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릴땐 명절에 용돈도 많이 생기고 멀리 있는 친척들도 다 볼 수 있는 명절이 좋기만 했는데 어른이 되고 나니 조금 피곤하단 생각이 듭니다. 일을 척척 잘 해내는 편이 아니라 시어머니께서 차례상 준비를 다 하시고 저는 옆에서 보조만 하는데도 몸과 맘은 엄청 힘들다는걸 아마 우리 재민아빤 모르겠죠?
제가 시집와서 가장 인상적이었던건 명절음식의 양이 엄청나다는겁니다. 아마도 걸리버가 사는 거인국으로 시집을 왔나봅니다. 나물도 큰 대야에 하고 세수대야 크기의 양푼에 각각 밥을 비벼 드시더군요. 저 놀라 기절하는줄 알았어요. 시댁이나 친정집에서 하는 음식의 종류는 비슷한데 우리 친정 어머니께서는 산적을 예술로 하는 반면 시어머니께선 탕국을 예술로 끓이십니다. 어머니 탕국의 비밀은 좋은 재료에 있었답니다.
시어머니의 탕국을 한번 보여드릴께요. 사진은 조금 엉망입니다.
★ 작고 얇게 무를 썰어줍니다. 혹시나 모양이 이쁘지 않다고 혼날까봐 썰면서 어머니 눈치도 가끔 살펴봅니다.

★ 무와 쇠고기 양지머리에 참기름을 두르고 잘 볶아줍니다.(저는 실수로 곤약을 같이 넣었다가 혼났습니다.)

★ 대대로 물러내려온 큰 솥에 아주 많이 끓인답니다.(곰국 할때 사용하는 솥인데 사진에서는 그다지 크게 안 느껴지는군요. 이거 저에게도 물러주심 어쩐다죠?)

★ 물을 붓고 육수가 잘 나오도록 끓이다가

★ 바지락을 넣어줍니다. (쌀때 많이 사서 직접까뒀다가 냉장고에 얼려두고 드신답니다. 우리 시어머니 별명이 또순이 아짐이라죠?)

★ 큰조개도 쌀때 미리 사뒀다가 손질해서 냉동실에 보관해 뒀다고 자랑하십니다.

★ 큰조개 20마리 잘게 썰어서 솥으로 들어갑니다.

★ 곤약도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고

★ 두부도 잘라줍니다.

★ 국이 끓는 동안 다른곳에선 문어를 삶아줍니다.(문어가 탕국으로 들어가는건 아니니 착각하지 마세요)

★ 뽀얗게 국물이 우러나면 국간장으로 간을 하고

★ 불순물을 제거해 줍니다.

★ 준비해둔 곤약을 넣고

★ 두부도 넣어줍니다.

★ 국물맛이 끝내주는 시어머니표 탕국 완성입니다. 재료를 아끼지 않고 듬뿍넣고 끓이니 맛있는 것 같습니다. 평소엔 새우살도 한바가지 넣고 끓이시더니 오늘은 깜빡하셨나봅니다. 뭔가 허전하다고 하시더니 지금 생각해보니 새우살이였네요. 그래도 맛있었심더...

★ 아침부터 허리도 펴지 못하고 튀김에 전에 탕국에 산적, 생선을 굽고 있는데 얄밉게도 재민아빤 잠만 잡니다. 아무리 자기집이지만 너무 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다 일어나 미안한지 어머니 심부름으로 방앗간에 떡하러 갑니다.
저희 시어머니께서 명절엔 항상 모듬백이를 하십니다. 친정에서는 방앗간에서 만들어 주는 떡을 두되에 54000원 주고 사는데 시어머니는 모든 재료(쌀, 설탕, 밤, 양대콩, 땅콩)를 다 준비해 가서 두되를 10000원에 해결하십니다. 수공비가 한되 5000원이라더군요.
중요한건 재료를 준비해간 시어머니표 모듬백이가 훨씬 맛있습니다.

★ 뜨끈할때 한쪽 먹으면 죽음입니다요.(사진보니 갑자기 떡이 먹고 싶어 어머니께서 챙겨주신 떡 한쪽 먹고 레시피 계속 올리겠슴다.)

저...떡 먹고 왔심더. 계속 올려보겠습니다.
★ 내일 아침부터 눈 뜨면 몇일간 명절 음식 먹어야 할텐데 오늘 저녁엔 색다른걸 먹자고 하시며 친정 엄마가 보내주신 쇠고기를 미리 양념을 해뒀다가 불고기를 해주셨습니다.

