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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소스를 배우다 + 두번째 레스토랑 실습

| 조회수 : 16,200 | 추천수 : 8
작성일 : 2014-01-27 20:42:04

소식이 뜸해서 죄송해요~

새학기 시작하고 게으름 병에 급격한 체력 저하가 ㅠ.ㅠ

그동안 다들 잘 지내셨지요?


***

저희 학교 터줏대감 호세초 선생님은 말씀하셨습니다.

"El mejor cocinero deberia ser el buen salsero."

"가장 뛰어난 요리사는 소스를 잘 만드는 사람이어야지."

요즘은 많은 요리사들이 금방 결과물을 인정받는 그릴 담당을 선호하지만, 

깊이있는 요리는 오랜 시간 고아낸 육수에 볶은 야채로 풍미를 더하고 

체에 거르고 또 다시 끓여내는 수고를 마다않은  정성스런 소스에서 완성된다고요.

Buena salsera (소스를 잘 만드는 요리사),

흠, 멋있네.

(참, 소스를 국어로 번역할 적당한 말을 찾지 못했습니다. 양념이나 장이라고 부르기엔 부족한 듯 하고요.

서양 요리의 구성과 개념이 다름에서 비롯된거라서 어쩔 수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

이번 학기에 실습하는 레스토랑은

"코코차(Kokotxa)" 라고 합니다.

미슐랭 별 한개를 보유하고 있다지요.

코코차는 바스크 전통 요리에서 중요한 식재료입니다.

생선의 턱 아래 V 자 모양의 부분을 말하는데,

오직 대구의 코코차에서 나온 젤라틴으로 걸쭉한 소스를 만드는 요리 '코코차 알 필필'이 유명하다.

올리브유가 하얗고 진득한 소스로 변하는 과정이 참 신기해요.

레스토랑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전통과 아방가르드가 조화된 요리를 표방하는 곳입니다.  

http://restaurantekokotxa.com/en/

 

***

갓 실습을 시작한 터라, 

적응하고 눈치 보느라 사진을 못찍었어요.

제가 요즘 하는 일들은 조금은 하드코어합니다.

오리 가슴살의 모근 및 여분의 지방 제거,   

한 무더기의 돼지 귀 손질하기(털 태우기, 귀지 파내기 등),

덜 자란 비둘기인 피촌(Pichon)의 머리를 자르고 힘줄과 내장을 빼는 일 등.

ㅎㅎㅎ  

그래도 완전 주방 초짜인 제가 파인 다이닝에서 일하는 것에 감사해요.  

요전 레스토랑에서는 디저트랑 애피타이저만 하다가 메인인 고기 파트에 있는 것도 새롭고.  

핀잔들을 때도 있지만 5 명의 유쾌한 요리사들과 지내는 것도 즐겁네요.

 

***

스페인 요리의 중요한 소스, 마요네즈(Mahonesa)를 소개합니다.

스페인 마요르까 지역에서 처음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여하튼 로마시대부터 지중해 지역에서 먹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대요.

그만큼 이 지역에선 역사도 깊고, 현재까지도 많은 요리에 사용하는 소스입니다.

코코차 레스토랑에서도 거의 매일 스텝밀 곁들이로 나와요.

스페인 요리에서 유명한 알리올리(Alioli)도 마늘을 넣은 일종의 마요네즈로 볼 수 있습니다.

마요네즈의 원리는 계란 노른자의 레시틴이 기름 분자를 둘러싸서 물 분자 사이에 고루 퍼져있는 안정된 상태인 에멀전(Emulsion)을 이룬 것이라고 합니다.

스페인은 레스토랑에서 파스퇴라이제이션을 거치지 않은 날 달걀로 마요네즈를 만드는 것을 금지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전통 방식대로 만든 신선한 마요네즈를 먹으려면 집에서 내가 만드는 수 밖에 없네요!

