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혹독한 추위와 싸웠던 기억이 납니다.
체감 기온도 낮았지만,
마음이 추웠다는 말이 더 맞겠네요.
어떻게들 지내셨나요?
저는 '요리'들을 만들었습니다.
제게 음식이란 생존을 넘은 그 이상의 의미거든요.
취미이자 오락이자 지치지 않는 유일한 기쁨이랄까요?
먹는 거야 당연히 좋아하고ㅋㅋ
만드는 것도 즐겨요.^^
맛이 늘 보장되는 건 아니지만 동당거리다보면 결과물이 척하고 완성되잖아요.
저는 그런 일련의 과정에서 치유를 받아요.
잡생각하지 않고 과정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기도 하고요.
또 요리의 가장 큰 매력 중에 하나가...
먹어야 완성이 된다는 사실!
예술작품이지만,
뭔가 살아있는 생물의 느낌이 난달까?
완성품을 누군가와 나눈다는 것...
나누면서 기쁨이 배가 된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 같아요.
이런 각별한 애정 때문에 요리와 관련된 건 뭐든 좋아해요.
요리책, 만화, 영화, 드라마는 물론,
소설책에서도 음식 묘사 부분은 초집중에서 읽게 된다는...-.-;
지난 겨울에는 각종 요리 관련 장르를 옆에 꿰고 읽고 보고 만들며 지냈습니다.
그중에 하나를 소개할까 해요.
바로 영화 초콜릿이요!
줄리엣 비노쉬의 원숙함과 보헤미안 포텐 터지는 조니 뎁의 매력을 맛볼 수 있는 영화에요.
2000년에 개봉했으니까 벌써 13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많이 회자되고 있는 영화죠.
봄마다 유행하는 벚꽃엔딩을 봄캐롤이라고 부른다면서요?
영화 초콜릿은 발렌타인데이 시즌용으로 불리더라구요.
소재 덕분에 시간이 지나도 묻히지 않는 듯!ㅋㅋ
많은 영화 중에 왜 이 영화인고 하니,
개인적으로 초콜릿...
그중에서도 핫 초콜릿을 격하게 사랑하는데다가
스트레스에는 단 게 짱임! -.-b
그리고
제 기분이 그래서 그런지 단순 요리영화로 그치지 않고 많은 의미와 해석들을 주더라고요.
처음 봤을 때와 또 다른 느낌...
혹시 못 보신 분들이 있다면 살포시 추천드리고 싶네요.^^
이제 두런두런 영화 얘기하며 요리하며 썰을 풀 예정인데
스포도 다량 함유되어 있으므로
이쯤에서 알아서 판단들하시고 스크롤 내려주시기 바람.ㅋ
어느 작은 마을에 두 모녀가 찾아옵니다.
선조인 마야인들에게 전수 받은 초콜릿 비법으로 사람들을 치유하고
북풍이 불면 또 다시 어김없이 떠나야 하는 숙명을 지닌...
역마살 억세게 낀 주인공 비앙
새로운 사람에게 배타적인 건 어디나 마찬가지지만,
금욕을 해야 하는 사순절 기간에 초콜릿 가게를 열어 공공의 적으로 지목됩니다.
다들 그녀의 가게를 꺼리는데,
세를 내준 집주인이 찾아와요..
그녀에게 핫 초콜릿을 대접하는 비앙
그런데,
핫초콜릿을 담더니 뭔가 휘리릭 뿌립니다.
영화를 보던 저도
읭?
저게 뭐지? 싶었어요.
신기한 요리도 좋지만,
자잘한 팁들에 더 열광하는지라...-,.-
고춧가루!!!
그래...
칠리페퍼를 넣은 핫초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에 그땐 흘려들었는데 여기서 언급되다니.
아... 저건 무슨 맛일까?
집 주인 역시 미심쩍은 눈빛으로 비앙을 쳐다봅니다.
향을 한번 맡더니 한 모금 후루룩...
이때부터 집주인 할머니에게 빙의되고 싶어서 엉덩이가 들썩들썩;;;
리얼 해븐을 맛 본 그녀의 표정...
괴팍한 집주인이 순한 양처럼 변하는 순간,
저걸 꼭 만들어 먹으리라 다짐을 했지요.
비앙은 적대적인 마을 사람들에게 초콜릿과 요리로 소통을 합니다.
권태기의 부부에게 정열을 찾아주는 과테말라 초콜릿을 추천하기도 하고,
짝사랑을 하는 노신사에게 초콜릿 선물로 마음을 전하라고 조언도 합니다.
비앙은 강요된 금욕으로 경직된 사람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고마운 존재에요.
울고 웃고 분노할 줄 아는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고요.
고단한 운명과 척박한 환경을 개척해나가는
그녀가 참 멋지고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영화 보는 내내 달달한 초콜릿 향이 모니터에서 뿜어져 나오는 느낌...
그래서 코를 얼마나 킁킁거렸는지...-,.-
영화 보기 전에 가나 쪼꼬렛이라도 옆에 꼬불쳐두세요.
