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고향마을에선 가끔 결혼식을 자기 집 마당에서 하곤 했답니다.
수탉한마리 얻어놓고 연지곤지찍은 수줍은 새색시를 앞에 두고 아들 장가든다고 너무 좋아
술을 너무 많이 드셔서 주정을 하시던 시아버지되실 분 때문에 구경온 동네 사람들이 다 웃던 기억이 새삼 나네요.
너무 어릴적이라 어렴풋하게 생각이 나는 건데 할머니를 따라 아랫마을까지 갔던 일이 떠올라요.
예식장에서, 호텔에서, 더 다양한 장소에서 혼례를 올리는 요즘도 좋지만 시집올 시댁에서 예식을 치르고
내가 살 집 마당에서 친지와 동네분을 모시고 한다는 건 또 다른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언제부터 우리는 혼례를 바깥에서 건물을 빌려서 하게 되었을까요.
마당이 없는 주거환경이 되고 더 그렇지 않았을까요. 마당없는 아파트와 좁은 터를 가진 요즘의 집들이
대세를 이루는 때에 내 집으로 손님을 모셔놓고 잔치를 치를순 없었겠지요.
세월은 참 많은 것을 변하게 하는 것 같네요.
잔치날이 되었으니 사람들이 먹을 음식으로 당연히 국수와 전, 그리고 잡채를 많이 하셨지요.
시골에선 한 집에 큰 일이 있으면 동네 잔치가 되는 날이니 마을 아낙들은 다 그 집으로 모이지요.
모여서는 커다른 가마솥뚜껑을 걸어 돼지기름으로 전을 부치는데 무우꼭다리로 기름을 솥뚜껑에 발라서
전을 부치면 우리는 그 옆에 쪼그리고 앉아 뜨끈뜨끈한 배추전하나 얻어서 손으로 뜯어먹곤 했는데 그게 얼마나
맛있었는지 모른답니다. 전이라는 말은 표준말이지만 우리는 보통 찌짐이라고 많이 그랬지요.
경상도가 고향인 저로서는 그게 훨씬 정감이 가네요.
그 잔치음식중에서도 특히 저는 잡채를 좋아했어요. 지금처럼 색감이 화려하고 영양가 있고
맛있는 재료가 많이 들어간게 아니라 딱 세가지, 돼지고기, 당근, 파란나물만 들어간 잡채였답니다.
아침에 해놓으면 채반에 널어놓고 어른들 대접하고 아이들은 마당 한켠에서 식어버리고 불어터진 잡채를
얻어먹었지만 그게 왜 그리 맛있던지, 조금 더 먹고 싶었지만 바쁜 어른들은 먹었으면 복잡하다고 얼른 가라고
하셨죠. 못내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우린 잔치집을 나와야 했죠.
흔하디 흔한 것이 먹을 것이고 마음만 먹으면 잡채쯤은 얼마든지 맛있게 먹을 수 있지만
요즘 온갖 재료를 넣고 잡채를 해봐도 그 맛이 안나는 것 같아요.
음식이 귀하고 없어야 무엇을 먹어도 맛이 있는데 너무 풍족하고 너무 흔하니 입맛도 그에 따라 적응을 하는 것이겠지요.
이젠 동네아주머니들끼리 모여앉아 전을 부치고 국수를 말고 이런저런 얘기로 이야기꽃을 피우는 일은
볼수가 없겠지요.
세월이 근 30년이 흐르고 문화가 바뀌고 세대가 바뀌었으니...
그래도 그때 그시절 가난하고 배고팠던 날들에 먹었던 잔치음식은 늘 위속을 거쳐 가슴한켠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네요.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이벤트 응모]잔치날 먹었던 잡채
이은연 |
조회수 : 4,653 |
추천수 : 9
작성일 : 2006-10-11 17:4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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