 

***

"알싸한 고추 마요네즈"

 

<재료>

달걀 노른자 1개

올리브 오일 200ml

식초 1t

절임고추 2개(Guindilla, 할라페뇨 대체해도 무방할 듯)

홀그레인 머스터드 1t

마늘 1톨

소금 기호껏

 

<과정>

위 재료 모두 넣고 믹서기로 갈아준다.

 

<마요네즈를 먹는 다양한 방법>

1. 타파스와 먹기

학교 선배가 위의 마요네즈와 함께 만들어주신 핀쵸입니다.

(어쩐지 모양새가 폼이 나지요? ㅎㅎ)
올리브 유 듬뿍에 바삭하게 구워낸 바게트 빵에,

당근과 햄을 볶아 고추장으로 양념하고,

상추심지(Cogollo)를 간장 넣어 볶은 것으로 마무리.

요기 위에 마요네즈 뿌려 먹으니 맛있대요.




2. 된장 바른 닭안심 구이랑 먹기

닭안심은 된장이랑 기름, 화이트 와인에 재웠다가 구워냈고요,
집에 있는 야채 기름에 볶고,
당근은 채썰어서 기름, 식초, 겨자에 버물버물.  

담백하고 심심한 닭안심에, 고추로 포인트를 준 고소한 마요네즈가 잘 어울리네요.

스페인 요리 프로그램에서 잘 나오는 표현으로 Rock&Roll을 준 셈. ㅎㅎ

 


3. 사진은 없지만 굽거나 튀긴 감자랑 먹기
제일 보편적이고 간단하지만 언제나 좋은 궁합!
레스토랑에서 배운 방법은 오븐에서 저온의 기름에 천천히 익혀낸 다음에 내기 직전에만 살짝 튀겨요.
기름을 아주 충분히 흡수해서 느끼한 면도 없진 않지만, 식감이 아주 부드러워 혀에 닿으면 녹는 느낌이 좋답니다.

***
하지만 요즘 젤로 맛있게 먹은 것은,
친구 초대하고 남은 반찬에 고추장이랑 참기름 투하하고 썩썩 비벼먹은 밥이라능... ㅎㅎ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다아시부인
    '14.1.27 9:07 PM

    여전히 잘 지내시네요. 바스크 지역은 대구를 바칼라오라고 하나요, 바칼라우라고 하나요? 대부분 책들이 얼버무려 놨더라구요 ㅎㅎ. 책에서 읽기론 바스크인들에게 염장대구가 큰 의미같더라구요. 언젠가 가면 먹어보고 싶어요.

  • lamaja
    '14.1.28 6:56 AM

    와~ 조언 감사했던 다아시부인님! 잘 실천하고 있답니다.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감사합니당~ ^^
    예, 말씀대로 여기선 대구를 바칼라오라고 불러요.
    아마 옛날엔 생선을 보관할 방법이 없었을테니 염장해서 먹을 수 밖에 없었을텐데
    요새는 값이 비싼데도 여기 사람들이 자주찾는 식재료더라고요.
    맛은 짭짤하고 식감이 아주 탱글탱글해요.
    여기서 겨울 음식으로 파랑 감자를 넣고 바칼라오 수프를 잘 끓이는데, 우리네 북어국이랑 맛이 엄청 비슷해서 반갑고 신기했어요~ ㅎㅎ

  • 2. 미모로 애국
    '14.1.27 10:34 PM

    그 빠르디 빠른 에스빠뇰을 들으시다니 능력자세요. 전 몇번이고 되묻고도 못 알아듣는데... ㅠ_ㅠ
    전 빠에야를 아주 좋아해요. 싱싱한 생선살이 듬뿍 든 빠에야를 먹으면 아.. 세상 모든 맛의 끝이 여기구나.. 싶어요. ^^

  • lamaja
    '14.1.28 7:03 AM

    저도 뭐 반은 못알아 들어요. 그냥 눈치로 알아채거나, 아는 척 그냥 넘깁니다. ㅋ
    다들 일하느라 바쁜 레스토랑 실습 때는 그냥 반벙어리에요.
    남성 위주의 주방 문화에서 저질 농담이 오가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땐 정말 못 받아치겠어요. ㅎㅎ
    빠에야 너무 맛나지요~ 언젠가 좋은 레시피 알게되면 꼭 소개할게요!

