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넌 뭘 먹어도 참 맛있게 먹어!

맑게밝게 조회수 : 1,144
작성일 : 2004-09-17 00:41:27
...제가 진짜 많이 듣는 소리예요.
'야~ 넌 뭘 먹어도 다 맛있게 보이냐!'
'니가 뭐 먹고 있으면 나도 먹고싶어진다니깐~'
'그렇게 맛있어? 내 입엔 별론데...@.@'

이것때문에 사춘기 시절에 참 힘들었어요.(??)
중학생때부터, 대학 2학년 초반까지 꽤 뚱뚱했거든요. 고등학교 시절이 피크였죠~
그땐 뭘 먹고있으면(그냥 밥 한공기에 김치 한 접시만 두고 밥을 먹던지 과자를 몇개 먹던지간에)
'야. 그렇게 맛있냐? 그러니 살이찌지. 작작 좀 먹어라!' 이런 소릴 얼마나 들었는지요.ㅠ.ㅠ
끼니때가 되서 밥을 먹는 건데도 남의 눈치가 보였을 때였어요.
초, 중, 고, 대, 대학원까지 다 남녀 공학이었던터라...ㅠ.ㅠ 더 서러웠지요.
도시락 먹을때나 같이 분식집에서 뭘 먹을때 '** 너는 정말 뭐든 맛있게 먹는다'라고 경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친구들과 '와~ 그러니 살이찌지. 우헤헤~'하고 놀리는 남자 동기들.ㅠ.ㅠ
여자 동기들도 많이 놀렸지요.-_- '넌 진짜 다이어트 못 하겠다.'어쩌고 저쩌고...흥!
전 그리 많은 양을 먹는 편이 아니거든요, 정말로.
딱 밥 한공기(살폿살폿~ 담아서 작은 공기에 8~9부 정도)에 반찬 조금씩 집어먹고, 국 먹고...
대신 가리는 것 없이 골고루, 다 먹어요.^^;
가장 뚱뚱했을대와 가장 날씬했을 때도 먹는건 같았죠. 몸무게는 20킬로그램 정도 차이가 나지만...
근데...진짜 별로 먹기 싫어서 혹은 맛이 없는 것을 먹어도 '그렇게 맛있어? 어디 나도 한번~'이란
반응을 상대방쪽에서 보이는 걸 보면...-_-;;;;

예를 들어 길거리 노점에서 떡볶이나 튀김을 먹으면서 '야. 이러고도 장사가 되냐? 맛이 참.-_-'
이라고 혼자 생각하며 먹고있어도 옆에서 다른 걸 먹던 사람들이 '야~저거(제가 먹고있는 거) 되게
맛있나봐. 맛있겠다~'라면서 그걸 사 먹게 만드는 마력이.-_-; 물론 그 뒤엔 강한 째려봄을 당함.
20대 중반 회사원 시절엔 출장가서(출장이 많은 일을 했어요.) 잘 모르는 지역에 처음가는 식당에
들어가서 혼자 뭐 주문해서 그냥 먹고있으면 '아가씨 참 먹는거 이쁘네'라고 계란 후라이같은 것도
꽤 많이 얻어먹었구요.-_-;
포장마차같은데서 우동같은거 먹고있으면 술취한 아저씨들이 '야~ 우동 진짜 맛있겠네. 아가씨~
그리 맛있어요?'하면서 주문해서 한 젓가락 드시곤 뭔가 배신당한 표정으로 절 바라볼 때도 많았던
것 같아요. -_-;;;
남의 집에서 밥 먹을때도 그닥 제 입에 안 맞는(^^;) 음식을 남기기 뭣해서 꾸역꾸역 먹고있으면
'어머~ **씨 이거 되게 좋아하시나보다. 더 있어요. 더 드세요~'라면서 담뿍 담아주실 때도 참으로
많았답니다.ㅠ.ㅠ
남편도 제가 뭘 먹으면 물끄러미 쳐다보고 그래요.
분명히 '먹을래?'물어봤을 땐 '아니. 생각없어. 배도부르고...나 단거 싫어하잖아. 우리 자기 많~이
먹어.^^'하다가도 제가 혼자 열심히 단 맛의 절정을 달리는 초콜렛 케익을 먹고있으면 물끄러~미
보다가 어느새 슥~ 포크들고 다가와서 '한 입만. 홍홍~'하고 한 입 먹고 '되게 달다. 안 먹을래.
이게 맛있어? @.@'하면서 저를 신기하게 보고 그래요.-_-;
과자먹다가 전 몇개 못 먹고 옆의 친구들에게 뺏기는 건 늘상 있는 일이구요.

