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난 번에 엄마가 끓여 준 소고기국 보여 드렸던 사람이어요.
지난 번에 많은 분들이 맛있다고 해 주셔서 저희 엄마 완전 신나셨어요!!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날씨가 더워지니 시장에 야들야들 보드라운 열무와 단배추가 나왔네요. 열무 1500원, 단배추 1000원 주고 한단씩 사왔어요.
김장김치가 떨어져 가는 요맘때, 엄마는 봄동으로 겉절이를 만들고 열무와 단배추로 '자박김치'를 담았어요. 국물있는 김치인데요, 동치미나 물김치와는 다르게 건더기가 많고 국물은 자박자박하게 담은 김치라서요^^ 김장김치와는 다르게 초록색이 도드라지는 김치라 '파란김치'라고도 해요.ㅎㅎ
지난 번처럼 요리는 엄마가, 사진은 제가.... ㅋㅋ 양념 양은 오늘도 적당량.... 손의 감각이 시키는 대로.....
열무와 단배추를 5cm 정도로 툭툭 끊어서 씻은 다음 한데 섞어서 굵은 소금을 한 컵 정도 뿌려서 절여요. 소금물에 절이면 더 빨리 절여지지만 군내가 날 수도 있기 때문에 소금을 뿌려서 절이는 게 좋다고 해요. 채소를 한 켜 올리고 소금 뿌리고 또 채소 한 켜 올리고 소금 뿌리고 하는 식으로 세번 정도 나눠서 뿌리는데요, 위층으로 갈수록 더 많이 뿌리는 게 요령이예요. 왜냐면, 절여지는 동안 채소에서 물이 나오잖아요? 아래층은 뿌려진 소금 + 위층에서 떨어지는 소금물에 같이 절여지기 때문에 위층보다 적게 뿌려야 전체적으로 골고루 절여진다고 해요.
채소가 절여지는 동안 양념 준비를 합니다. 계량을 도통 안 하시니 엄마가 양념을 꺼내 놓는 그대로 사진을 찍었어요. 양파 한개, 홍고추 다섯개, 파 반토막, 마늘 열한 톨, 생강 두 톨, 배 반 개예요. 양파와 배는 단 맛을 내려고 넣고요, 파에는 김치 발효를 도와주는 성분이 있다고 조금 넣어주면 좋대요. 홍고추는 굵게 갈아서 넣어줄 거예요. 고추가루만 넣는 것보다 홍고추를 갈아서 같이 넣으면 먹음직스럽게 발그레한 색깔이 나거든요.
배는 강판에 갈아서 엄마의 보물 3호 베보자기로 즙을 짜놓았어요. (보물 1호는 10년 다되가는 믹서기, 2호는 장아찌 담글 때 재료가 국물에 뜨지 말라고 눌러놓는 차돌이예요. 믹서기는 곧 나오고요, 차돌은 언젠가 한번 보여드릴께요)
10년 다 되가는 믹서기 등장했어요~^^ 양파를 대충 잘라서 믹서기에 넣고 밥 한공기, 물 조금 넣어서 곱게 갈았어요. 밥알갱이랑 양파알갱이가 안 보일때까지 곱게곱게 갈아줘요. 그다음에 홍고추, 마늘, 생강을 넣고 다시 한번 가는데요, 이번에는 고추의 입자가 굵게 살아있도록 갈아줍니다. 고추까지 곱게 갈아버리면 양념이 죽이 되어 버리고 김치를 담았을 때 맛없어 보여요.
김치통에 양념을 붓고 생수를 넣어 국물을 잡았어요. 까나리 액젓을 반 컵 정도 넣었고요, 배즙 넣고, 고추가루도 서너숟갈 넣고, 파도 어슷썰어 넣었어요. 마지막으로 짜지 않고 심심한 정도로 소금 간을 했어요.
그러는 동안 채소가 다 절여졌어요. 엄마 말씀이, 이 김치는 채소를 충분히 절여야지, 대충 절였다가는 풋내가 난대요. 시간을 재보지 못했는데 한 시간 반 정도 절인 것 같아요. 헹궈서 물기를 적당히 뺀 다음...
아까 만든 국물에 절인 채소를 넣고 잘 버무려 주면 됩니다. 국물이 자박자박하네요^^ 어쩜 이렇게 국물 양도 귀신같이 딱 맞추는지... 수십년 살림의 내공이겠지요... 이제 김치를 일단 실온에서 익힌 다음 냉장고에 보관하면서 먹으면 되요. 김치가 익은 줄 어떻게 아느냐? 김치를 막 담았을 때는 국물이 걸쭉한데요, 발효가 잘 되면 양념으로 넣었던 밥이 삭아서 국물 농도가 처음보다 묽어지고 부글부글 거품도 좀 나고 약하게 새콤새콤한 냄새가 나요. 이때가 김치냉장고에 넣는 타이밍이라고 하네요. 요즘 날씨가 더워져서 그런지 저희 집은 하루만에 익었어요.
국물이 묽어진 게 보일지 모르겠네요. 찍사의 실력이 아직 부족하네요. 김치는 아주 맛있게 잘 익었어요.
아침 식사로 김밥 남은 거 달걀에 부친 거랑 김치국물 떠먹어가며 맛나게 먹고 출근....><
저녁엔 빡빡하게 끓인 강된장이랑 고추장 넣고 참기름 한방울 넣어서 비벼 먹었어요. 아흑.... 이맛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