시각적인 자극이 엄청난데 입에 아무것도 안 들어가니까 당이 확 떨어지는 기분...-,.-
결국
그녀의 소통이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었고,
경직됐던 사람들이 알을 깨고 나오듯 새로운 세상으로 한 발 내딛게 됩니다.
강제된 금욕은,
통치를 위한 수단이었을 뿐...
목적 자체가 될 수 없던 거에요.
영화를 보는 내내 행복했고,
비앙이 부럽기도 했어요.
마을 사람들과 함께 치유받는 기분이었거든요.
그래서 제 글을 읽는 여러분께도 영화에 나온 것처럼
진하고 따끈한 핫 초콜릿을 대접하고 싶었어요.
영어 요리 사이트 몇 개를 뒤졌는데
마땅히 이거 다 하는 게 없어서 개이버에 검색을 하니 땡기는 레시피가 있더군요.
아래는 제가 참고한 블로그에요.
단순 검색일 뿐 하등의 이해관계가 없다는 말씀, 노파심에 드립니다.ㅋ
http://bona98.blog.me/30129672875
리얼 핫 초콜릿
재료
다크 커버춰 두 줌
무가당 코코아파우더 10g
우유 100ml
생크림 100ml
시나몬스틱 1 개
홍고추 1 개
먼저, 재료를 전부 넣고 다크 커버취가 녹을 때까지 중간 불에서 저어줍니다 .
제가 가지고 있는 시나몬 스틱 사이즈가 작아서 2개 넣었고,
블로그에 보니 그냥 마른 홍고추를 넣으셨던데
저는 페페론치노 3개 넣었습니다.
다크 커버춰가 모두 녹으면 약한 불에서 끓어오르기 직전까지 저어주며 끓여줍니다 .
자주 쓰지 않는 재료들이 있어서 그렇지 만드는 법은 쉽죠?
무척 궁금했어요.
초콜릿과 칠리페퍼가 만들어내는 조합이 어떤 맛일지...
근데,
이 칠리페퍼가 의외의 효과를 내더라구요.
마실 때는 매운맛이 느껴지지 않는데,
초콜릿의 감칠맛을 더해주고 극대화 시키는 그런 역할!
그런데 먹고나면 알싸해지면서 가슴 속까지 후끈하게 덥히는 그런 느낌
마셔보고 오!!!!!!!!!!! 했네요.ㅋ
고대 마야인들이 카카오와 칠리를 함께 마시면 그리움이 생겨 사랑에 빠진다고 했다던데
무슨 느낌일지 알 것 같은... 그런 느낌
갑자기,
지난 해가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어요.
가슴이 설레어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이 있었고,
이루어지기만 한다면 너무 좋아서 두 주먹 불끈 쥐고 뛰어오를 것 같은 일이 있었어요 .
더 많은 것을 주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 없어 미안한 사람들이 있었고,
그런 설렘과 황홀, 그리움, 사랑의 느낌들이 살아있음을 기쁘게 만들어줬죠.
이런 감정과 노력들이 결과로 이어지지 않아 참담했습니다.
그래도
앞으로 더 열심히 아이들을 키우고, 더 즐겁게 일하고 , 더 열심히 놀고,
더 많이 더 깊게 사랑하고 싶습니다 .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과 손잡고 더 아름다운 것들을 더 많이 만들고 싶어요.
그게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니까요.
이 매력적인 핫 초코렛을 그 뒤로도 몇 번 더 만들어 먹었어요.
물론 겨울내내 체중계에 올라서지 않았습니다.-_-a
초콜릿의 걸쭉한 단맛과 칠리페퍼의 알싸한 매운맛을 느끼면서
핫초코 속의 칠리처럼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부족하겠지만,
그런 존재가 되도록 부지런히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사람들에게 지친 비앙이 가방을 싸자
남편에게 맞고 지내던 조세핀이 그녀를 만류하며 이렇게 말하죠.
“ 지금 떠나면 변하는 건 없어"
자포자기한 비앙이 “ 어차피 아무것도 안 변해 ”라고 대답하자
조세핀이 단호한 표정으로
“ 나는 변했어 ”라고 말하고 사람들을 진두지휘하며 비앙을 감동시키는데 좀 울컥하더라고요.
사람은 이렇게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사는거구나 싶기도 하고...
기왕이면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싶은 다짐도 새삼...
간만의 방문이라 사설이 길었습니다.
혹시...
그림 좋아하세요?
제가 이수동 화백의 달 그림을 참 좋아하는데요.
몽환적이면서도... 휘영청, 밝은 달의 느낌이 참 좋거든요.
제가 공개적으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지요?
대선은 끝났지만,
지금도 여전히 문재인 의원을 지지합니다.
지지하는내내 부끄럽지 않게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쉽지 않은 여정이겠지만,
뚜벅뚜벅 걸어나갈 문재인 의원님을 앞으로도 뜨겁게 지지하겠습니다.
앞으로 자주 올 것을 다짐하며
-82쿡의 칠리페퍼 발상의 전환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