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구요, 우리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하는 동요가 생각납니다.
돌아오는 월요일이 한국 최대의 명절 설날이지만 미국에 사는 우리는
찾아갈 고향이 너무 멀고 부모님과 형제들에게 안부를 나누는 게 전부이지요.
한국을 떠나온지 20년이 되었는데도 한국 명절만 되면 마음이 스산해집니다.
타지에 살아도 설날엔 이곳에서도 떡국을 먹고 세배를 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그렇지만 딸아이가 까치까치 설날에 방학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가기 때문에
미리 만두국과 한식 상차림으로 고국의 명절, 설날 기분을 내봅니다.
손님을 위한 상차림이 아니라 우리 가족만을 위한 설날 상을 차리고
식탁에 앉으니 가슴이 뭉클하네요. 남편과 아들과 딸이 맛있게 먹어주어서
만드는 수고와 외로움도 다 잊어버리고 기쁜 마음입니다. 미국에 사는
우리 아이들이 결혼해서도 계속 한국의 명절을 기억하길 바랍니다.
한식 상차림엔 은수저가 어울리지요. 조금 번거롭지만 하루 전날 은수저를
닦습니다. 이 은수저는 제 혼수품인데 친정어머니께서 당신이 갖고계신
은수저를 새 모델로 다시 만들어 주신 것이라 은수저를 보면 맘이 짠합니다.
냅킨은 냅킨 holder에 끼워 은수저 옆에 가지런히 놓았습니다.
식탁 위에 그릇을 먼저 자리 잡아 놓고 음식을 담아 냅니다.
연근전. 통깨를 톡톡 뿌렸습니다.
삼색나물은 시금치, 물고비, 무나물로 준비했어요. 예년에는 말린 도라지를
삶아서 볶았는데 도라지를 구하지 못해서 무나물로 대신했습니다.
또 고사리나물도 올해는 쉽게 물고비를 볶았구요.
배추겉절이입니다. 상에 내기 직전에 식초, 설탕, 참기름에 무쳐내서 새콤달콤하지요.
생선전 대신 새우전을 부쳤더니 훨씬 더 맛있고 보기도 좋네요. 앞으로는
생선전보다는 새우전을 부치려고 합니다. 그리고 양송이버섯전과 호박전.
녹두 빈대떡. 먹기 좋게 작은 크기로 부쳤습니다.
전과 빈대떡을 찍어 먹는 초간장.
사각사각 씹히는 맛이 색다른 차요테, 할라피뇨, 오이 장아찌.
촛불을 켜서 명절 분위기를 냅니다.
청포묵을 쑤고 가지런히 썰어 그 위에 쇠고기 고명과 숙주, 오이채,
황백지단과 붉은 고추를 얹은 탕평채. 화려할 뿐만아니라 맛도 좋습니다.
탕평채는 먹기 직전에 양념장을 뿌려 섞어 주지요.
딸아이가 따뜻한 둥굴레차와 레몬 워터를 잔에 담고 있습니다.
오늘은 떡국 대신 만두국입니다. 오색고명을 얹었더니 설날 색동저고리가 생각나네요.
제 친정부모님의 고향이 이북 평양이라 저는 명절 때마다 만두국을 먹곤 했지요.
시원한 나박김치. 꽃당근을 넣었더니 명랑한 봄기운이 느껴집니다.
남편이 좋아하는 강낭콩밥입니다. 남편은 콩을 까주면서 이 콩보다
더 맛있는 콩은 없다며 기뻐합니다. 콩이 어찌나 맛있는지 밥맛이 꿀맛이네요.
상차림이 끝나고 온 식구가 식탁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남편이 하나님 아버지께 새해 감사 기도를 드리고 맛있게 설날 식사를 합니다.
우리 식구끼리지만 옷을 잘 차려입고 격식을 갖춘 식탁에 앉으니
오가는 대화가 훨씬 더 격이 높아지고 가족애가 더욱 돈독해지는 듯 하네요.
식사가 끝나고 맛있는 후식 시간. 온 가족이 즐겁게 담소를 나눕니다.
우리 식구끼리만의 식사지만 손님을 초대하듯 상차림을 준비한 이유가 있습니다.
앞으로 며느리와 사위 볼 날을 대비해서 차근차근 준비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배가 유난히 달고 시원하네요. 한겨울에 한국배를 먹으니 참 맛있습니다.
음료는 차와 커피.
남편이 뽑은 스타벅스 커피가 은은하고 부드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