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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이맘때 먹어줘야할~1 [두릅 숙회]

| 조회수 : 9,507 | 추천수 : 211
작성일 : 2008-04-17 20:33:51


어제는...대전 아버지께 다녀왔습니다.
다녀온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어제가 양력으로 아버지 돌아가신 날이었습니다.
돌아가시기 몇시간 전의 아버지 얼굴, 아버지의 몸, 아버지와 함께 했던 그 상황들이 바로 어제일처럼 너무 생생한데,
벌써 이별한 지 일년이라니...

대전에 내려가면서, 내심 시간이 되면, 경희농원까지 몇시간이라도 고사리를 꺾어올까 했었어요.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는 얘기인데..경희농원의 이두영사장님, 저희 친정오빠의 30년지기입니다.
오빠의 고등학교 친구입니다.
그냥 오빠 친구도 아니고, 그때 오빠 친구 그룹이 주말이면 저희 집에서 살다시피 했었어요.
제가 중3때부터 그 오빠들을 보고 자랐습니다.
저희 아버지 돌아가셨을때, 두영오빠 밤샘도 해주고, 대전 장지까지 따라와 주었더랬습니다.
그리고 삼우제 지내던 날, 삼우제 후 양촌의 오빠네 농원에 와서 점심 먹고 가라고 해서,
저희 온가족이 다 경희농원에 갔었습니다.

갑자기 아버지를 잃어서 멍한 우리 가족에게 두릅이며 더덕이며 아까운 줄 모르고 내주고,
솔잎위에 돼지고기까지 구워주더니, 검은비닐봉지를 하나씩 쥐어주면서 고사리를 꺾어보라는 거에요.
우리 가족들,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나 흰 한복을 입은 여자들 할 것 없이 모두 언덕배기의 고사리를 정신없이 꺾었더랬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옵니다.
거상중에 있던 상제들이 너나 할 것없이, 검은 비닐봉지 하나씩 들고 고사리를 정신없이 꺾었으니...
그런데..그렇게 고사리를 꺾으면서, 슬픔을 얼마간 달랬던 것 같아요.

그 생각이 나서, 대전 들러서 양촌까지 들러올려고 했는데, 가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어요.
아마도 수도권 중학교들이 몽땅 수학여행에 나섰는지, 고속도로에 어찌나 학생을 태운 버스가 많은지...
그래서 현충원 들러서  동학사 주변 벚꽃길을 차로 한바퀴 휘리릭 돌고는 점심 먹고 올라왔습니다.
(현석마미님, 감사합니다. 알려주신 식당에서 점심 맛있게 먹었습니다.
참나무님이 알려주신 식당은 다음에 가보려구요..^^)




시간이 되면, 언제 고사리나 한번 꺾으러 가면 좋겠다 싶었지만, 시간이 날 것 같지 않아 어쩌지 하던 참에,
오늘 두영오빠에게서 택배를 받았습니다.
뜯어보니....앗싸...삶은 생고사리와 더덕 두릅이 들어있었습니다.

작년에도 아버지 삼우제에 우리 가족들이 꺾은 고사리에,
두영오빠가 얹어준 고사리를 가지고 와서 건조기에 잘 말려, 친정어머니도 드리고, 저희 집도 일년내내 잘 먹었습니다.
'올해는 고사리를 어쩌나' 하던 참에 온 고사리라, 얼마나 반갑던지...




지금 건조기에 말리고 있습니다.
작년 경험으로는 하루도 안 걸렸던 것 같은데..일단 24시간으로 맞춰놓았어요.
건조기 가지고 계신 분들, 제가 몇가지 강력추천하는 것이 몇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고사리고, 또 다른 하나가 홍삼입니다.
고사리는, 정말 잘 마르니까..꼭 한번 꺾어다가 삶아서 비빈 후 말려보세요.

건조기가 다소 소음이 있어서, 이렇게 다용도실에 내놓고 돌리고 있는 중인데..
중간에 얼마나 말랐는지, 한번 보여드릴게요.





저녁 반찬은...당연히 두릅 숙회와 더덕구이였습니다.

두릅 숙회야, 못 하시는 분이 안계실테지만...오늘 저녁 준비에 다소 여유가 있던 관계로 사진 몇장 찍어보았습니다.




두릅을 데칠 물에는 소금을 좀 넣어주세요.
물의 비등점을 높여줘, 두릅을 예쁜 초록색으로 삶아줍니다.




물이 끓으면 두릅의 단단한 쪽이 먼저 물속으로 들어가도록 넣어주세요.




이렇게 세운 형태가 되는 거죠.




데쳐진 두릅은 찬물에 두어번 샤워를 시킨 후 물기를 빼주세요.

그리곤 초고추장에 찍어먹으면 되는 거죠.
그 쌉싸름한 맛이 좋아서, 밥은 얼마 먹지 않고, 거의 두릅으로 배를 채우다시피 했습니다.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고참초보
    '08.4.17 8:46 PM

    앗 이럴수가 1등 ...
    생생한 설명 감사합니다.

