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봄날 나물 100가지 먹기로 공약을 했는데
지금 몇 가지 먹었는지 아시는 분?
날 잡아서 함 세봐야 겠어요.
아직 택도 없이 부족하겄지요?
나물 먹고 기운내서 빨리빨리 먹어야지 안되겠어.^^
이러다 봄 다 지나가겄어요.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닭갈비가 맛있다고..춘천가서 먹은 닭갈비에 너무 실망했던터라.
3kg을 주문했어요.
둥이 학부형들을 집에 초대했거든요.
전교생 학부형을 죄 초대하고 싶었지만...
6학년 엄마들만. 아빤 빼고.
크크킄...
그래봤자 열다섯명이예요.
애들이 열다섯. 아니구나 한 명 전학가고 열 네명이구나.
울 집 마당에서 괴기를 궈 먹자고 하시는데
영감은 출근하고 점심시간에 제가
다른건 다 잘 하는데...불을 못 피워요.
나름 곱게 자란 뇨자라서.
불같은거는 가차이 하믄 안된다고 배웠거덩요.ㅎㅎㅎ
그래서 닭갈비나 궈 먹기로 했어요.
3kg 주문했더니 양이 어찌나 많은지
거기다 양배추 넣고 고구마 듬뿍 썰어넣고
맛나게 먹었어요.
나머지는 울 둥이도 궈 줬어요.
근데 양배추가 똑 떨어져서 밭에 부추를 한 소쿠리 뜯어다가
부추 넣고 볶았는데 부추가 야들야들 불 맛을 보면서
아주 환상궁합이드라구요.
종종 이렇게 해 먹어야겠다.
생각했어요.
기름 좔좔 흐르고
부추가 야들야들한..닭갈비.
고구마는 잔뜩 있는데..구찮아서 안 넣었다고 울 둥이에게 일러주지 마세요.
유통기한은 없지만..쪼매 날짜가 지난..깻잎에다 싸 먹으니
아주 마시떠요.
ㅋㅋ
이 게으름뱅이 아짐이
된장만 걸러놓고
간장은 그냥 단지에 처박아 뒀드래요.
날 좋은 날..퍼다가 팍팍 끓여줘요.
끓이고 나면 색이 요래 이뻐요.
꼭 와인색이 나죠?
원래는 가마솥에 끓여야하는데 영감이 요즘 바쁜 관계로 가스렌지에
끓이느라 이틀동안 내리 간장냄새가 진동을..ㅋㅋ
고놈을 또 가라앉혀서 단지에 넣으면
점점 색이 진해지며 간장이 되어요.
맑아져라 맑아져라 아침저녁으로 물 떠놓고 주문을 외워요.
점점 맑아지고 색은 고와지고 그래요.
작년 간장도 한 단지 그대로인데..요 놈을 한 십년 묵힐까봐요.
늙었는지 아침잠이 없어지고
자꾸 일찍 눈이 떠져요.
회사가서 밥 먹겠다는 영감을 불러 앉혀서
허구헌날 아침밥을 해 먹입니다.
미쳤나봐요.
영감 일찍 회사보내고
둥이가 일어나려면 한 시간 넘게 기다려야 해요.
둥이랑 같이 밥 먹으려고 기다리는데..배에서 꼬로록 거려요.
영감 김치대신 부추 겉절이 휘리릭 해 주고
양푼이에 남은 양념 아깝다고 밥을 한 공기 넣어 비볐어요.
요거이 아침 일곱시도 안 된 시각에 먹은 밥이래요.
울 둥이가 눈이 휘둥그레 지드래요.ㅎㅎ
부추가 다른말로 '게으름쟁이 풀' 이래요.
저 혼자서도 잘 커서 게으름뱅이가 키우기 좋기도 하거니와
부추를 많이 먹으면 음욕이 강해져서 해가 중천에 떠올라도
밭에 일하러 나가지 않고 푹 자는 풀이라나 머라나.
그래서 부추를 많이 먹어요.
집 나간 잠 붙들어올려구요.
그래도 눈이 번쩍 떠 지는데..이거 미친거야 늙는거야? 요즘 그게 고민이예요.
비 오는 날 장에 갔더니
할매가 리어카 한 가득 상추를 싣고오셔선 검정 비닐에
아주 비닐이 찢어져라 상추를 담아주시드라구요.
금방 따 온 상추라고 안 써 있어도 알겠드라구요.
어떤 할부지한테 그렇게 푹푹 담아주시길래
저두 한 봉지 달라고 만 원짜리를 냈어요.