흠...그래도 잘 먹는 모습덕분에 시댁 어른들께도 사랑받고, 다른 분들께도 '맛있게 먹어줘서 정말
고마워요~'라는 소리도 들을 수 있어서 그런건 좋아요.^^
결혼해서...제가 요리를 준비해 남을 대접할 일이 자꾸 생기다보니 상대방이 맛있게 먹어주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조금은 알겠더라구요.
아주 잠깐(사춘기 시절) 제게 '미묘한 컴플렉스'였던 재능(???)이 이젠 뭐...즐거움이 됐네요.^^

커억~ 잠이 안 와서 떠들다보니 이리 길어졌네요.@.@ 죄송해요~
지금 임신 4개월짼데...몸은 만삭이고, 온갖 음식은 다 땡기고...그러면서도 밤에 잠은 안 오고.
무슨 조화속인지 모르겠어요~ ^^
IP : 222.7.xxx.104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모래주머니
    '04.9.17 12:47 AM (220.85.xxx.167)

    맛있게 잘 먹는 사람들 복이 많대요.

    히히..저두 임신했을적에 밤에 먹고 싶은게 넘 많아서 잠을 설쳤더랬져.

    밤마다 눈앞에 통닭이날라다니더라구요.^^

    임신 했을때 맛난거 많이 드시구요.. 임신기간 잘 보내세요~

  • 2. 하늘사랑
    '04.9.17 12:50 AM (221.140.xxx.230)

    맛있게 먹는 사람한테는 복도 따라온다고 하는데 님은 늘 복덩이를 달고 사시겠어요.

  • 3. 승연맘
    '04.9.17 1:03 AM (211.204.xxx.96)

    전 밤마다 생선물회가 덮치네요. ^^ 오징어회국수도 먹구 싶고...초밥도 먹구 싶고...아우..

  • 4. 맑게밝게
    '04.9.17 1:07 AM (222.7.xxx.104)

    복덩이는 모르겠고...지방덩이랑 덤으로 딸려오는 서비스 음식들은 많은 듯.^^
    저도 좋게 생각하려구요.^^ '복있다니 좋은거겠지'하고...^^ 감사합니다~

    전 육개장, 자장면, 탕수육, 감자탕, 회무침이 눈앞에 날아다녀요.ㅠ.ㅠ
    제가 사는 곳에선(일본의, 한국인이 그리 많지 않은 곳) 먹기 힘들거든요.
    직접 만들어보면 그 맛이 안나고...(날 턱이 없지...@.@)

  • 5. 마농
    '04.9.17 1:13 AM (61.84.xxx.22)

    음.....그 재능을..
    홈쇼핑 회사에서 알면 당장 고액연봉 제안하고 스카웃하지않을까요?
    각종 갈비..쌀 ..고등어 굴비 홍삼 쥐포 오징어 등등
    시연하는 모델들이 얼마나 맛나게 먹는것처럼 보이냐에 따라서
    매출이 크게 좌우된다던데..^^......

  • 6. 모래주머니
    '04.9.17 1:19 AM (220.85.xxx.167)

    우잉..그러면 넘 힘들겠다.
    그것도 임신했을때 먹고시픈거 맘껏 못 먹으면 올마나 힘든데...
    또 자신이 만든건 먹기도 싫고 ...어쩐대요...
    한국인이 많이 사는곳은 넘 먼가요...
    신랑한테 한번 졸라 보세요~

  • 7. 맑게밝게
    '04.9.17 1:26 AM (222.7.xxx.104)

    우와~ 마농님이시다. ^.^/
    정말...누가 저 좀 스카웃 안 해주는지 몰라요. 헤헤~
    확실히 잘 할 자신있는 몇 안되는 일들 중 하난데.^^

