빨리 먹어치워야지 오래두면 맛이 없거든요.

파김치는 쪽파가 많이 남아서 할수 없이 버무려 놓았네요.
액젓에 절인다음, 다른 간 첨가하지 않고 제 국에 양념해서 그냥 섞기만 하는데, 잘 곰삭으면 그 콤콤한 맛이 참 일품입니다.
삼겹살 먹을때 곁들여도 아주 좋지요.
우리 시어머니 식은 파김치도 소금으로 절여서 국물을 흥건하게 뻘겋지 않게 담그는 식인데, 저는 다른건 몰라도 파김치는 이렇게 좀 뻘겋게 한게 맛있는것 같더라구요.
내 입으로 말하자니 좀 쑥스럽지만 저는 무슨 종류든 제가 담근 김치가 제 입에 맛있습니다.
남편은 여전히 자랄때 입맛이라 그런지 어머님 김치가 최고라고 하지만요..
글쎄요, 언젠가 우리 애들도 제 음식에 길이 들여져서 지 마누라들한테 점수 좀 깍일라나요?? ㅋㅋㅋ

마지막은 돼지고기 보쌈과 김치에 넣고 남은 낙지 데친것. 그리고 소주 한병.
사진 다 찍고보니 새우젓이 빠졌더라구요. 먹을때 얼른 꺼내 찍어 먹었어요.
벌써 일주일 지났는데 이 사진 보니까 또 먹고 싶네..
지금 새벽 1시 반인데, 이 시간에 보쌈이 땡기면 이건 안되는 거잖아요...이런!!!... ㅠ.ㅠ;;
저더러 많은 집안일들 중에 가장 보람찬것을 꼽으라 한다면 단연 김치 담그기와 장 담그기인거 같습니다.
곳간에 쌀이 채워져 있고,
장 항아리에 고추장, 된장, 간장 넉넉하고,
그리고 김치 넉넉하면 굶을 걱정은 없는거 아닙니까??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