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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설날이라 다들 바쁘신가봐요

| 조회수 : 9,481 | 추천수 : 5
작성일 : 2012-01-23 04:06:06
외국에 사시는 분들 글은 올라오는데, 한국에 계신 분들을 설이라 바쁘신지 안보이시네요.
좋은 명절 잘 보내시고 오세요!!

명왕성 배불뚝이는 일요일인 22일 오늘 설날 기분을 내보았어요.
떡국도 끓이고...


나물도 만들고...





전도 조금 부치고...


단촐하고 흔한 설날 상차림을 맹글어보았어요...

라고 말씀하시면...
억수로 섭하지용...




















왜냐!
여기는 명왕성이니까요!!

이 녹두빈대떡은 녹두를 하루 내내 불려서 흐르는 물에 씻고 또 씻어 거피를 하고, 방앗간, 아니 푸드프로세서에 갈아서 가루로 만들어, 제가 담은 김장김치와 각종 채소를 썰어넣고 부친 것입니다.



그 정도는 명왕성이 아니라도 실미도에선 기본이라굽쇼?
그렇다면 이 떡국을 자세히 봐주시길...


떡국 위에 올린 고명은 물론이고, 만두까지 제가 혼자 다 만든 것이구요...
멸치 다시마 육수 같은 것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결정적으로 떡국떡...

멥쌀을 하루 동안 불려 건져서, 은하계 너머에 있는 방앗간 대신에 푸드프로세서로 갈아서, 찜솥에 찌고 (지난 번 시루떡 만들 때처럼 체로 두 번 쳤어요. 잘했죠?), 그걸 다시 푸드프로세서에 돌려서 떡덩어리로 만든 다음, 손에 침을 톼~악 뱉는 대신, 물을 묻혀서 기다란 비암 모양으로 만들어주었어요. 그리고 꾸득하게 되기를 기다려 호롱불을 끄고 석봉이 어매처럼 조신하게 (호홋~) 떡을 썰어 만든 가래떡이라는 사실!


이제 보니 조금 달라 보이나요?



먹으며 생각하니, 이렇게 정성들여 차례상을 차렸다면 조상님이 무지무지 복을 많이 주실텐데... 아까비...

이름만 뉘집 맏며느리지, 사실상 제삿상 명절상 한 번 차릴 일이 없었던 날라리 아줌마가 바로 접니다.
결혼하기 전에도 종교 덕분에 (혹은 종교 탓에) 제사 음식 만들고 배울 기회가 없었는데, 명왕성에서 먹고픈 음식을 자체조달하는 삶을 살다보니, 이런 짓을 다 하게 되는군요.

조상님께 생색을 내기는 조금 그렇지만...
그래도 이왕 맛있게 차린 음식을 먹으면서 돌아가신, 살아생전에 나를, 남편을 예뻐해주셨던 할아버지 할머니 생각을 쬐금 했으니까, 복 가장자리 짜투리 남는 거라도 좀 내려주시면... 감사감사~~ 굽신굽신~~


소년공원 (boypark)

소년공원입니다. 제 이름을 영어로 번역? 하면 보이 영 파크, 즉 소년공원이 되지요 ^__^

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시심
    '12.1.23 5:37 AM

    떡까지 혼자서ᆢ대단하십니다^^ 정말 정성이 느껴져서 이 새벽에 댓글달아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소년공원
    '12.1.23 9:47 AM

    새벽부터 첫 댓글을 달아주시고 새해인사까지... 감사합니다.
    님도 복 많이 받으세요!

  • 2. 국제백수
    '12.1.23 7:47 AM

    명왕성이라...ㅎㅎㅎ
    대단하세요....
    저도 지금 만두 만들고 있습니다.
    새해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 소년공원
    '12.1.23 9:48 AM

    오옷, 유명인사로부터 댓글을 받는 영광을...!!!
    국제백수님께서 빚으시는 만두는 정말 맛있을 것 같아요.
    좋은 명절 잘 지내시고 새해에 좋은 일 많이 생기시길 기원합니다.

  • 3. spoon
    '12.1.23 1:48 PM

    옴마~
    놀랍고 또 놀라울 따름.....
    소년공원 남편님은 전생에 지구를 구하셨는가...

