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오후에,
경희농원 두영오라버니한테 전화를 받았습니다.
"너 가죽나물 해먹을 줄 알지? 가죽나물 보낸다!"
"가죽나물? 그게 뭐에요? 어떻게 먹는건데..나 할 줄 모르는데..."
"나물로 무쳐도 먹고, 부각도 해먹고...자료 찾아서 해먹어봐, 보낸다!"
헉..가죽나물이라니...본 적도, 먹어본 적도 없고,
어딘지 기억도 안나는 요리책에서 이름만 얼핏들어본 것 같은데 어찌 해먹으라고...

오늘 아침 잠깐 어디를 좀 다녀와 보니까,
kimys가 받아놓은 택배상자를 받아보니, 요렇게 얌전하게 놓여있었습니다.
어찌 먹어야 좋을 지 몰라서 '한국의 나물'이라는 책을 찾아보니 전혀 나와있지 않고,
'선재스님의 사찰음식'을 찾아보니 가죽은 없는 거에요.
대신 참죽이라는 것이 있는데...사진 속 참죽이 제가 받은 가죽과 같은 거에요.
상자를 다시 살펴보니, 택배전표의 내용물에 참죽(가죽)이라고 쓰여있어요.
선재스님의 책에는
'참죽은 산중의 스님들이 처음 먹기 시작했는데 붉은빛이 돌며 맛이 좋은 것이 참죽이며,
스님들이 드시는 진짜 나물이라는 뜻에서 참죽이라 이름했다고 한다.
이에 비해 가죽은 맛이 덜해 가짜중나물이라는 뜻으로 가죽으로 불렀다'
고 되어있어요.
그런데, 두산백과사전에는,
'참죽의 새순을 ‘가죽’이라고 하며, 이른 봄에 따서 물에 소금을 약간 넣어 데쳐 말려 가죽나물이나 가죽부각에 이용한다.'
고 되어있구요.

정확한 건 나중에 따져보기로 하고, 우선 오늘 나물로 먹어보기로 했어요.
도대체 어떤 맛일지?
어떻게 먹든 데쳐야할 것 같아서,
상자속의 가죽나물을 조금 덜어내어서 소금물에 데쳤습니다.
시금치같은 건, 소금물에 데치면 숨이 팍 죽어서 양이 확 줄어버리는데,
이 참죽 혹은 가죽은 별로 숨이 죽질않아, 조금 데친 것 같았는데 양이 제법됐어요.

줄기 쪽이 좀 단단한 것 같아서, 줄기 쪽은 잘라내서 장떡을 부쳤습니다.
줄기만으로는 맛이 없으면 어쩌나 싶어서 잎사귀쪽도 조금 더 넣었구요.
밀가루 반컵에 물과 고추장, 된장 풀어서 부쳤더니,
지름이 약 8㎝쯤 되는 것이 4장 나왔습니다.

나머지는 6~7㎝ 길이로 썰고,
만들어 두었던 초고추장에 무쳤습니다. 아무 것도 넣지않고.
아무 것도 넣지 않은 이유는,
데치는데 독특한 향이 나는데, 파 마늘을 넣으면 이 향을 해칠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스님들이 드셨다면 파 마늘 안넣으셨을 거 아니겠어요.

그래서,
가죽나물과 장떡으로 상을 차렸습니다.
와, 새로운 맛인데요..정말 맛있습니다.
그 맛을 뭐라고 표현해야할지는 모르겠어요.
쌉쌀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소한 것도 아니고, 처음 먹어보는 새로운 나물 맛인데,
문제는 자꾸 당긴다는 거...초고추장에 무친 나물을 이렇게 정신없이 먹다니...
이 나물이 참죽이든, 가죽이든 간에,
너무 맛있어서, 장아찌를 담가보기로 했습니다.
지금 소금물에 담가놓았어요. 선재스님 책에 의하면 소금에 절였다가 응달에 말려서 양념을 하라고 하네요.
이제 겨우 소금물에 담가놓은 상태이지만, 기대가 큽니다.
올 봄은,
방풍나물에, 곰취쌈에,
게다가 가죽나물에...정말, 맛있는 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