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이벤트응모]처음이자 마지막 국수한그릇ㅠㅠ
34살 먹도록 시집도 안가고 뭐 그렇다고 돈을 넉넉하게 벌어서 부모님께 용돈을 제대로 드린적도 없고...
생일상 한번 제대로 차려드린적 없고....
그야말로 철부지 노처녀딸이 드디어 다음달에 시집을 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에겐 이번 추석이 시집안간 딸로서는 부모님과 마지막으로 보내는 명절이었습니다.
비록 결혼식 날짜는 한달정도 남았지만 결혼식이 서울에서 있어 고향집에 마지막으로 내려간거지요...
고향집에 있는 일주일간 내도록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아 부모님과 눈도 제대로 못 맞추고, 밥상에서도 별 대화도 없었어요.
그렇게 썰렁하게 연휴를 보내던 중 추석 이틀전인가, 입맛도 없고 기분도 쓸쓸하길래 아버지께
"아버지 냉면 사드릴께요. 같이 나가요" 그랬어요.
그랬더니 아버지는 "한푼이라도 아껴서 빨리 집사야지...내가 냉면 만들어 줄께..." 하시며 주방으로 가시네요.
직업군인이셨던 아버지는 단한번도 주방에서 음식을 하셨던 적이 없으셨는데...시집가는 딸에게 마지막으로 뭔가를 만들어주고 싶으셨던 모양이었습니다.
그러기를 한시간인가.....한참을 주방에서 왔다갔다,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시더니....
한 2인분은 넘어보이는 무지하게 많은 양의 국수에 냉장고 있던 초고추장, 굵게 채썬 오이, 잘게 다진 김치를 얹은 국수 한그릇을 식탁에 올려놓으셨어요.
"이 국수이름을 방금 내가 지었는데 간단쫄깃즉석국수다...허허허" 하시면서요.
눈물이 앞을 가려서 비비기가 힘들었지만, 억지로 비벼서 맛을 보았더니...양념이 너무 적어서 심심하기 짝이 없는 별맛없는(사실은 너무 맛이 없는)국수였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참기름도 듬뿍 넣고 싶고, 김치도 더 송송 썰어놓고 싶고, 초고추장도 더 넣고... 그러고 싶었지만 꾹 참고...아주 맛있다는 말을 연발하며 그 많은 양의 국수를 모두 비웠습니다.
아버지는 계속 앞에 앉으셔서 흐믓한 표정으로 "맛있지? 맛있지?" 하시구요.
ㅠㅠ
그저께 서울올라오는 날 아침에 거실을 나가니 들고가겠다고 잔뜩 싸놓은 짐이 하나도 없더군요.
아버지가 새벽부터 짐을 모두 제차에 실어놓고 손수 세차까지 해놓고 기름까지 잔뜩 채워놓고 오셨어요.
서울올라가는 날이 시집가는 날인걸로 생각이 드셨는지 차옆에 서계신 아버지 두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있었어요...
이때까지 잘해드린것도 없고, 기쁘게 해드린 일도 없고, 애교한번 말한번 따뜻하게 한적없는 저는...지금 후회가 막심합니다.
물론 아직 아버지가 젊으시니깐 지금부터라도 잘해드려야지...하는데, 과연 이렇게 멀리 떨어져 얼마나 잘해드릴수 있을지...
직접 뵈며 대화나눌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있을지....
가슴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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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oh~kyoungsub
'06.10.9 7:22 PM기억에 남기고 싶어 사진을 찍었었는데, 서울로 돌아와 82에 들어와보니 이벤트공모가 떠서 글을 올려보았습니다. 적합한 내용은 맞는것인지...
2. 똘똘이
'06.10.9 7:23 PM정말 평생 잊을 수 없는 마음 찡한 음식이네요.
요즘 시집가도 뭐 옛날같은가요~~~
아버님께도 잘해드리고 재미나게 사세요, 결혼 축하드려요3. 파워맘
'06.10.9 8:07 PM아버지가 시집가는 따님을 위해 해주셨군요.