    새해 복 다~ 받으시고 순산하세요~^^

  • 소년공원
    '12.1.23 11:16 PM

    크크크...
    저희 남편은 전생에 지구를 거의 다 구했다가 막판에 실패한 사람인 듯 하여요.
    그래서 명왕성으로 유배를 온 거 아닌가... 싶어요.
    님도 차례상 물리시고 맛난 커피 드시면서 좋은 휴식 시간 가지시길 바래요!

  • 4. winelover
    '12.1.23 2:19 PM

    저도 명왕성까지는 아니어도 방앗간 없는 동네에 살지만..
    소년공원님의 떡국떡에 입이 떠~~~억 ^^
    spoon님, 전생에 지구를 구하고 현생은 명왕성???ㅋㅋㅋ명왕성 구하러..
    새해 봉만이, 아니 복 많이 받으세요!!

  • 소년공원
    '12.1.23 11:18 PM

    아하하... 전생에는 지구를 구하고 현생에는 명왕성을 구하고...
    이러다 다음 생에는 안드로메다를 구할 기세!
    봉만이 라는 이름이 참 좋으네요. 복 많이! 로 들리니까요.
    저희 둘째 아이가 남자아이였다면 한 번 진지하게 고려해볼만한 이름...
    ^__^

  • 5. mrs.nutmeg
    '12.1.23 2:38 PM

    감동받아 추천했어요~
    소년공원 님 포스팅 볼 때마다 늘 감탄해요. 몸도 무거우실텐데 정말 대단하세요.
    올해 복 많이 받으실 것을 확신합니다.

    아... 저는 10분만 가면 한국마트 있는 동네에 사는데, 왜 오늘 떡을 안 사온 것일까요...
    소년공원 님의 정성을 생각하며 내일 저녁에라도 끓여먹어야겠어요. 생선전도 좀 부치고... (차마 녹두도 갈아 부치겠다고는 흠...;;;)

  • 소년공원
    '12.1.23 11:22 PM

    넛메그 여사님, 닉네임 덕분에 잠시 공부를 해봤네요.
    마트에서 넛메그 가루를 파는 걸 본 적은 있는데, 음식에 써본 적은 한 번도 없었거든요.
    인도네시아가 원산지라는데... 혹시 님께선 그 쪽 행성에 살고 계신가요?
    떡국에 생선전... 아무리 먹어도 맛있고 어울리는 상차림 같아요.
    맛있게 드세요!

  • 6. 스콘
    '12.1.23 5:12 PM

    공원님,전 바쁘지 않아요.서러울 정도로 전혀!! 아 명절만 되면 한국 가고 싶네요 진짜.
    그나저나 푸드프로세서에 갈면 쌀가루 상태가 괜찮은가요?
    저 떡 정말 좋아해서 시루까지 프랑스에 가져왔는데...도움말씀 주시면 푸드프로세서 구입여부를
    고려해볼까 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소년공원
    '12.1.23 11:30 PM

    앗, 어나더 유명인사 스콘님이 와주셨군요!
    떡시루를 거기까지 이고 가시다니... 정말 떡을 좋아하시는군요 ^__^
    저도 한국 떠나온지 12년이 되었는데, 명절이 되면 아무도 시키는 사람 없어도 혼자 부엌에서 지지고 볶으며 명절 기분을 내보곤 해요. 그래도 님처럼 진짜 차례상은 차려본 적이 없지만요...

    아참, 푸드프로세서 말인데요...
    이게 아쉬운대로 푹 불렸다가 건진 곡류를 갈아주긴 하는데...
    한국 방앗간 수준으로 고운 가루를 만들지는 못해요.
    그래서 떡을 만들면 백설기 수준을 넘어설 수가 없답니다.
    제가 만든 시루떡과 가래떡은 입자가 약간 거친 느낌이 있어요.

    그래서 저희 남편이 열공검색을 하더니 그라인드 밀 이라는 게 있대요.
    미국 아마존 닷 컴에서 250달러 (28만원 정도?) 에 팔고 있는데 리뷰를 읽어보니, 홀푸드 좋아하는 미국인들이 사서 사용들 하나봐요. 통밀을 사다가 직접 갈아서 빵을 만들어 먹으면 풍미가 그렇게 좋다는데, 단점은 사용하는 동안에 꽤나 시끄럽다나봐요.

    떡 좋아하고 빵 좋아하는 저희 남편은, 그 기계 사다가 지하실에 놓고 쓰자며, 벌써 어디다 둘지 장소까지 정했다는... (어림도 없죠... 이제 둘째 아이까지 태어나면 빵과 떡이 가당키나 한가요...)