    흑~모래주머니님.ㅠ.ㅠ 걱정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ㅠ.ㅠ
    안그래도 추석 맞춰서 가려구요. 추석지내러 가는 것 보다 '먹으러'가는 듯한.@.@
    얼른 가고싶어요~ 으아아아악~ ^^

    아직 안 주무시는 82가족여러분~ 좋은 꿈 꾸세요.^^
    전 이만 침대로 슝~ (가선 또 티비를 보겠죠, 아마.@.@)

  • 8. 달개비
    '04.9.17 1:48 AM (220.88.xxx.141)

    음식 만드는 입장이 되고보면 정말 맛있게 잘먹어
    주는게 제일 고맙죠?
    그런 면에서 맑게밝게님은 정말 칭찬 많이 들었겠어요.
    염장일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아무거나, 잘, 많이 먹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많이 듣던 말
    <너는 그렇게 먹고도 살 안찌는거 보면 이상타>
    <도대체 그리 잘먹는데 살은 왜 안찌는거야>
    흑흑 ..요랬는데 이젠 먹는족족 다 살로가서 죽겠어요. 흑흑...

  • 9. joylife
    '04.9.17 9:38 AM (210.104.xxx.34)

    저도 뭘 먹든지 참 맛있게 먹는다는 소릴 듣습니다.
    심지어 회사 후배가 밥맛이 없을땐 저를 데리고 식당에 갑니다.
    제가 먹는것 보면 자기도 저절로 먹고 싶어진다고요...
    시아버지께서도 결혼전 인사 갔을때 제가 먹는것 보고 참 맘에 들었다고 합니다.
    우리 형님 음식솜씨도 좋으시지만 처음 인사간 시댁에서 얼마나 먹었는지
    시누이들이 속으로 많이 놀랐다고 합디다...
    그래도 잘 먹는것 보고 좋았다고 지금도 이야기 하는데....
    저도 먹는것만큼은 살이 안찌니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10. 열쩡
    '04.9.17 9:54 AM (220.76.xxx.206)

    그것도 복이네요. 나중에 동영상으로 한번 올려줘보세요
    근데 임신4개월에 벌써 만삭 소리하시면 어케요.ㅎㅎ

  • 11. 맑게밝게
    '04.9.17 10:29 AM (222.7.xxx.104)

    많이먹어도 살 안찌는 사람이 제일 부러워요~ ^^ 신이 내려주신 축복~
    맛난거 많이~ 와구와구~ 먹으면서 살 걱정 안 하고 얼마나 좋을까요. 오호~

    열쩡님. 동영상제작까지...한번 해볼까요? @.@
    그나저나 4개월밖에(?) 안 됐는데 몸이 진짜 만삭이예요...챙피해서 원.
    살도 많이 올랐고, 배도 상당히 많이 나와서 다들 7개월 쯤 된 줄 알더라고요.-_-;
    제 사진(나름대론 예쁘게 찍은.ㅠ.ㅠ) 블러그에 올렸더니 그거 보고 가족&친구들이
    경악에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는 전설이.
    '애 곧 나오겄다. 어딜 봐서 4개월이냐!!!!' 라고...ㅠ.ㅠ

  • 12. 헤르미온느
    '04.9.17 10:52 AM (210.92.xxx.35)

    맑게 밝게님...저두 맛있게 먹는다는 소리 많이 들어요...^^
    근데, 먹을복도 따라다니죠?
    저는 올만에 친구집 가면 김치 담그신다고 보쌈거리 잔뜩사놓고 어여와라^^ 하셔서 늦게 온 친구대신 제가^^ㅋㅋㅋ(친구 엄마 속 상하셨을라나?),,,,배 엄청 고플때 텅 빈 냉장고 생각하면서 우울모드로 집에 들어가고 있으면, 윗집 아줌마 뜨끈한 떡 한접시...^^
    하여간에 제가 생각해도 먹을복이 많은건 확실하구요, 뭐든 잘 먹으니 아는 분들이 집에서 만든것들 잘 싸주기도 하시죠...어제도 집에서 만든 포도주스 한 병과, 아껴아껴 담근 양파장아찌 한통 선물 받았답니당...^^...
    근데, 저는 많이 먹지는 않아요, 뭐든 맛있게 잘 먹지만...^^ 단, 회랑 매운탕은 예외^^
    맑게 밝게님, 임신때 넘 살찌면 위험하니 운동도 하시고 건강한 아기 낳으세요^^

