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는...대전 아버지께 다녀왔습니다.
다녀온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어제가 양력으로 아버지 돌아가신 날이었습니다.
돌아가시기 몇시간 전의 아버지 얼굴, 아버지의 몸, 아버지와 함께 했던 그 상황들이 바로 어제일처럼 너무 생생한데,
벌써 이별한 지 일년이라니...
대전에 내려가면서, 내심 시간이 되면, 경희농원까지 몇시간이라도 고사리를 꺾어올까 했었어요.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는 얘기인데..경희농원의 이두영사장님, 저희 친정오빠의 30년지기입니다.
오빠의 고등학교 친구입니다.
그냥 오빠 친구도 아니고, 그때 오빠 친구 그룹이 주말이면 저희 집에서 살다시피 했었어요.
제가 중3때부터 그 오빠들을 보고 자랐습니다.
저희 아버지 돌아가셨을때, 두영오빠 밤샘도 해주고, 대전 장지까지 따라와 주었더랬습니다.
그리고 삼우제 지내던 날, 삼우제 후 양촌의 오빠네 농원에 와서 점심 먹고 가라고 해서,
저희 온가족이 다 경희농원에 갔었습니다.
갑자기 아버지를 잃어서 멍한 우리 가족에게 두릅이며 더덕이며 아까운 줄 모르고 내주고,
솔잎위에 돼지고기까지 구워주더니, 검은비닐봉지를 하나씩 쥐어주면서 고사리를 꺾어보라는 거에요.
우리 가족들,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나 흰 한복을 입은 여자들 할 것 없이 모두 언덕배기의 고사리를 정신없이 꺾었더랬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옵니다.
거상중에 있던 상제들이 너나 할 것없이, 검은 비닐봉지 하나씩 들고 고사리를 정신없이 꺾었으니...
그런데..그렇게 고사리를 꺾으면서, 슬픔을 얼마간 달랬던 것 같아요.
그 생각이 나서, 대전 들러서 양촌까지 들러올려고 했는데, 가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어요.
아마도 수도권 중학교들이 몽땅 수학여행에 나섰는지, 고속도로에 어찌나 학생을 태운 버스가 많은지...
그래서 현충원 들러서 동학사 주변 벚꽃길을 차로 한바퀴 휘리릭 돌고는 점심 먹고 올라왔습니다.
(현석마미님, 감사합니다. 알려주신 식당에서 점심 맛있게 먹었습니다.
참나무님이 알려주신 식당은 다음에 가보려구요..^^)

시간이 되면, 언제 고사리나 한번 꺾으러 가면 좋겠다 싶었지만, 시간이 날 것 같지 않아 어쩌지 하던 참에,
오늘 두영오빠에게서 택배를 받았습니다.
뜯어보니....앗싸...삶은 생고사리와 더덕 두릅이 들어있었습니다.
작년에도 아버지 삼우제에 우리 가족들이 꺾은 고사리에,
두영오빠가 얹어준 고사리를 가지고 와서 건조기에 잘 말려, 친정어머니도 드리고, 저희 집도 일년내내 잘 먹었습니다.
'올해는 고사리를 어쩌나' 하던 참에 온 고사리라, 얼마나 반갑던지...

지금 건조기에 말리고 있습니다.
작년 경험으로는 하루도 안 걸렸던 것 같은데..일단 24시간으로 맞춰놓았어요.
건조기 가지고 계신 분들, 제가 몇가지 강력추천하는 것이 몇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고사리고, 또 다른 하나가 홍삼입니다.
고사리는, 정말 잘 마르니까..꼭 한번 꺾어다가 삶아서 비빈 후 말려보세요.
건조기가 다소 소음이 있어서, 이렇게 다용도실에 내놓고 돌리고 있는 중인데..
중간에 얼마나 말랐는지, 한번 보여드릴게요.

저녁 반찬은...당연히 두릅 숙회와 더덕구이였습니다.
두릅 숙회야, 못 하시는 분이 안계실테지만...오늘 저녁 준비에 다소 여유가 있던 관계로 사진 몇장 찍어보았습니다.

두릅을 데칠 물에는 소금을 좀 넣어주세요.
물의 비등점을 높여줘, 두릅을 예쁜 초록색으로 삶아줍니다.

물이 끓으면 두릅의 단단한 쪽이 먼저 물속으로 들어가도록 넣어주세요.

이렇게 세운 형태가 되는 거죠.

데쳐진 두릅은 찬물에 두어번 샤워를 시킨 후 물기를 빼주세요.
그리곤 초고추장에 찍어먹으면 되는 거죠.
그 쌉싸름한 맛이 좋아서, 밥은 얼마 먹지 않고, 거의 두릅으로 배를 채우다시피 했습니다.