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이 다 고요하고 조용한 이 아침!
잠시 눈을감고 기도를합니다.
그 기도가 너무 한참만인지라 그저 묵묵히 머릿속에 떠오르는 기억들을 지켜만봅니다.
돌아가신 엄니 추억이 가득하기만 합니다.
몇일 있으면 첫기일인데 많이 그립고 보고싶어하는 마음을 아셨는지 딱 한번 꿈속에 다녀가시곤 더이상 오시질않고......
제가 차린 음식을 꽤나 귀한 별식으로 생각하시던 울 엄니.
아마도 된장항아리 하나하나마다 다 내려다보시고 웃음짓고 계시겠지요.
아파트숲사이로 생전에 늘 거니시던 길,
오고가는 사람들의 뒷그림자에 그리움 가득한 저의 눈길이 머뭅니다.
지난 가을 소금을 쳐서 물기를 뺀 무를 항아리에 한겹 두겹 된장에 버무려 장아찌를 담궜습니다.
두달여가 지나고 꺼내보니 이제 맛이 다 들었네요.
구수하면서 그윽한 된장향이 코끝에 찡~하게 올라오네요.
빨리 맛보고싶어 입안에 침이 한가득....
물로 살짝 씻어 얇게 채를 썹니다.
칼도 날을 세우고 어깨에도 힘이 잔뜩들어갑니다.
작년에 말린 고춧가루에 매실액 조금하고 식초, 참기름조금...무장아찌 무침이 되겠습니다.
무장아찌 냉국.
대파(새로나온 움)과 참기름 아주조금하고 식초외에는 아무것도 넣지않습니다.
차게하거나 살짝 얼리면 맛이 아주 좋습니다.
아래는 냉국속을 보시라고 찍었습니다.
장아찌에 물든 된장의 맛이 그대로 우러나와서 색도 곱고 장아찌의 씹히는 질감도 좋고 시원한 냉국맛도 좋습니다.
울엄니 좋아하시던 냉국...
마치 제사에 올리는 음식처럼 그냥 한그릇 떠냈습니다.
돼지고기를 넣은 김치찌개
찌개류의 甲은 뭐니뭐니해도 김치찌개죠.
또 한그릇 담아서 그냥 찍었어요.
봄동도 데쳐서 된장에 무치고
집간장으로 파래도 무치고
좋아하시던 미역도 유자고추장에 무쳐서
늘 쓰시던 그릇에 담았습니다.
깻잎장아찌도 한그릇 담아보고......
이것참. 해놓고보니 "이거 누가 다 먹지??" ㅎㅎㅎㅎㅎ
맛난 무를 제공해주신 분께 배달이라도 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