  • 13. 먹을복
    '04.9.17 12:01 PM (220.122.xxx.14)

    음식 다 먹으면서도 끝까지 맛없다고,
    입맛 없다고 징징거리고
    밥 많다고 덜어가면서 모양을 떨다가 결국 원 밥에 더 얹어 멱고
    먹을 것 다 먹고 돌아 앉아 후식까지 챙기면서
    밥맛 떨어지게 하는 사람하고 같이 살아보면

    맛있게 먹는 것 정말 큰 복인 거 잘 알게 됩니다.
    본인도
    주변 사람도...

  • 14. 생크림요구르트
    '04.9.17 12:19 PM (218.145.xxx.181)

    저도 어려서부터 밥 맛있게 먹는다고 엄마께 이쁨 많이 받았어요^^
    (사실 저희 엄마 음식 진짜 맛있게 하시거든요ㅠㅠ)
    맛있는 거 먹기, 정말 행복하지 않아요?
    짜릿한 쾌감이 입으로부터 퍼져나가며 온 몸의 세포가 환희에 떠는...(오버하지마-_-;;)
    '아무리 먹어도 안 찌는' 체질이 아니어서 때로 난감합니다만;;
    저는 운동을 하면 했지 먹는 거 줄이는 건 못하겠더라구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2933 한밤에 남의 블로그 보고 꺽꺽..웃는다..^^ 7 mimi 2004/09/17 1,360
22932 보증금에 대한 이자는 어떻게? 4 이경원 2004/09/17 891
22931 저도 친구가 없어요... 5 무량화 2004/09/17 909
22930 친구가 없어요... 25 친구 2004/09/17 2,429
22929 생선 안 먹는 잉간 - 인조잉간이 아닙니다 20 승연맘 2004/09/17 942
22928 이런경우 어찌해야 할까요? 12 달개비 2004/09/17 1,008
22927 [re] 넌 뭘 먹어도 참 맛있게 먹어!---저두 5 쵸콜릿 2004/09/17 895
22926 넌 뭘 먹어도 참 맛있게 먹어! 14 맑게밝게 2004/09/17 1,144
22925 호감가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18 익명 2004/09/17 3,748
22924 다들 그렇게 살아가는 게 아닐까... 5 동거인 2004/09/17 1,070
22923 "돼" 와 "되" 구별하기... 15 헤르미온느 2004/09/17 1,047
22922 너무 속상해.. 3 속상해요.... 2004/09/17 876
22921 휴대폰 밖에서 돈주고 충전해보신분~ 5 선녀 2004/09/16 894
22920 집중못하고 산만하고 게으르고 잘미루는 성격 어떻게 할까요? 8 요즘은 2004/09/16 1,060
22919 창피해서 8 지나가다가 2004/09/16 1,010
22918 도빈엄마의 영농일기 8 도빈엄마 2004/09/16 897
22917 주민등록 번호가 유출됐을 때 입을 수 있는 피해는? 5 보리 2004/09/16 876
22916 임신을 기다리던중 5 희수 2004/09/16 887
22915 뭡니까 이게~~ 7 달콤키위 2004/09/16 877
22914 부산 아들 철원으로 군인 좀 보내지 마이소 내사마 죽겠심더 7 김선곤 2004/09/16 938
22913 남편때문에 힘이 드네요... 30 익명 2004/09/16 2,037
22912 토야 테이블웨어 페스티벌을 다녀와서... 3 이옥희 2004/09/16 885
22911 전세기간 완료 질문입니다. 4 비비아나 2004/09/16 873
22910 '고등어' 좋아, '굴비' 싫어. 5 굴비 2004/09/16 867
22909 역시 한국인은 뜨끈한 국물이 ^^ 4 상은주 2004/09/16 873
22908 거울 보기가 부끄러운.. 14 바보 2004/09/16 1,566
22907 인사드립니당..(여기 올려도 되나요) 4 달콤키위 2004/09/16 878
22906 이럴땐 내가 무뇌아이고 싶다...... 4 나도 당나귀.. 2004/09/16 930
22905 밤 주으러 오시는 길 안내 10 청포도 2004/09/16 909
22904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12 ... 2004/09/16 1,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