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맘 같아서는 한손에는 양초 하나, 또 다른 손에는 생수병 하나 들고,
나서고 싶었지만, 내일 준비때문에 하루 종일 꼼짝없이 집안일에 매달렸었습니다.
아침에는 청소하면서 거실의 카페트를 걷어내고 대자리 깔고,
낮에는 장봐오고,
저녁때에는 내일 요리재료 밑손질 하면서, 저녁 준비하고..
여기에 완전 군일까지 하나 더 했습니다.
지난 가을 담갔던 돌산갓김치가 맛있다고, 국물에 밥까지 비벼먹던 kimys,
또 안담가주냐고 하는데...이래저래 어쩌다보니 못담갔습니다.
오늘 하나로에서 같이 장을 보는데, 홍갓이 있으니까, 갓김치 담그라 소리는 못하고,
"저 갓으로도 김치 담으면 맛있는데.."하는 거에요..
(에잇, 미운 영감...일을 이렇게 만들어준다니까요..^^;;)
딴 날 같으면,
'나, 오늘 일 많아서 갓김치 못담아!'할텐데..
다른 일도 아니고, 그 사람 생일잔치 준비하는 거잖아요, 주인공이 먹고 싶다는 거 해줘야 할 것 같아서,
아무 말 없이 홍갓 두단에 쪽파 한단을 카트에 실었습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씻어서 소금물에 절이고, 다른 일을 했습니다.
저녁 먹고나서, 보니까 푹 절여진 것 같아서, 물에 두어번 씻어서 건졌는데,
어머, 이게 웬일이랍니까? 밭으로 돌아갈 것 처럼 살아나버린 거에요.
돌산갓을 절여면 나긋나긋하게 절여지는데, 얘, 홍갓은 뻣대는데요..^^;;
찹쌀풀 쑤어서 마늘 생강 고춧가루 갈치속젓 넣어 만들어둔 양념에 쓱쓱 비벼서 담아놓기는 했는데,
이게 맛있을지는 모르겠어요.
돌산갓김치는 자주 담지만, 제손으로 홍갓김치는 처음 담았거든요.
맛..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