가슴 찡해요 맛이 문제겠어요? 최고의 국수지요^^
제 남편도 직업군인인데 한평생을 군인으로 살아온 사람은 가족에 대한 미안함이 많답니다. 잘 챙겨주지 못하고 늘 바빴다고 자녀들과 아내에게 늘 미안해하지요. 아마도 시집가는 딸에 대한 아쉬움도 있지만 그간 잘 챙겨주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사랑이 베어있을 겁니다. 결혼하시면 행복하게 사는 모습으로 효도하세요^^ 결혼 미리 축하드립니다^^4. 행복둥우리
'06.10.9 10:38 PM제 남편도 직업군인인데 지금 그 기분 알것같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중학생인데 너무 많이 이사다녀서 친구들이 제대로 연락되는 애들이 없어요 일년에 두번 이사간적도 있었으니까요 그런아이들이 결혼을 한다면 정말 미안할것 같습니다. 지금도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친구들을 만들어주지 못한것에 대한 미안함이 엄청많거든요 시집가서도 아버지에게 전화 많이 해주세요 키우면서 엄청 미안해하거든요
5. 고은한결맘
'06.10.9 11:14 PM오늘따라 4년전 돌아가신 아빠 생각이 많이 나네요....
6. 빨간코알루♡
'06.10.10 12:36 AM감동적이에요...아버지의 사랑이 팍팍 느껴지는....밑에사진은 양념이 정말 적어 안습이네요....^^;;;; 부러워요...
7. 냉이꽃
'06.10.10 8:12 AM아침부터 저를 울리시네요..결혼 축하드리고요.. 결혼하셔도 부모님께 전화 자주 올리세요.
푸근한 아버지가 계셔서 부럽네요..8. oh~kyoungsub
'06.10.10 10:24 AM똘똘이님, 파워맘님, 행복둥우리님, 고은한결맘님, 빨간코알루님, 냉이꽃님 이하 이글을 잘 읽어주신 모든분들 넘넘 감사합니다. 결혼축하도 감사드리고요...
파워맘님, 행복둥우리님 남편분들도 직업군인이시네요. 저희 아버지는 해군이었어서 주로 흑산도같은 섬으로 근무를 가셔서 몇년간 혼자 가셨던 적이 많아요. 물론 저희가족들도 제주도와 목포에서는 산적도 있구요. 아무래도 군재직 시절에는 같이 살았던 시간보다 같이 살지못한 시간이 더 많았었네요...군출신들이 모두 그렇진 않겠지만, 제대후에는 별로 할일이 없어 많이 힘들어 하셨어요...그래서 술도 좀 많이 드시는것 같고.....건강이 걱정입니다.ㅠㅠ9. hannah
'06.10.10 10:28 AM아침부터 눈물이 찔끔 나네요..결혼 하셔서 알콩달콩 행복하게 사시는 모습 보여드리세요. 축하드려요~
아버님 마음이 듬뿍 묻어나는 국수네요..^^10. 푸름
'06.10.10 12:27 PM아버지의 사랑이 느껴지네요....
따님을 무척 사랑하시는것 같네요... 아버지께 잘해드리세요....
시집가면 보통 친정 엄마가 많이 생각난다지만, 저는 아버지가 많이 생각나데요.
평소에 표현못하시는 분이셨는데, 결혼후 보고싶어하시는 맘을 조금씩 들키시는데,
항상 생각하면 눈물이 났었습니다. 지금도요...11. 하얀
'06.10.10 1:28 PM결혼하셔서 행복하게 사시는 모습 보여드리는게 그것이 바로 효도이겠지여...
알콩달콩 이쁘게 사시는 모습 꼭 보여드리시구여...
음...
결혼하시고나셔서 부모님께서 경섭님 댁에 방문하시면
맛난 음식하셔서 대접해드리세여...^^
결혼 축하드립니다...^^12. tahuni
'06.10.10 2:41 PM저두 눈물이 나네요...이글 쓰신 분도 글쓰시면서 또 눈물이 똑똑 흘렀을 상상이 가네요...
결혼 축하드리구요. 항상 행복하세요~13. 햇살마루
'06.10.10 5:18 PM결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사무실 책상에 앉아서 잠시 보고 있는데 눈물이 방울 방울 떨어집니다..
어려서는 항상 무섭게만 생각했던 아버지..학교 다닐때도 엄마보다 아버지가 학교에
많이 오셨지요...저도 지금까지 살갑게 하지 않았는데..지금은 전화만 해주셔도
눈물이 고이곤 한답니다...사랑합니다..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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