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려 주시면 우린 또..너~무 자주 오고 싶은데
큰일이네요.
시골에 이사와서 3년째 감나무를 심고 있는데
한번도 성공을 못하고 있네요.
경상도 살때는 가을이면 온 천지가 노랗게 감 이었고
심지어 가로수도 감나무인데..
고거 쪼매 더 춥다고
감나무 구경하기가 참.. 어렵네요.
저희 동네만 해도 감나무 있는 집이 몇 집 없답니다.
그나마 있던 감나무들 몇 해전 태풍 곤파스때 죄 쓰러지고..
우리 시댁엔..감나무가 두 그루 살아있습죠.
시엄니..작년까지도 감을 따서 주시더니
이젠 힘드신지..감 따다 먹으라고 전화 왔어요.
둥이 데불고 한글날 감 따러 갔지요.
작년에 몇 개 열리지도 않았었는데 올핸 감이 가지가 부러질 만큼
주렁주렁 열려서..손 닿는 곳에꺼만 따도
금방 한 광주리 되더라구요.
곶감 만들것도
홍시로 먹을 것도
서리가 내려야 된다하고
지금 따는 감은 우려먹기 딱 좋다고 하시네요.
어릴 적 친정엄가 이맘때만 되면 항아리를 아랫목에 놓고
감을 우려 주셨는데..그 맛을 잊을수가 없네요.
나이든다는 것은..이런 것인가 봅니다.
어느 날 문득.
어릴 적 먹던..그 뭔가가 미친듯이 그리워서
미친ㄴ처럼 찾아 헤매고..그렇게 되더라구요.
친정엄마한테 전화해서 조언을 구하고
감 우리기 시작.
대 성공^^ 입니다.
어제 오전 10시에 시작해서
오늘 아침 8시에 꺼냈으니 22시간만에 완성이네요.
아침에 아이들 밥 먹고
후식으로 깍아줬더니 맛있다고...신기하다면서 잘 먹네요.
항아리를 혼자 옮기기가 어려워서
젤 큰 김치통 두 개를 놓고
감을 대충 씻어서 쇠젓가락으로 세 번씩 정확하게 찔러줬어요.
여기저기 아무데나 푹푹.
물을 팔팔 끓이고 소금을 넣어서 짭잘하다 싶게.
여기저기 물어봐도 그냥..정답은 짭잘하다 싶은.
이라네요.
큰 주전자에 천일염 일곱수저정도 넣었던 것 같아요.
손가락으로 찍어먹고 '좀 짜네?' 싶은 정도.
ㅎㅎ
식힙니다.
손가락 없이 어찌 살까요?
손가락 넣어서 '앗 뜨거' 하지 않을 온도.
이것도 어른들 온도계입니다.
그냥 따땃하다 싶은 따뜻함.
너무 뜨거우면 감의 아삭한 맛이 없이 익어버린다니
차라리 미지근보다 좀 더 따뜻한 온도가 좋겠네요.
전기매트 한 쪽만 켜서 취침모드로 이불하나를 폭 덮어놨어요.
엊저녁에 꺼내 맛을 봤더니 떫은 맛이 느껴지더라구요.
목으로 넘어가지 않고 계속 입안에서 이리 저리 굴러다니는 떫은 감.
결국 훅~ 뱉어버리고.
아침까지 놔뒀네요.
아주 맛나게 잘 우려졌어요.
어디서 땡감..있으시면 한번씩들 우려드시면 어떨까요?
괜시 곶감만든다고..죽을힘을 다해 깍지 마시고.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