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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사는 이야기(개망초꽃)

쉐어그린 조회수 : 795
작성일 : 2003-06-26 16:40:03
개망초꽃이 만발했습니다.
하얀꽃들이 어슴프레한 모습으로 군데군데 산과 들판을 장식하고 있지요.
경작하지않아 해묵은 밭에 가면 어김없이
이 개망초 꽃들이 무더기로 피어있음을 보게됩니다.

어제는 6월초 심었던 고구마순들이 자리를 못 잡고 죽은 자리에
새순을 잘라 다시 심으러 윗밭으로 올라갔습니다.
잘 자라 사방으로 뻗은 고구마 순를 찾으러 밭 여기저기를 다니다 보니
이 개망초들이 흙만 있으면 자라 키가 어른 허리춤에까지 닿을 정도였습니다.
키에 비해 꽃은 작은 편으로 노란 꽃술을 가운데 두고,
하얗고 가는 꽃잎이 둥글게 피어있지요.  
아주 귀하다거나 예쁘다거나 하진 않지만,
그래도 향기나는 꽃인데, 고구마 밭에 있는 꽃들을 뽑아내며
맘이 편칠 않았습니다.  꽃이라도 꺽어다 꽃병에 꽂아둘까? 이런 생각도 들었거든요.

윗밭은 워낙 넓어 벌통을 놓아둔 자리 주변은 경작을 하지않고
그냥 놔두었는데, 그곳으로 내려가보니 거기는 그야말로
개망초들의 천국이 아니겠어요! 바람이 불면, 은은한 향기를 내고
흰 꽃들이 흔들리며 더욱 어슴프레해져 흰 안개처럼 보였습니다.
몇분을 개망초꽃들의 안개춤을 감상하며 멍하니 서있었지요.

사실 이 개망초꽃은 야생화 축에도 들지 못하나 봅니다.
야생초와 야생화를 다룬 책 속에서 만나본 적이 없거든요.
아주 흔하디 흔한 꽃이기에 그러겠지요. 흔한 이유는 끈질긴 생명력 때문일거고요.

끈질긴 생명력하니 엊그제 베어내던 풀이 생각납니다.
집 윗쪽  우리밭과 옆밭하고의 경계선에 땅속줄기로
번식하는 키 큰 풀이 있습니다. 이 풀은 뿌리가 아주 질기고 서로 얼기설기 얽혀있어서
뿌리 채 뽑히지 않아 웬만큼 자라나기를 기다렸다가 베어내야 합니다.
여름으로 들어서면서부터 “베어내야지, 그래야 옥수수가 제대로 자랄텐데…
베어내야지…”하고 작심을 하고 있었지요. 마침내 낫으로 베고 나니
마음 한편은 시원하고, 마음 한편은 좀 찜찜합니다.
기세가 등등해서 작물을 덮칠 기세라 어쩔 수 없이 베어냈지만,
그대로 자라난다면 가을에는 갈대가 되어
세상사로 각박한 우리 인간의 맘을 흔들어 놓을 수도 있을 터인데….

그래요. 요즘은 끈질긴 생명력으로 대표되는 풀들이 제 세상을 만나고 있는 계절입니다.
인간의 편의에 의해 뽑혀지고 베어내지지만 그래도 결코 이세상을 떠나지 않을 풀들.
지금은 그들을 위하여 태양이 정수리를 향해 올라가나 봅니다.
덕분에 인간들도 작물이란 부수물을 얻어 생을 이어가고 있고요.

작은 개망초 꽃내음을 깊이 들이마시고, 뜨거운 풀에서 나는 풀내음을 맡으며
어제 밭일을 마감했습니다.

IP : 220.91.xxx.241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김혜경
    '03.6.26 4:51 PM (211.178.xxx.175)

    이 꽃 이름이 개망촌가요??
    전 야생화 넘넘 좋아해요.예쁘네요.

  • 2. 이원희
    '03.6.26 8:05 PM (218.38.xxx.105)

    아, 이 꽃 이름이 개망초 꽃이군요. 시골로 잠시 이사를 왔는데 이 꽃이 눈에 자주 띄이더군요. 무슨 꽃인가 궁금해서 야생화 책이라도 한권 살까 했는데, 감사해요~

  • 3. 송심맘
    '03.6.27 11:23 AM (211.203.xxx.245)

    네살박이 제 조카는 계란꽃이라고 불러요..
    동그랗고 노란 가운데 꽃술(?)이 조카가 좋아하는 계란후라이 닮아서 그런가봐요?
    후후..

  • 4. 벚꽃
    '03.6.27 10:56 PM (211.224.xxx.98)

    시골길에 정말 많죠? 꽃이 예쁘고 귀여워요^^
    전 계속 꽃 이름을 모르다가 대학때 알았는데 알고나서 충격!!

    개.망.초 일제시대에 나라가 망할때 온나라를 덮었다고 해서
    개망초라고 한다는데요.

    꽃도 예쁜데 이름까지 예쁘게 지어줬으면 좋았을텐데요~^^

    지금은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꽃들도 있지만 꽃이름중에 안타까운 이름 몇가지들
    오랑캐꽃--> 지금은 거의 제비꽃으로 불림(제비꽃이 더 예쁘죠)
    개불알꽃--> 지금은 복주머니란으로 불림(이것도 복주머니란이 더 예쁘죠)
    할 미 꽃 --> 재배된 할미꽃 말고 산(특히 양지바른 무덤가에 )에 있는 야생의
    할미꽃은 20대 초반에 처음 봤는데 얼마나 예쁘고 순수하든지....
    할미꽃도 더 예쁜 이름이었으면 좋겠어요^^

  • 5. 로즈마리
    '03.7.11 2:29 PM (211.51.xxx.102)

    야생화축에도 못드는건 다 이유가 있습니다. 이 망초란 넘은 울나라 6.25전쟁때 미군들이 참전하면서 배낭속에 씨가 묻어 나와서 퍼지게된 꽃이랍니다. 울나라 토종이 아니란 거죠.
    망초라.... 이쯤에서 대충 감이 오질 않으신지요?? 이거 먹으면 미칩니다. 미치광이 풀이란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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