    참고가 되시길 바랍니다.

  • 7. 가브리엘라
    '12.1.23 7:28 PM

    내려오다 도로 올라가서 떡국 다시 봤어요~
    비록 떡국의 형태는 온전히 보이지 않으나..ㅋㅋ 다 고명에 가려진 탓이라 생각하고..
    암요~ 이렇게 직접 만드신 정성 가득한 떡국이면 제사상에 떡국 한그릇만 올려도 조상님들이 무지
    감동하셨을거에요 ^^
    저는 , 만두까지 직접 빚으라 누가 그랬으면 한 2년은 안봤을듯요.
    이제 설날하루가 다 지나갔네요.
    전 내일부터 좀 쉬어야겠어요.
    맏며느리라 혼자 음식준비하느라 녹초가 됐어요.
    소년공원님도 행복가득, 건강만땅 받으시고 순산하세요`

  • 소년공원
    '12.1.23 11:35 PM

    가래떡이 맛은 쫄깃하니 좋은데 모양은 위에 스콘님 댓글의 댓글에 썼듯이 모양새가 좀 투박해서요...
    고명과 만두로 살짜기 덮어주었어요.
    그래도 사먹는 가래떡으로 떡국을 끓이면, 한 그릇 먹고 더 먹으려고 뜰 때 이미 떡이 다 풀어져서 국물이 불투명하게 되는 반면에, 직접 만든 떡은 어제 먹고 남았는데 국물이 아직도 맑고 떡도 쫀득해요.
    그래서, 동네 중국인 가게에서 사다먹을 수 있는 거지만, 제가 직접 만들어 먹었어요.
    사실, 조상님에 대한 정성은 완전 핑계이고, 맛난 것을 먹겠다는 저의 불굴의 의지 (혹은 식탐) 의 표출일 뿐이지요... ㅋㅋㅋ

    한국에 계신 모든 맏며느님들과 명절 준비하시는 분들께 복이 펑펑 내리시길 바랍니다!

  • 8. J-mom
    '12.1.24 5:57 AM

    오호!
    상차림이 완전 고향의 맛이 절로 납니다. ㅎㅎㅎ
    그나저나 힘드시겠어요....
    입맛에 맞는 음식이나 갑자기 생각나는 음식들 드시고 싶으실텐데 어떡해요..
    곁에 있으면 한접시 해드리면 좋겠지만....ㅠㅠ

    힘내시고....건강하세요
    새해엔 천사의 얼굴을 보게 되겠군요....ㅎㅎ

  • 소년공원
    '12.1.25 12:30 AM

    반갑습니다!
    미국 생활 12년이다보니, 갑자기 생각나는 먹고싶은 음식 중에 팔할 이상은 제 손으로 뚝딱뚝딱 만들어 먹고 살게 되었어요.
    J-mom 님은 지금 플로리다에 계시는 걸로 기억하는데... 맞나요?
    따뜻한 겨울이라 좋으시겠어요.
    깔끔한 부엌 구경도 잘 했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9. 하늘재
    '12.1.25 1:08 AM

    어찌나 곱고 이뿐 새댁인지.....
    보듬어서 토닥토닥 해 드리고 싶어요...

    일부러 명절 음식을 하신다니...
    갑자기 부끄러워 집니다...

    행사가 되어버린 명절,,,, 아니,,노동절로 전락!!
    분명 즐겨야 할 명절인데 말이죠....ㅎㅎ

    동태전 때깔은 또 어찌 저리 고운지.......ㅎ

    늘 잘 보고 박수 쳐 드리고 있답니다..
    ,
    건강하게 순산하시고...
    이국 땅에서 씩씩하고 행복하게 지내시기를~~~~~~~~~~~~~

  • 10. 삶의향기
    '12.1.25 10:23 AM

    저희시댁도 매해 설날 점심이면 떡굴을 끓여먹는데..
    지단 붙쳐 채설고, 김넣고, 깨가루 넣고...1년에 1번 이지만 그것도 힘들어요 ~~

  • 11. 딩딩
    '12.1.25 2:41 PM

    저는 명절 음식을 정말정말 좋아하는데
    사진만 봐도 배가 고파오네요^^

  • 12. 미모로 애국
    '12.1.25 7:48 PM

    읏...... 고개를 푹 떨구게 하시는 소년공원님이시닷............................................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곧 만날 주니어도 순산하세요.
    저 설날떡국상은 가치로 치면 천만불정도 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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