★ 양파와 버섯도 함께 구웠답니다.

★ 이것또한 군침이 돌지 않나요?

부모님 만큼 좋은 존재는 이세상에 없을겁니다. 자식이 예의상 주는 얇은 차례상 봉투에도 불구하고 트렁크 비좁도록 많이 싸주셨습니다. 늘 잘해드리자 싶은데 생각만큼 실천이 안되네요.
친정편
추석명절 시댁에서 지내다 친정에 가면 친정 엄마는 몇일동안 명절 음식에 질린 딸과 사위를 위해서 색다른 음식을 준비하시곤 합니다. 보통 명절음식의 느끼함에 상반되는 대구볼찜이나 갈비구이를 준비해 주신답니다.
올해는 귀한 자연산 송이가 선물로 들어와서 송이버섯과 낙엽살을 구워주셨어요.
♥ 자연산 송이의 향기가 끝내주더군요.

♥ 시어머니께서 보내주신 낙엽살과 이렇게 구워 먹었지요.

♥ 버섯의 향과 쫄깃함....입에서 살살 녹는 낙엽살의 조화는 글로 다 표현할수가 없습니다.

♥ 아버지께 큰 은혜를 입었다면서 어느분께서 해마다 기억하고 보내주시는 갈비를 엄마가 양념해 뒀다가 (당장의 이익보다는 존경을 택했던 우리 아버지가 자랑스러웠는데 그 분도 이렇게 기억하고 계시니 서로가 고마운 일입니다.)

♥ 구워주셨답니다. (모양은 LA갈비 같은데 박스엔 한우라도 되어 있네요.)

♥ 육질이 부드러운것이 입에서 녹습니다. 한 입 드릴께요.

과식한 다음 날 아침은 자연산 송이 넣은 전복죽으로
♥ 올해는 선물이 많이 들어왔다고 엄마가 엄청 좋아하십니다. 물론 선물 들어온 전복으로 아침에 죽을 끓여 주셨어요. 죽 끓이면서 사진도 직접 찍는 우리 엄마의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귀엽습니다. 요즘 일이 바빠 지금에서야 올려 드려 미안하네요.
전복과 송이버섯을 손질하고 (물론 전복의 내장도 손질해서 사용했어요.)

♥ 불린찹쌀과 참기름 넣고 볶아줍니다.

♥ 물 붓고 끓이다가

♥ 찹쌀이 퍼지고 물이 줄어들면 소금간을 합니다.

♥ 깔끔한 밑반찬과 함께

♥ 그릇에 담아 맛있게 드시면 됩니다.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는 같은 종류의 음식이라도 하시는 스타일이 다르십니다.
예를 들면 친정어머니는 산적을 하실때 쇠고기를 먼저 넣게되면 앙념물이 지저분해지고 텁텁해진다고 제일 나중에 넣으시는 반면 시어머니께선 쇠고기 육수가 우러나와 국물이 맛있게 된다고 하시며 제일 먼저 넣어십니다.
친정 어머니는 생선은 먹기 좋은 크기를 사는데 시어머니께선 칼도 들어가기 힘든 아주 큰 괴물 같은 생선이 먹을게 많다고 산답니다. 누가 옳다고 할 수 없습니다. 다 얘기를 들어보면 옳은거지요. 다만 저는 친정에선 친정엄마가 잘 하시는거고 시댁에서는 시어머니의 방법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오랜만에 레시피 올리고 나니 새벽 1시가 넘어 버렸네요. 다행이 내일은 학생들과 가을 소풍을 가니 심적인 부담은 덜합니다.
어제 종례 후 반장 불러서 제 도시락은 제가 준비할테니 어머니께 준비하지 마시라고했습니다. 예전에 저희가 학교 다닐땐 선생님 도시락은 반장이 준비하는게 당연했었는데 세상이 많이 변했지요?
부모님 부담 드리지 않도록 교사들끼리 정했답니다. 옳은일인데 점점 삭막해 지고 있는건 사실입니다. 저희 친정 어머니께서도 교사였는데 반장 엄마가 도시락 싸주면 도시락 씻어 사탕 가득 채워서 돌려주는 모습을 보고 자랐습니다.
서로가 정이 넘치면 좋으련만.......세상은 변하네요.
클릭~! ☞ 과정샷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