  • 3. 예쁜솔
    '14.1.27 10:50 PM

    이국적인 음식에 친근한 마요네즈...
    많이 먹다보니 우리나라 소스인줄로 착각을...ㅎㅎ
    상상으로만 맛보는 스페인 음식을 보다가
    고추장 썩썩 비벼넣은 비빔밥을 보니 역시 우리 것이 최고여~~~

    늘 건강하시고 힘내셔서 열공하세요^^
    아자아자 응원합니다.

  • lamaja
    '14.1.28 7:09 AM

    넹, 정말 친근한 우리나라 마요네즈도 맛있지요. 갑자기 혜경샘을 비롯한 많은 언니들이 자주 올려주셨던 마요네즈에 버무린 사라다(샐러드 말고)가 먹고 싶어지네요~^^
    고추장과 참기름은 언제나 진리입니다. ㅎㅎ
    응원 정말 감사해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 4. greentea
    '14.1.27 10:59 PM

    소중한 소스 정보 너무 감사드리구요! 새해 복 많이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셔요~~!!

  • lamaja
    '14.1.28 7:12 AM

    예, 입맛에 맞으실지 모르겠어요. 너무 고추랑 마늘이 들어가서 맛이 강하다 싶으면 덜 넣으셔도 좋고요, 살짝 설탕을 넣어서 감칠맛을 더해도 좋을 것 같아요.
    그린티님도 다가올 설 잘 보내시고 새해에도 행복하세요!!

  • 5. remy
    '14.1.27 11:26 PM

    오오..
    제가 홀릭하고 있는게 그 소스예요...!!!
    집안에 굴러다니는 걸죽한 것들은 죄다 엮어서 소스를 만들어보고 있어요..
    대부분 실패이긴 하지만요...ㅎㅎㅎㅎ

  • lamaja
    '14.1.28 7:14 AM

    오오 그런 실험 정신 존경해요.
    저야말로 많이 해봐야 하는 건데, 집에오면 그냥 뻗어버리기 일쑤네요. ㅋㅋ
    댁에 아몬드 있으시면 물에 살짝 데쳐 껍질 벗겨서 같이 갈아보세요. 잣도 좋구요.

  • 6. claire
    '14.1.28 11:12 AM

    대단하세요.

    82쿡은 다른 세계를 보여주는 문이예요.

    대구라하면 매우탕이나 뽈찜 정도 상상 하게 하는데.

    제가 외국 나가서 김치 찾고 라면 찾는 부류 랍니다

    이제 라도 다양한 요리 시도 해보고 싶네요.

  • 7. Xena
    '14.1.28 11:13 AM

    마요네즈 직접 만들어 먹으면 정말 맛있는데 게을러서 안하게 되네요.
    그런데 올려주신 소스는 한번 꼬옥 만들어 보고 싶어요+_+
    체력적으로 힘드실텐데 어찌 이렇게 글도 올려주시고 진짜루 대단하세요...후아

  • 8. 진냥
    '14.1.28 1:22 PM

    이런 거 정말 좋아요
    그렇지않아도 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타파스 한번 실습해보고 싶네요
    힘드시겠지만 잘 배우시고 늘 건강하시길...
    아줌들의 희망이세요

  • 9. moonriver
    '14.1.30 3:55 PM

    글 잘 읽고 있습니다.
    몇일 전 백화점에서 green chilli(guindilla)라는 고추절임을 사놓고 하나 깨물다 매워 죽는줄 알았습니다.
    지금 보니 스페인꺼네요. 헐~~
    어디 써먹을데도 없고 고민인데 고추마요네즈 만들어 봐야겠네요.
    buena salsera 가 되시는 그날까지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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