9천원 거슬러주기 짜증나셨는지 꾹꾹 안 눌러 담으시드라구요.
제 손으로 막 줘 담았어요.
할매가 ..막 웃어요.
요 상추 실컷 쌈 싸먹고
남은거 국 끓여 먹으면 얼마나 야들야들 맛있는지 모르시는 분들은 말을 말어요.
이날의 메인은 조기조림이여요.
역시 부추를 무우대신 바닥에 매트리스마냥 두툼히 깔고
건조기를 열 댓마리 올리고
울 둥이 좋아하는 버섯을 듬뿍 올려서 조리면..아주 맛있드래요.
요걸 상추에 싸서 먹으면 맛나요.
울 둥이를 애타게 찾으시는 엄니들 계셔서 한 장 투척합니다.
조 티셔츠가 학교 운동회에 입을 티셔츠인데
전 학년이 디자인은 같고 색깔만 틀려요.
6학년이라고 젤 우중충하지요? 엄마들이 티셔츠 궁금하다고 해서
카톡에 올려줄라고 사진 좀 찍자니까 ..목 위로 짜르고
다리 짜르고..찍으라고. 내밀어 주네요.
드러버서 퇫.
그래도...어쩐일로 해맑게 웃으면서 이날은..기분이 좋았나 봐요.
손꾸락도 올려주고 말예요.
밑에 바지가 내복인거 제가 여따 얘기한건 비밀이예요.
그거까지 알린 거 알면 얄짤 없어요.
울 큰놈이예요.
하긴 작은놈 사진을 찍어놔도 똑같긴 해요.
손목에 팔찌 보이시죠?
제가 미산가 팔찌 맹글어 줬어요.
학교에서 완전 제가 인기짱 엄마인거 다들 모르시죠?
여학생들이 둥이 엄마 최고라고..제가 여학생들만 생일 돌아오는 순서대로
저 팔찌를 만들어주고 있거덩요.
울 큰 아들..저 팔찌가 끊어질때까지 차고 있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했더니
'결혼안해' 이러드라구요. 아니 누가 결혼하래? 첫사랑 이루어진다고 했지.
그러면서 팔찌는 참..열심히도 차고 있어요. 내가 니 속을 모르겄냐?
사실은 첫사랑이 아니고 소원이 이루어진다죠?
저두 차고 있는데..언제 끊어질라나?
복권이나 당첨되면 좋겄구만.
지난주부터 깐파와 안깐파 사이에서 고민고민 하다가
안깐파를 한 관씩이나 사 왔어요.
한 관에 8천원.
헐~~저걸 깔 생각하니까 잠도 안와요.
둥이가 파김치 좋아하니까 시험 끝나고 까 준다고 하드라구요.
근데 기다릴려니 제가 지루해서 까기 시작했어요.
아침 열시부터 빨래 널어놓고 까기 시작했는데
한 시가 넘었어요.
ic 배고파. 더는 못해.
이럼서 라면 하나 끓여서 맥주 한 캔 마시고..다시 기운이 나서
열심히 깠어요.
두 시 넘어서 다 깠어요.
담구니까 김치통 하나 나와요.
ㅈㅈㅎ
둥이가 중간고사 마쳤어요.
시험은 하루 치고
벼락치기 하루 하고.
힘들다고 오만상을 하면서 보상을 바래요.
그래서 퉷퉷 하면서도 닭발을 삶아서
양념을 해서
해 줬어요. 신문지펴고 헉헉 거리면서 아주 맛있게 먹어요.
보기만 해도 맵다.
저희집 고추장이 매워요.
둥ㅇㅣ 닭발 줘 놓고
저는 집 뒤에 가시오가피 순 따러 갔어요.
올해 첨 따는 가시오가피 순예요.
뭐든 첫물이 좋은거.
야들야들해요.
갈수록 야들야들이 너무 좋은거 아냐?ㅎㅎ
줄기가 있어서 것 좀 더 데친다고 놔뒀더니만 완전 곤죽이 되어버렸네요.
좀체 이런일은 안 생기는데.
그래도 흐물흐물까지는 아니라서 그냥 먹어줬어요.
쌉싸래한 맛이 괜찮아요.
방풍나물도 한 접시 무쳐놨더니 영감이
풍 예방된다고 좋다고 마구 먹네요.
술을 끊을 생각은 안하고 ..방풍나물만 먹으면 혈압 안 오른대요?
여튼...웃기는 남자래요.
주말이네요.
모두들 불금은 보내셨나 모르겠고..황금같은 토요일이예요?
전 잘 몰라요. 그런거. 여튼 황금처럼 재밌게들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