  • 2. mamonde
    '08.4.17 8:52 PM

    어떤 맛일까 참 궁금해요~~~
    맛본적도...본적도 없는 두릅..
    언젠가는 먹어볼날이있겠쬬~??^^

  • 3. 후레쉬민트
    '08.4.17 9:45 PM

    오늘은 유달리 사진이 좋아보여요 ^^
    적접시위에 나란히 누운 두릅
    한국음식이 한국그릇을 만나서그런지
    너무 정갈해 보이고 맛있어 보여요.
    근데 전 두릅 한번도 안 먹어봤어요 ㅎㅎㅎ

  • 4. 또하나의풍경
    '08.4.17 10:10 PM

    아웅..저도 두릅 초장에 찍어서 먹고 싶어요 ^^
    츄르릅... 초고추장 찍어먹음 진짜 맛있는데말이죠 ...ㅎㅎ

  • 5. 영영
    '08.4.17 10:21 PM

    전 두릅도 두릅이지만 그릇에 눈돌아 가네요
    너무 맘에 드네요
    두릅과 환상으로 어울려요 저도 오늘 두릅숙회 먹었어요
    그릇 너무 갖고 싶어요

  • 6. 지윤마미..
    '08.4.17 10:47 PM

    잘 다녀오셨나보네요.다행히 날씨가 좋았어요..
    현석마미님께서 어떤 식당알려주셨을까?? 나중에 알려주실 수 있죠??
    저도 이제 나이가 좀 드니..드릅의 그 쌉쌀하고 씁씁한 맛을 알겠더라고요.
    초장에 찍어 먹는 그 아삭한 맛도 있고..

  • 7. yuni
    '08.4.17 11:16 PM

    선생님 찌찌뽕. 저도 오늘 저녁에 두릅숙회 먹었습니다.
    날나리 며느리 귀찮을까바 시어머니가 경주 다녀오시면서 사오신걸
    다 장만해서 데쳐 보내주셨네요.
    냉동실에 있던 초고추만 녹여 꼭꼭 찍어 냠냠 먹었어요 ^^*

  • 8. remy
    '08.4.18 7:38 AM

    두릅으로 초밥을 만들어보세요...
    밥만 초밥양념해서 살짝 와사비 얹어 저 삶아놓은 두릅을 통채로 얹거나 반으로 썰어 올려놓으면
    꽤 멋진 요리가 됩니다...

    삶기 전에 아주 앏은 튀김옷 입혀서 튀김옷이 익을 정도로만 튀겨내서 초간장 찍으면
    향을 훨씬 진하게 볼 수있구요,

    전으로 부쳐내도 상큼하고 아삭한 맛을 볼 수 있어요....

    쭉쭉 찢어서 된장에 무쳐내도 고소하고 상큼한 맛을 볼 수 있어요...

    울집 마당의 두릅들은 이제서야 고개를 삐죽이 내미는데 거긴 벌써 시장에까지..

    흑흑... 먹고파요....

  • 9. 김혜경
    '08.4.18 8:02 AM

    지윤마미님..동학사 뒷길의 산너머 남촌에는 이었어요.
    두부전도 맛있고, 두부전골, 비지장 다 괜찮았어요.

    remy님, 마침 집에 온 오빠편에 오빠네꺼랑 친정어머니꺼 싸보냈더니..
    다 먹고 없어요. 그러지 않아도, 이거 많으면 초밥해먹으면 좋은데 했답니다.^^

  • 10. 레드문
    '08.4.18 9:27 AM

    대전에 다녀가셨군요.

    어제 엄마한테서 온 택배에 파김치랑 고구마몇개랑 두릅이 한봉지 들어있었어요.
    출장에서 돌아오는 남편이랑 먹으려고 어젠 꾹 참았네요.
    오늘 저녁 먹어야죠.
    집뒤 산기슭에 두릅나무가 퍼져서 군락을 이뤘던데...
    두릅따러 친정가고 싶어요. 고사리도 꺽고싶고..
    엄마도 보고 싶고.
    얼른 화상통화한번 해야겠어요..

  • 11. 솔이네
    '08.4.18 10:47 AM

    근데 두릅에 가시같은건 깨끗이 씻어내야하나요?

  • 12. remy
    '08.4.18 11:08 AM

    솔이네님.
    아니예요. 삶으면 부들부들해져요.
    먼지나 나무잎껍질 같은 것 떼어내고 삶으면 살균이 되어서 괜찮아요..
    삶아 건져내면서 찬물에 한번 헹궈내면 됩니다.

  • 13. 현석마미
    '08.4.18 3:03 PM

    산넘어 남촌에는 가셨었나봐요...
    가보시라고 말씀 해놓고도 별로면 어쩌지?? 하고 걱정했었는데...
    그래도 맛있게 드셨다니 다행이에요...
    저희 식구들은 가끔 청국장 먹고 싶을 때는 그 식당으로 간답니다.
    애들은 두부 시켜주고 저희는 청국장 먹고...
    누룽지 숭늉은 무한 리필인데...그것도 드셔보셨나요??

  • 14. 김혜경
    '08.4.19 3:14 PM

    현석마미님, 쪽지라도 드려야 되는데..못 드렸네요..^^;;
    비지장이, 제가 끓이는 것과는 좀 다른 것이었는데 맛있었어요.
    두부 전골도 시원하던데요..^^

    누룽지..물론 먹었지요. 아주 잘 먹어습니다.

  • 15. 진영단감
    '08.4.22 1:33 PM

    두릎숙회 정말 맛있어요,,상큼하고 쌉싸롬한게 입맛을 돋구지요
    그리고 두릎 곶이를 한번해보세요,,두릅,맛살,햄,버섯, 산적하면 맛있어요
    곶이에 곶아서 계란무쳐 부쳐보세요,맛있어요
    봄철에 요즘에 많이 나는 두릎 정말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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